편의점에서 밤에만 냄새가 바뀌는 통로가 있어
편의점에서 밤에만 냄새가 바뀌는 통로가 있어. 처음엔 그냥 냄새 순환이 이상한가 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통로를 지나면 공기가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어.
나는 야간에만 근무하는 편이었고, 매장 뒤쪽에 작은 창고로 이어지는 통로가 하나 있어. 주방 세제 냄새랑 기름 냄새가 섞여서 늘 비슷하게 났거든. 근데 문제는 시간이 딱 맞춰서 생겨. 시계가 새벽 1시 10분을 넘기면, 냄새가 ‘바뀐다’기보다 ‘다른 걸로 덮인다’는 느낌이 들었어. 차갑고 눅눅한 금속 냄새 같은 게 갑자기 덮어오는데, 분명히 창고 문틈이나 환풍구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올 리가 없었거든.
처음엔 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여름엔 제습기 가동, 겨울엔 보일러 냄새가 새어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래서 1~2주 정도는 퇴근하고 나서도 멍하니 통로 앞에 서서 냄새를 확인했지. 가게를 잠깐만 닫고, 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문을 열어도 비슷하게 났어.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냄새가 바뀌는 타이밍이 더 정확해졌어. 1시 09분 50초엔 평소 냄새였는데 1시 10분 00초에 맞춰서 그대로 ‘갈아탄’ 것처럼 바뀌더라.
그 통로는 생각보다 짧아. 문을 열고 두세 걸음이면 창고고, 창고엔 재고 박스랑 청소 도구가 있어. 그래서 직원들도 그 구역을 거의 신경 안 쓰고 다녀. 그런데 야간엔 그 통로만 유독 발소리가 달라지는 느낌이 있었어.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이 더 울리는 것처럼, 방음이 안 된 공간에 들어선 것처럼 소리가 퍼지거든. 이상하다고 느껴도 물류 정리 때문에 결국은 매번 지나야 해.
처음 본격적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건 물건을 정리하다가야. 창고 안쪽 선반에서 유통기한 지난 쿠폰북 같은 걸 정리할 때였는데, 손끝으로 뭔가가 잡히는 감촉이 달랐어. 종이 비닐 위에 얇게 덮인 먼지인데, 먼지가 아니라 가루 같은 점성이 묻어 있었거든. 닦아내고 손을 털면 괜찮아야 하는데, 그날은 손에서 냄새가 계속 났어. 비누로 씻어도 남아있고, 손 소독제를 써도 금속 냄새가 얇게 따라왔어.
이후로는 통로를 지나는 순서가 생겼어. 나는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 창고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돼. 매장 동선이 애매해서 결국 그 통로를 한번은 지나야 하거든. 그래서 습관처럼 통로 앞에 도착하면 1분 정도 숨을 고르고 지나가. 그 시간에 맞춰서 냄새가 바뀌는 걸 내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거 같아서, 괜히 급하게 들어가면 머리가 먹먹해져. 냄새가 바뀐 직후엔 귀 안이 살짝 먹먹해지면서, 마치 누가 뒤에서 문을 닫아버리는 것 같은 압력이 느껴지기도 해.
어느 날엔 CCTV를 확인해봤어. 보통 통로는 화각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서 화면이 완전히 다 나오진 않지만, 문 앞까지는 보이거든. 그런데 새벽 1시 10분이 되면, 딱 2~3초 정도 화면이 지글거리고,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와. 사람 그림자가 움직인 것도 아니고, 화면 깨짐도 딱 그 시간대에만 반복되더라. 전기 문제인가 싶어서 점검을 불러도, 다음 날 똑같이 발생해. 직원들이 그냥 넘어가려 했던 이유가 있었어. 그 시간대엔 누가 봐도 ‘이상해’라고 느낄 만한데, 동시에 아무도 확실히 말할 근거가 없어서.
나는 결국 그 통로가 냄새만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살짝 바꾼다고 느꼈어. 문제는 매장 위생 점검이나 청소 기록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거야. 청소를 하고 나서도 그 타이밍이 오면 냄새가 바뀌어.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을 닦고, 환풍구를 확인해도 소용이 없었어. 오히려 어느 날은 바닥이 너무 깨끗해서, 냄새가 더 선명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깨끗한 상태에서 뭔가가 더 잘 드러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소름이었던 건 ‘통로에서 소리가 날 때’였어. 냄새가 바뀌기 전엔 아무 소리도 안 나. 그런데 냄새가 바뀐 직후, 통로 안쪽에서 아주 작게 종이 마찰 같은 소리가 들리더라. 창고 정리할 때 종이를 넘기는 소리랑 비슷한데, 그 시간엔 정리할 물건을 내가 손에 들고 있지 않았어. 나는 멈칫하고 문을 열었고, 창고는 평소처럼 박스가 쌓여 있었지. 다만 박스 위에 손자국 같은 게 얇게 번져 있었고, 그 위로 냄새가 천천히 번지듯 올라왔어. 내가 손을 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가 한 발 다가가는 순간 공기가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었거든.
그날 이후로 나는 새벽 1시 10분만 오면 통로 앞에서 절대 오래 서 있지 않아. 숨을 들이쉬면 금속 냄새가 목 뒤까지 내려앉고, 시야가 잠깐 흐려졌다가 돌아와. 물론 누가 와서 확인해주진 않겠지, 결국엔 냄새라는 핑계로 넘어갈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통로를 다 지나고 매장 문을 닫는 순간만큼은 늘 생각나. 밤에만 바뀌는 건 냄새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