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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갑자기 창문을 내리며 뒷말을 삼켰어

2026-08-07 12:29:13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갑자기 창문을 내리며 뒷말을 삼켰어. 그날은 비가 막 그친 날이었는데, 나는 뒤좌석에 앉아서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고, 기사님은 늘 그렇듯 라디오 볼륨을 낮춰둔 채로 조용히 달리셨어. 그런데 중간쯤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어. 차가 한 번 덜컥하더니, 기사님 시선이 계기판이 아니라 창밖 어딘가로 고정되는 순간이 있었거든.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랬나 싶었어. 근데 신호가 바뀌어도 창문을 올려달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기사님은 계속 똑같은 표정이었어. 그러다 갑자기 “덥지 않나?” 하면서 내 쪽을 보지도 않고 창문을 확 내리더라. 바람이 스며드는 소리와 함께 차 안 공기가 차가워졌고, 나는 “아, 네” 하고 말은 했는데 기사님이 왜 그러는지 눈치가 빨리 안 잡혔어.

창문이 내려간 채로 10초쯤 지났을까. 기사님이 갑자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하려다 멈춘 것처럼 입을 다물어버렸어. 그리고 그 ‘뭔가를 말하려다 삼킨’ 느낌이 나더라.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안 나왔는데, 마치 혀끝에 걸린 말을 꿀꺽 넘긴 것처럼 소리가 났어. 그 순간 목 뒤가 서늘해졌어. 이유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게 있잖아.

나는 “기사님, 아까 말씀하시려다…?”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순간, 기사님은 핸들을 더 세게 잡았고 차선을 아주 조금씩 비틀기 시작했어. 신호대기 중이었는데도, 기사님은 기다리지 않고 옆 도로로 천천히 끼어들더라. 내비는 직진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기사님은 그걸 무시했어. 그게 더 무섭더라. 운전 미숙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른 길’로 피하는 느낌이 강했거든.

내가 이상하게 느끼니까 기사님이 결국 짧게 말을 꺼냈어. “저기… 뒤에요.” 근데 그 말도 문장으로 끝나지 않았어. 중간에서 다시 삼키듯 끊어버리더니, 속도를 확 올리진 않고 그냥 일정하게 유지했어.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이 차창에 번쩍번쩍 비치는데, 그 비칠 때마다 기사님 손목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백미러를 보기 전부터 이미 뭔가를 본 것 같았어.

백미러를 슬쩍 보자마자, 기사님이 말한 “뒤”가 떠올랐어. 뒤좌석 쪽이 아니라, 내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이 한 대 있었는데 거리감이 이상했어. 분명 신호에서 멈췄다 싶었는데 어느새 바짝 가까워져 있었고, 차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 각도였어. 더 찝찝한 건 그 차가 차선 변경을 하지 않는데도, 계속 우리 뒤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를 유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거야.

나는 혹시 착각인가 싶어서 다시 정면을 보려고 했는데, 바로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렸어. 메시지가 왔는데, 내용이 이상했어. “내려서 확인하지 마.”라고 딱 한 줄. 누가 보냈는지 표시가 없었고, 스팸처럼 번호도 안 떴어. 나는 숨을 들이켰다가, 너무 놀라서 그냥 화면을 껐어. 기사님은 내 표정을 보진 못했는지 계속 도로를 따라가고 있었고, 입술만 꾹 다문 채였다.

“기사님, 혹시 저… 저 차가 이상한 거예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기사님이 잠깐 뒤를 보려다 말고 다시 전방을 봤어. 그리고 다시 그 행동을 했어. 입을 열었다가, 무슨 말을 할 뻔했는지 삼킨 것처럼. 이번엔 더 확실했어. 목구멍에서 ‘툭’ 하는 소리처럼 넘어가는 게 들렸거든. 나는 그때 깨달았어. 기사님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하면 일이 생길까 봐—말을 못 하는 것처럼.

택시는 어느 순간부터 목적지로 가는 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일부러 돌아가는 길처럼 보였어. 골목도 아닌데, 큰 도로 옆으로만 살짝살짝 빠졌다가 다시 합류하더라. 나는 그 ‘사이의 공간’이 뭔가를 피하는 동선 같다고 느꼈어. 그러다 한 네거리쯤 지나서, 뒤에 따라오던 차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어. 백미러를 봐도 공백이었고, 차창 밖 가로등이 비추는 방향만 바뀌었지, 그 차량은 계속 같은 흔적으로 남지 않았거든. 기사님은 그제야 아주 미세하게 어깨를 폈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요금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어. 기사님은 내릴 때도 괜히 말을 더 얹지 않았고, 그 대신 현관처럼 정해진 절차만 하는 얼굴이었어. 나는 돈을 내고 문을 열었는데,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아주 낮게 한 마디만 했어. “차 안이 아니라, 말 안이 먼저 막혀요.” 무슨 뜻인지 물으려 했지만, 그 순간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어. 라디오도 꺼져 있었고, 엔진 소리만 단조롭게 남아있었어.

나도 모르게 뒤를 한 번 더 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근데 내 휴대폰 화면에는 또 다른 알림이 떠 있었어. 이번엔 글자가 몇 초 동안 흔들리더니 이렇게 바뀌더라. “창문 내린 순간, 들리기 시작했어.” 그걸 본 뒤로 택시에서 창문을 내리는 행동이 이상하게 조심스러워졌어. 지금도 가끔 비 오는 날이면, 기사님 입을 다물고 말 대신 삼켜버린 그 소리가 귀에 남아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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