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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물함에 넣어둔 우산이 사라졌다가 다른 칸에서 나왔어

2026-08-08 00:29:15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사물함에 넣어둔 우산이 사라졌다가 다른 칸에서 나왔어. 처음엔 그냥 분실인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사소한 동선이 자꾸 신경 쓰이더라. 비 오는 날은 물론이고, 햇빛 쨍쨍한 날에도 사물함 앞에서 손이 멈칫하는 사람이 생기는 걸 그때 처음 봤다.

사건은 평범한 월요일이었어. 출근할 때 우산은 늘 하던 대로 사물함 맨 위칸에 넣어두고, 가방만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지. 그날따라 비가 조금씩 흩뿌렸는데, 나는 퇴근할 때 우산이 있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었어. 그런데 퇴근하려고 사물함 손잡이를 잡는 순간, 생각보다 가벼워서 이상했어. 우산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거든.

처음엔 누가 실수로 다른 칸에 넣었나 싶었어. 회사가 크다 보니 사물함 번호가 비슷한 사람도 많고, 사내에서 우산을 옮기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그래서 바로 옆 칸, 앞 칸, 뒤 칸까지 슬쩍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우산은 검은색 장우산이었고, 손잡이 쪽에 작은 고무 밴드가 하나 달려 있었는데 그 흔적도 안 보였어.

다음 날 아침에는 더 이상할 게 생겼어. 나는 ‘어제 누가 가져갔겠지’라고 생각하며 다른 우산을 챙겼는데, 출근길에 같은 층 사물함을 쓰는 동료가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었어. “어제 비 오는데, 사물함 앞에서 누가 한참을 들여다보더라.” 동료는 누구인지 얼굴까지는 못 봤다고 했지만, 사물함 번호를 부르는 듯한 소리는 들렸다고 하더라. 그냥 착각일 수도 있는데, 그날따라 내 사물함 칸 쪽을 떠올리게 됐어.

그 주 내내 우산 분실 얘기가 은근히 돌았어. 나만 잃은 것 같지 않았거든. 어떤 사람은 텀블러가 사라졌다가 다음날 다른 사람 칸에서 발견됐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운동용 장갑이 며칠 뒤 “내가 넣은 적이 없는데” 하고 말하더라. 근데 모두 공통점이 있었어. 사물함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분명히 없는데, 다음에 다시 보거나 누군가가 정리하는 타이밍쯤에 갑자기 나타난다는 거.

나는 결국 관리팀에 분실 문의를 했어. CCTV 확인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좀 애매했어. “사물함 구역이 사각이 있어서… 기록이 있어도 정확히는…” 이 말이 끝이었고, 그 뒤로는 알아서 하라는 듯한 분위기.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다시 확인하기로 했지. 퇴근 직전에 사물함 앞에서 번호를 천천히 훑어보다가, 문득 눈에 걸리는 게 있었어.

내가 쓰는 칸에서 한 칸 떨어진 곳. 번호는 분명히 내 게 아닌데, 그 칸 문을 열자마자 비 냄새가 확 올라왔어. 검은색 장우산이 거기 있었거든. 그런데 표면은 멀쩡했는데, 손잡이에 달린 고무 밴드는 내 우산이랑 모양이 똑같았어. 내가 달아둔 건 작은 검은 고리 형태였는데, 거기 붙어있는 것도 똑같이 그 형태였고, 우산 천에 미세하게 생긴 구김도 기억 속이랑 일치했어.

문제는 그 칸이 누가 쓰는지였어. 옆 부서 직원이긴 한데, 그 사람이 그날은 야근한다고 들어서 내가 사물함을 확인할 때도 비어 있는 시간대였거든. 더 이상 따질 것도 없어서 우산을 다시 내 칸에 넣고 끝내려 했는데, 손잡이를 잡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어. 마치 누군가가 문 안쪽에서 손을 뻗어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 실제로 누가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 짧은 압력이 손바닥에 남는 기분이었어.

그날 이후로는 사물함을 열 때마다 자꾸 같은 생각이 떠올랐어. ‘처음 사라졌을 때, 누가 훔친 게 아니라 옮겨진 거라면?’ 그리고 왜 하필 내 우산만, 혹은 특정한 것들만, 엇갈린 칸으로 “돌아오는” 걸까. 나는 그때부터 사물함 앞에서 오래 서 있는 걸 피했어. 그런데도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번호를 확인하고, 바로 손을 떼더라. 누군가가 보는 눈이 있는지, 아니면 뭔가를 건드리면 안 되는지, 그런 분위기가 묘하게 있었어.

지금도 비 오면 우산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상하게도 그 우산을 펼칠 때마다 천 안쪽에 미세하게 젖은 흔적이 남아 있더라. 그 습기는 내가 가져오기 전의 시간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른 칸에서 다시 닫아둔 후의 시간 같기도 해. 사물함은 단순한 철제 상자라고들 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철제 문이 닫힐 때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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