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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주차라인이 자꾸 새로 칠해지는 것 같아

2026-08-08 04:29: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 주차라인이 자꾸 새로 칠해지는 것 같아. 근데 내가 본 건 그냥 관리자가 페인트 칠한 수준이 아니었어. 매번 바뀌는 위치가 너무 “내가 주차한 자리”랑 겹치는 느낌이라, 처음엔 장난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사건은 한여름이었어. 나는 보통 퇴근하면 비슷한 시간에 지하 2층에 올라가서, 늘 같은 구역에 주차해. 표지판도 그렇고, 주차라인도 오래돼서 번호가 잘 안 보이긴 해도 내 눈에는 익숙한 자리거든. 그런데 그날은 내 차를 세우자마자, 맞은편 통로 쪽에서 “툭” 하는 소리랑 함께 누가 이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처음엔 바람에 문이 덜컥거리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이상하더라. 내가 세웠던 자리의 라인이 어제보다 더 진하게 덧칠돼 있었거든. 라인 자체가 넓어지거나, 경계가 살짝 바뀐 게 아니라 아예 “새로 그은 것처럼” 가장자리까지 깔끔했어. 게다가 나는 저녁에 주차하고 나올 때 라인이 저렇게 선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

그래서 관리실에 물어보려다 말았어. 그러면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넘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기도 했거든. 대신 기록을 해봤어. 대충 날짜랑 시간을 메모해두고, 내가 멈춘 구역의 라인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지. 처음엔 그냥 운이 나쁜 건가 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도 거의 같은 패턴이 반복됐어.

일주일쯤 지나서부터는 라인이 “내가 자리를 비운 뒤”에 생기는 것처럼 보였어. 퇴근하고 오면 그럴듯하게 정돈돼 있고, 다음 날 내가 그 자리에 넣으려고 하면 왠지 차가 살짝 더 안 맞는 느낌이 들었어. 정확히는 타이어 위치가 미세하게 비켜가. 이상하게도 카메라가 있는 기둥 쪽으로 약간씩 유도되는 느낌? 물론 내가 주차를 잘못한 건지도 모르지만, 며칠째는 그 미세한 오차가 계속 같은 방향이었어.

그러다 어느 날은, 라인이 바뀐 날인데도 페인트 냄새가 거의 안 났어. 보통 새로 칠하면 며칠은 냄새가 남고, 장갑 낀 누가 문지른 흔적도 보이는데 그날은 그냥 깔끔했어. 나는 지하라서 환기가 덜 되나 했는데,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더 찜찜했어. 그리고 라인이 덧칠된 구간 주변에 희미한 발자국 같은 게 남아있었는데, 신발 모양이 아니라 바퀴 자국처럼 끊기며 지나간 것 같았거든.

그때부터는 내가 주차하는 시간대만 유독 바뀐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나는 퇴근할 때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들어오니까, 그 시간 전후로만 새 선이 정돈되는 느낌이었거든. 심지어 내가 차를 옮기지 않은 날에도,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선이 달라져 있더라. “내 차가 아니라 다른 누가 그 구역에 댔나” 싶어서 다른 날에는 일부러 다른 자리로 옮겨봤는데, 그 자리 역시 며칠 뒤엔 다시 내 기존 위치 쪽으로 정렬이 맞춰진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결국 관리실에 말하긴 했어. 근데 말이 좀 이상해지잖아. “주차라인이 제 자리를 따라오는 것 같다”라고 하면 웃기겠지. 그래서 나는 그냥 “라인이 자꾸 바뀌는데, 작업 일정이 언제냐”라고 물었어. 관리실 아주머니는 “원래 정기적으로 다시 칠해요. 줄이 지워지면 다시 긋는 거죠”라고 대답했는데, 정확히는 그날 일정표를 보여주지 못하더라. 또 한 가지, 자꾸 바뀌는 구역이 특정 기둥 주변이랑만 겹쳤어. 내 눈엔 그게 그냥 관리 편의가 아니라, 뭔가 기준이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 돋았던 날. 나는 일부러 그날은 아예 다른 층, 다른 구역에 주차하고 들어갔어. “그래도 바뀌면 진짜로 말이 안 된다” 싶어서 일부러 시험한 거지.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니까, 내가 평소에 쓰던 그 라인은 그대로 더 진해져 있었고, 내 차가 있던 흔적이 전혀 없는 구역인데도 경계가 딱 맞게 조정돼 있더라. 그때는 정말로 멍해졌어. 마치 누군가가 “기다렸다가” 라인을 새로 그린 것처럼.

지금도 난 퇴근할 때마다 내려가서 라인을 먼저 봐. 선이 너무 예쁘게 정리돼 있으면 괜히 눈을 피하게 되고, 반대로 조금 헐거워져 있으면 안심이 되더라. 페인트가 지워지는 건 시간 때문이라 치자 그런데 왜 매번 내 동선이 겹치는지, 그리고 왜 “냄새도 없이” 깔끔하게 맞춰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지하주차장에는 분명 사람도 CCTV도 있고, 안전 규정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도 라인은 늘 먼저 나를 “기억”하고, 그다음에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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