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내 차례에서 멈췄다
병원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내 차례에서 멈췄다. 처음엔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날부터 이상하게도 그 패턴이 계속 이어졌어. 진짜 별일 없겠지 하고 들어간 건데,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기분이 묘하게 찝찝해지더라.
그 병원은 밤이 되면 특히 조용했어. 응급실 쪽 전등만 희미하게 깜빡이고, 복도 바닥은 닦아둔 티가 나서 소리도 잘 죽었지. 나는 접수 때문에 5층으로 올라가야 했고, 엘리베이터는 중앙에 하나만 있었어. 버튼은 크고 하얀색이었는데,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이 유난히 차가웠어.
평소 같으면 층 버튼 누르고 그냥 기다리면 되잖아. 그런데 내가 5층 버튼을 누르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려던 찰나 멈췄어. 문이 덜 닫힌 것도 아니고, 아예 정지해버린 느낌. 옆에서 누가 타는지 확인하려고 봤는데 아무도 없어. 화면에 ‘5’가 뜨는 순간, 딱 거기서 멈춘 거지.
“아, 고장인가?” 하고 다시 한 번 눌렀어. 그 버튼은 눌렀을 때 살짝 안으로 꺼졌다가 돌아오는데, 이번엔 반응이 더 늦었어. 나는 손을 뗐는데도 한 박자 늦게 반응이 와서, 마치 누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는 것 같더라.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이더니, 이번엔 3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렸어. 근데 안에는 아무도 없고, 문 닫는 소리만 길게 울렸지.
그 뒤로 사람들 말이 조금씩 기억났어. 병원에서 엘리베이터 타면 “내 차례”에서 자꾸 멈춘다는 말.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내가 겪고 보니 그게 괜히 떠도는 얘기가 아니었어. 3층에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5층 버튼을 눌렀는데, 이번엔 엘리베이터가 아예 움직이기 시작하질 않았어. 1층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정지 상태에서 화면만 깜빡였어.
나는 그때 웃으면서 넘기려 했어. “전기 문제겠지.” “대기자가 많은가?” 근데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 버튼 불빛이 내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 더 밝아지는 것 같더라고. 손끝은 그대로 찬데, 버튼만 유난히 선명해져. 여기서부터는 내가 헛것을 본다고 말하기엔 너무 구체적이었어. 소름이 돋는 건 내가 누르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알았다’는 듯 멈추는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았다는 거야.
결국 병원 직원이 와서 잠깐 확인했는데, 직원 말이 “방금 센서가 한 번 걸렸네요.”였어. 그 말 하고는 버튼 옆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작동시켰지. 그때도 엘리베이터는 5층으로 가는 게 아니라 4층에서 멈췄어. 직원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문이 닫히다 말고 다시 열리더라. 열리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고, 안에서 바람이 복도 쪽으로 살짝 새어 나왔어.
복도는 차가웠는데, 엘리베이터 안쪽은 더 차가운 느낌이었어. 나는 그때 엘리베이터 천장에 작은 종이 같은 게 붙어 있는 걸 봤어. 누구도 만지지 않았는데도 늘어져 있었고, 글씨는 흐려서 정확히 읽히진 못했지만 숫자만 선명하게 보였어. 5, 3, 4… 내가 누르던 순서랑 비슷하게 반복됐거든. 그 종이를 본 순간부터 심장이 좀 이상하게 뛰었어. ‘아, 이건 고장이라기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여기서 진짜 무서운 건, 내가 더 이상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 했는데도 상황이 따라왔다는 거야. 직원이 “그럼 다른 엘리베이터로 가보세요”라고 말하고는 통로 쪽으로 안내했거든. 나도 고개 끄덕이고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혼자 ‘딩’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화면에는 내가 누른 적 없는 층 숫자가 떠 있었어. 그 순간, 5층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주 조용히 났어. 마치 손가락 끝으로, 벽지에 대고 톡톡 하는 느낌처럼.
나는 결국 계단으로 올라갔고, 도착한 5층 접수처에서 내 접수번호가 호출됐을 때 손이 덜덜 떨렸어. 진료받을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병원 전체가 다시 조용해지는 타이밍이 엘리베이터와 같더라. 그 뒤로도 며칠 동안 혹시나 싶어서 다시 그 엘리베이터를 볼 때마다, 사람들 뒤에서 버튼 불빛이 먼저 깜빡이는 걸 본 적이 있어. 결국 내 차례에서 멈추는 건 우연이 아니라, 내가 이미 그 패턴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아. 버튼을 누르는 손보다, 누르는 순간에 맞춰 움직이는 무언가가 더 먼저 알고 있는 듯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