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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샤워하고 나오면 수건이 개어져 있던 날

2026-08-09 00:29:15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샤워하고 나오면 수건이 개어져 있던 날, 그게 처음엔 그냥 ‘누가 정리하다가 실수로 넣었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내 머릿속이 계속 같은 장면만 돌았어요. 샤워 끝내고 욕실 문 열었을 때, 젖은 물기 냄새 사이로 수건이 딱 반듯하게 접혀 있어서요. 저는 분명 샤워 끝내고 수건은 아무렇게나 걸어두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거실 쪽에 있던 제 수건이, 마치 누가 자리를 외워놓은 사람처럼 정확히 각 잡혀 있었어요.

처음 발견한 건 여름이었어요. 전날 밤에 빨래를 못 개고 침대 옆에 던져뒀고, 다음 날 아침에 대충 챙겨 샤워를 했죠. 욕실에서 나와서 물기 닦으려고 수건을 잡는데, 손끝이 먼저 알아차렸어요. 보풀이 눌린 방향이 제가 평소 쓰던 방식이랑 달랐고, 접힌 선이 너무 또렷해서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상했어요. 저는 잠깐 웃으면서 ‘아, 어제 누가 치우다 말았나’ 하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다음 행동들이 다 어긋났어요. 저는 보통 수건을 바닥 가까이 툭 걸어두는데, 그 수건은 손잡이처럼 벽 쪽에 딱 걸려 있었고, 샴푸는 쓰던 그대로였는데 수건만 유난히 정돈돼 있더라고요. 더 소름인 건 접힌 모서리 각도가 딱 맞아서, 바람이 불거나 흔들려도 저렇게 유지될 수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저는 ‘내가 깜빡했나?’ 싶어 다시 욕실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는 듯했고 문도 정상으로 잠겨 있었어요.

원룸 특성상 복도 소리가 다 들리잖아요. 저는 그날 밤, 베개를 베고 누워서도 계속 귀를 기울였어요. 화장실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도 없었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누가 언제 접었지’가 반복됐고, 결국 잠을 설친 채로 다음 날을 맞았어요. 출근 준비하면서도 제 손이 습관대로 움직이는데, 수건이 접힌 모양이 자꾸 눈에 걸렸죠.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려고 일부러 의도적으로 수건을 망가뜨렸어요. 샤워하기 전에 일부러 비틀어 바닥에 내려놓고, 샤워 후에는 다시 꺼내서 아무렇게나 걸어두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했어요. 젖은 물기 닦고 나서 수건을 대충 걸어두는데, 욕실 문을 닫는 순간 ‘딸깍’ 소리가 났어요. 그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려서, 저는 잠깐 멈칫했어요. 우리 집 문고리 소리가 원래 저렇게 컸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퇴근하고 들어오면 또 똑같았어요. 문을 열자마자 먼저 수건부터 봤는데, 이번에도 접혀 있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일부러 비틀어 놓았던 흔적이 전혀 없어서 더 놀랐어요. 접힌 방식은 어제와 거의 같았고, 모서리 위치도 거의 동일했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정리하는 사람’이 단순히 누가 치우다 실수한 거라기보다, 뭔가를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내가 샤워하고 나온 시간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 이상한 규칙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수건이 접혀 있는 날은 꼭 샤워하고 나서였고, 샤워를 안 한 날엔 수건이 그대로 흐트러져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욕실 조명을 켜고 끄는 타이밍, 문을 닫는 정도, 심지어 물 튀는 정도까지… 이상하게도 ‘제가 하는 동작’에 맞춰 수건 상태가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직접 확인하려고 밤에 샤워를 하면서 휴대폰 알람을 켜놓고, 물기 닦는 순간까지 시간을 체크했어요. 알람이 울리고 잠깐 정신이 딴 데 팔린 사이에도 수건은 어김없이 반듯해져 있었죠. 그걸 확인하는 순간, 등 뒤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옆집 사람이겠지, 아니면 건물 관리가 들어오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원룸 건물은 관리가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간엔 보통 복도 소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수건은 제가 샤워 끝내는 시간대에 맞춰 나타나는 느낌이었고, 복도 소음이 없을 때도 매번 접혀 있었어요. 결국 저는 거울로 욕실 문틈을 보면서 관찰해봤어요. 문은 안에서 잠금이 걸리는데, 문틈으로 비친 시야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어요. 그래도 수건은 항상 제 자리로 돌아와 있었고, 그 ‘돌아옴’의 속도가 너무 정확해서, 상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느 날은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반대로 행동했어요. 수건을 접지 말고 그대로 걸어두는 걸 넘어, 바닥에 펼쳐놓고 샤워를 끝낸 다음 일부러 발로 툭 차서 구겨버렸죠. “이번엔 못 찾겠지”라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집 안에 들어와서 수건을 봤을 때, 바닥에 흩어진 물기 자국과 달리 수건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어요. 구겨진 자국은 다 사라지고, 접힌 선은 어제와 같았고, 접힌 모양이 제 눈에 익을 정도로 익숙했어요. 그제야 확신 비슷한 게 들었어요. 누군가가 수건을 접는 게 아니라, 수건을 ‘제 습관’처럼 맞춰두고 있는 것 같았다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한 건, 수건을 아예 바꾸는 거였어요. 색도 다른 걸로, 접혀있을 리 없는 재질로요. 그런데 그날 밤, 새 수건으로 샤워하고 나왔는데… 욕실 문을 열자마자, 새 수건은 아직 펼쳐져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굳더라고요. 거실 쪽에선 이전 수건이 누렇게 바래 있는 게 보였거든요. 누가 일부러 가져다 둔 것처럼요.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수건이 접혀 있는 날이 무서운 게 아니라, 접혀 있지 않은 수건까지도 누군가 이미 정해둔 자리에 놓고 있다는 사실이 더 소름이었고, 다음 샤워를 할 때마다 문을 여는 제 손이 이상하게 느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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