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내가 고른 과자 봉지가 계산대에서 열려 있었다
편의점에서 내가 고른 과자 봉지가 계산대에서 열려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건 분명히 안 뜯긴 봉지였는데, 막 결제하려는 순간 점원이 봉지를 훅 집어 들더니 “어, 이거…” 하고 말끝을 흐렸어. 그때 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생각부터 들더라. 멀쩡히 진열대에서 뽑아 들었고, 계산대까지 오면서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데.
그 편의점은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늘 한산한 편이야. 그래서 더 이상한 게, 사람이 많아서 뒤섞인 것도 아니었고, 진열대에서 집을 때도 손가락 끝에 닿는 비닐의 탱탱한 저항감이 확실했거든. 봉지 겉면에 찍힌 글씨도 선명했고, 위쪽 접힌 부분도 그대로였어. 그런데 점원이 봉지를 펼쳐 보이자마자, 윗부분이 이미 한 번 열렸던 흔적이 눈에 띄었어. 마치 누가 미리 열어보고 다시 대충 붙여 둔 것처럼.
점원은 별말 없이 “아, 이거 이미 열렸네요. 다른 걸로 드릴까요?” 하고는 바로 진열 쪽을 쳐다봤어. 나는 당황해서 “아뇨, 그게 제 거 맞는데요. 제가 지금 막…”이라고 말하려 했지. 근데 그 순간 점원이 봉지를 내 쪽으로 살짝 흔들어 보이더니, 봉지 안쪽을 보게 하려는 듯한 행동을 했어. 내가 선택한 과자 특유의 모양이 보이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몇 개가 다른 포장처럼 섞여 있더라. 정확히는 ‘그냥 뜯어본 사람’의 손자국 같은 게 떠올랐달까.
나는 순간적으로 “그럼 제가 산 건 아니라고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같은 말을 꺼내려 했고, 동시에 내 손이 이상하게 차가워지는 걸 느꼈어. 계산대 바로 옆에 작은 CCTV 모니터가 있었거든.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모니터 화면이 잘 안 켜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은 유난히 선명하게 켜져 있었어. 점원이 그걸 의식한 듯한 표정으로, 잠깐 내 얼굴을 보고 다시 봉지를 접더라. 그리고는 “전산으로 찍혀 있으면 제가 확인해볼게요.”라고 했어.
전산 확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어. 점원은 내 과자를 반쯤 닫아두고 다른 과자 하나를 새로 꺼내 건네줬거든. 근데 새로 준 봉지는 내가 원래 고른 것과 같은 제품, 같은 맛이었는데도 포장 상태가 너무 깔끔했어. 딱 봐도 처음부터 안 뜯긴 느낌. 나는 그 봉지를 받으면서도 계속 첫 번째 봉지의 ‘열려 있던 흔적’을 눈으로 쫓았고, 내 속에서는 계속 같은 문장이 반복됐어. 내가 뭘 잘못했지? 누가 바꿔 끼운 거 아닐까?
결제 화면이 뜨고 나서 점원이 영수증을 찍는 동안, 나는 계산대 주변을 슬쩍 봤어. 진열대는 일자로 쭉 이어져 있고, 계산대 바깥쪽에는 손님이 들어오면 동선이 딱 한 갈래로만 이어지게 되어 있거든. 그런데 그 순간 기억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어. 내가 과자를 집을 때, 진열대에서 한 봉지가 살짝 들린 채로 있었던 것 같아. 손끝으로 눌렀을 때 ‘아 이거 눌려 있네’ 하고 넘겼는데, 사실은 누군가 이미 접어두고 다시 끼워 넣은 상태였을지도 몰라. 그리고 점원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확인해볼게요”라는 말이 그냥 습관처럼 들리진 않았거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점원이 다시 와서 “손님, 이건 저희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매장 진열 중에 교체가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라고 말했어. 그 말투가 애매했지. ‘손님 탓’도 아니고, ‘매장 탓’도 아닌. 근데 동시에 내가 처음에 집어 들었던 봉지는 이미 내 손에서 사라진 상태였어. 내가 들고 있던 걸 내가 다 계산대 앞에 가져다 놨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점원은 내 손에서 받은 봉지처럼 자연스럽게 쥐고 있었어. 그 사이가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마치 내가 한 박자 늦게 보게 된 장면처럼.
나는 결국 새 봉지를 결제해서 들고 나왔어.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서도 계속 찝찝함이 남더라. 왜냐면, 편의점 직원이 “열려 있던 걸 발견했으니 환불하겠습니다” 같은 식으로 말하면 이해가 쉬운데, 그날은 그런 단호한 흐름이 없었거든. 대신 ‘전산 확인’ ‘교체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말만 반복됐고, CCTV를 확인한다는 말은 끝내 안 나왔어. 물론 CCTV는 영업시간 내내 다 확인하진 않겠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확인하면 끝나는 문제를 일부러 흐리는 느낌이 있었어. 아니면… 내가 그걸 너무 과하게 느낀 걸까.
집에 와서 과자를 뜯어 먹는 내내 손이 좀 덜덜 떨렸어. 맛은 그냥 그 맛인데, 내가 처음에 골랐던 봉지의 윗부분에 붙어 있던 자국이 자꾸 떠올라서.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같은 제품을 사도 포장이 더 꼼꼼히 보게 되더라. 진열대에서 과자 봉지를 집을 때면, 접힌 부분과 겉면의 미세한 들뜸을 꼭 확인하게 됐어. 누군가 내 옆에서 ‘바꿔 끼운다’는 생각이 들면, 그 뒤로는 세상이 더 조용해지는 것 같거든.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나왔던 그 순간, 계산대 모니터 불빛이 유난히 밝았던 게 지금도 눈에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