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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침낭 지퍼가 잠겨 있지 않았는데 잠겨 있었어

2026-08-09 20: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침낭 지퍼가 잠겨 있지 않았는데 잠겨 있었어.

그날도 여느 때처럼 취침 전 정리 끝내고 바로 침낭에 들어갔어. 나는 지퍼가 침낭 바깥쪽으로 걸리는 방식이라 늘 마지막에 손으로 끝까지 훑어서 잠금 상태를 확인하거든. 근데 그 전날 밤부터 계속 찝찝했는지, 잠금이 제대로 됐는지 확신이 안 들었어. 그래서 잠깐 내 기억을 되짚으며 “잠갔나?”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분명히 잠그지 않은 손맛이었어.

훈련으로 땀에 절어서 들어간 거라,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있었고 팔이 둔해질 정도로 추웠어. 침낭은 얇은 편인데도 안쪽이 꽤 빨리 따뜻해져. 그래서 나는 지퍼를 올려서 완전히 잠그기보다, 위쪽만 살짝 열어둔 채로 몸을 감싸는 습관이 있었어. 그러니까 더더욱 확실했지. “오늘도 이렇게 했는데?” 하고.

문제는 새벽에 생겼어. 부대 소등 시간이 지나고도 한참 뒤, 내가 깨어버린 건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귀가 먹먹해지면서 누군가 옆에서 스치듯 움직인 느낌이 났어. 진짜로 “바스락”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딱 침낭 지퍼 쪽에서 났거든. 나는 아예 움직이지 않고 숨만 죽였어.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기도 싫고, 괜히 놀라서 소리 내면 이상해질 것 같았어.

그런데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지퍼를 당기는 느낌이 아주 천천히 이어졌어. 내가 침낭 속에서 손을 뻗어 확인하려고 했을 때, 지퍼가 스르륵 잠기는 소리가 들렸어. 딱 “딱” 하고 끝나는 그 잠금음.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엔 꿈인지 아닌지 경계가 안 섰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현실이 무서웠어.

나는 바로 반대로, 지퍼를 내려서 확인해봤어. 분명히 잠겨있어야 하는데, 아침이 되면 풀려고 놔뒀던 게 맞잖아? 그런데 막상 손을 잡아당기려 하니까, 지퍼가 이미 반쯤 끝까지 들어가 있는 상태였어. 내가 잠그지 않았는데 말이야. 더 웃긴 건, 그 지퍼는 침낭을 뒤집어야 손이 닿는 위치가 아니라 그냥 옆에서 잡아당기면 바로 잠기는 구조였다는 거야. 즉, 누가 내 침낭을 건드렸다는 얘기인데, 그 시간은 소등 후였고 내 옆은 비어 있었거든.

아침에 일어나서도 난 계속 그 부분만 생각났어. 선임들 다 각자 흩어져 세면대 쪽으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침낭을 정리하다가 손이 멈칫했어. 지퍼 고리 부분에 아주 미세하게 눌린 자국 같은 게 남아 있었거든. 손으로는 내가 그렇게 누르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 “딱” 하고 잠근 후에 힘을 준 흔적. 그리고 이상하게도, 침낭 안쪽 냄새가 달랐어. 전날 밤에 땀 냄새가 섞여있던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 장갑 낀 손으로 만진 뒤에 남는 특유의 건조한 냄새 같은 게 살짝 났어.

그래서 나는 그날 훈련 끝나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확인했어. 근데 확인이라는 게 별거 없더라. 누가 내 침낭을 건드렸을 만한 동선이 있었나,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잠깐이나마 자리를 바꿨나 같은 걸 떠올려봤는데 딱히 걸리는 게 없어. 당직이 오가며 점검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놓고 확인이 이뤄지니까 내 침낭을 손으로 만질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내 침상 주변은 내가 알던 그대로였어.

그날 밤에 다시 확인했거든. 잠깐이라도 눈을 감는 순간, 누가 지퍼를 건드릴 수 있나 싶어서 잠들기 전에 일부러 지퍼를 풀어놓고, 손잡이 부분을 실처럼 단단히 묶어뒀어. “이 정도면 누가 뭘 하든 티가 나겠지” 싶어서.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묶어둔 실이 풀려 있었어. 풀린 방식이 그냥 스스로 풀린 게 아니라, 아주 조심스럽게 매듭만 풀어낸 느낌이었고, 실 끝은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듯 정리돼 있었어. 그리고 그 침낭 지퍼는 또 잠겨 있었어. 이번엔 소리도 안 났는데, 잠긴 건 분명했어.

그 다음부터 나는 이상하게도 침낭 지퍼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어. 지퍼를 확인하면 잠겨 있고, 풀어두면 다시 잠겨있고, 가장 무서운 건 “내가 기억을 착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손끝에서 불쾌할 정도로 확실한 감촉이 남는다는 거였어. 결국 그 부대 생활 동안, 나는 침낭을 잠근 채로 자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어. 밤마다 잠옷 주머니를 만지듯 지퍼 고리를 확인하던 손이 어느 순간부터는 꿈이 아니라 현실에 더 가까워졌거든… 잠겨 있지 않았는데 잠겨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타이밍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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