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추천 0

가족이랑 장 보러 갔다가 계산대에서 갈라진 썰

2026-08-10 08:14:13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가족이랑 장 보러 갔다가 계산대에서 갈라진 썰, 아니 이게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찝찝하더라. 토요일이라 시장통이 북적였고, 엄마는 “오늘은 장 봐서 냉장고 꽉 채우자”고 시작하더니 장바구니를 두 개나 들고 다니셨다. 나는 동생이랑 같이 따라가면서 야채 코너에서 상추랑 깻잎 고르는 걸 도와주고 있었고, 아빠는 ‘필요한 거 목록’이라며 메모한 걸 들고 각자 흩어져 발품 파는 스타일이었어.

처음엔 완전 평화로웠다. 우리는 원래도 장 보면 보통 팀 나눠서 움직이는 편이거든. 엄마는 반찬거리 위주, 아빠는 생필품 위주, 나는 간단히 먹을 간식이나 국거리 체크, 동생은 과일이랑 젤리 같은 거 담당. 그렇게 각자 역할 정해놓고 “계산대에서 만나자” 한마디로 끝이었는데, 문제는 그날따라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거야. 그날따라 장터 통로가 좁아서, 발걸음이 느려지면 금방 뒤엉키는 느낌이 있었거든.

중간에 엄마가 갑자기 “이 배, 향이 살아있네” 하시면서 배 상자를 더 고르시더라. 나는 그 옆에서 귤이랑 오렌지 섞인 걸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고, 동생은 갑자기 분식 코너 앞에서 “이거 어른들도 맛있대!” 하면서 어묵 같은 걸 집어 들었어. 아빠는 이미 마른김하고 조미료 쪽으로 넘어가셨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리만 조금 벌어졌지 완전히 헤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계산대에서 갈라진 건, 사실 작은 오해에서 시작됐어. 계산대 앞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여기 줄이 더 빨라 보여!” 하시면서 한쪽 줄로 들어가시더니, 나는 물건이 조금 더 남아 있어서 옆 코너에서 소금이랑 간장만 더 챙기고 오겠다고 했거든. 그때 엄마가 “그럼 너 여기 서!” 하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찍어주셨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 방향이 정확히 어디인지 내가 눈으로 확실히 확인을 못 했어. 동생도 “나도 아까 그거 가져가야 돼!” 하면서 같이 따라가려다가, 계산대 직원이 “이쪽은 카드만 됩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동생은 또 다른 줄로 이동하더라고.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이 한 줄 안에서만 뭉쳐 있다가 끝까지 같이 가는 구조가 아니었어. 엄마는 카드 줄로 들어가셨고, 아빠는 현금 줄에서 “거스름돈 필요하니까”라며 완강하게 현금만 내시겠다고 하셨고, 나는 ‘내가 서기로 한 자리’가 어디인지 잠깐 헷갈린 상태에서 물건을 들고 다시 돌아가다 보니 아까 엄마가 찍어준 위치와는 다른 줄에 끼어버렸지. 그 순간만 해도 “금방 다시 모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계산대는 생각보다 회전이 안 됐고, 줄은 계속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계속 붙으면서 더 복잡해졌어.

그때부터 진짜로 갈라지기 시작했어. 엄마는 계산대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그냥 자기 차례대로 물건을 내놓으셨고, 나는 내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뭘 사는지 보느라 시간을 놓쳤다. 동생은 계산 끝나기 전에 엄마와 같은 줄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졌고, 아빠는 계산대는 맞지만 완전히 다른 구역에서 “비닐 봉투 이걸로 해줄래?” 하면서 직원과 실랑이 비슷하게 시간을 쓰고 계셨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지금 어디쯤이야?”를 보내려고 했는데, 알림이 안 울리는지 화면만 켜지고 아무것도 못 누르고 있었어. 손에 비닐이랑 장바구니가 같이 있어서, 폰을 꺼내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어려웠거든.

결국 내가 계산을 마치고 나오려고 보니까, 가족 단위로 보이는 사람이 딱 한 명도 없더라. 엄마는 어디로 이동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아빠는 더더욱 보이지 않았고, 동생은 마지막에 보여야 할 동생이 통째로 사라졌어. 장 바구니는 내 손에 그대로 있었는데도, “우리가 약속한 계산대”는 이미 각자 다른 곳을 통과해버린 느낌이라 당황이 확 올라오더라. 그제서야 나는 ‘계산대에서 만나자’라는 말이 실제론 “계산대 건물 안에서 랜덤으로 만나자” 같은 뜻이 되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지.

나는 우선 시장 입구 쪽에 앉을 수 있는 곳을 찾고, 거기서 기다리기로 했어. 그런데 시장 입구는 사람도 많고, 짐을 끌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더 헷갈리는 상황이더라. 그래서 가게들 사이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았는데, 그 와중에 엄마가 뒤에서 “어머, 너 아직 거기 있었어?” 하고 외치시더라. 알고 보니 엄마는 내가 옆 줄에서 기다린 줄로 생각했대. 나는 또 ‘엄마가 찍어준 그 자리’가 어디였는지 확신이 없어서 움직였고, 그게 서로 반대 방향이었던 거지. 동생도 그때쯤 나타났는데, 동생은 분식 코너에서 계산이 늦어져서 다른 입구로 나온 걸로 보였고, 아빠는 현금 계산이 길어지는 바람에 또 다른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

아빠가 표정이 좀 굳어 있긴 했는데, 막상 모두 모이니까 웃음이 나왔다. 엄마는 “다음엔 줄 서는 위치를 정확히 말해”라고 하셨고, 나는 “내가 못 알아본 게 내 잘못인데, 그때 너무 붐벼서요”라고 얼버무렸어. 동생은 “내가 어묵이랑 젤리 사느라 늦었지” 하면서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했고, 아빠는 “나는 현금이 편해서 그랬어, 현금은 내 마음의 안정”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시더라. 그렇게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버스 창밖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어. 가족이 헤어지는 건 별일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 잠깐의 어긋남이 하루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는 걸 말이야.

집에 도착해서 냉장고에 장을 넣으면서도 계산대에서 갈라지던 그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누군가는 더 빨라 보이는 줄로 들어가고, 누군가는 손에 쥔 짐 때문에 폰을 못 만지고, 누군가는 그저 “곧 만나겠지” 하고 믿어버리는 게 다 모여서 생긴 작은 사고였거든. 그래도 결국 다 같이 돌아왔다는 게, 이상하게 더 크게 느껴졌어. 다음에 또 장 보러 가면 이번엔 그냥 “계산대에서 만나자” 말고, 정확한 위치랑 대기 포인트까지 정해두자고 다짐했다. 오늘 하루는 웃음 섞인 잔소리로 끝났는데, 그 잔소리가 다음엔 덜 헤어지게 해줄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괜찮더라.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