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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손님이 안 왔는데 택배가 쌓여 있었어

2026-08-10 16:29:12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손님이 안 왔는데 택배가 쌓여 있었어. 그날은 원래대로면 누가 오거나 전화라도 한 통은 와야 했는데, 해가 지고도 마을길은 조용했고 집 안 전등만 자꾸 켜졌다 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막했어. 나는 창고 쪽을 슬쩍 확인하러 나갔다가, 처음엔 그냥 “나중에 오겠지” 하고 넘길 수 있었던 걸 그때부터 계속 생각하게 됐어.

집은 작은 편이지만 우편함이랑 현관 앞 공간이 넓어서, 택배 기사들이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런데 이날은 택배 상자가 현관 바닥 쪽에 줄줄이 놓여 있었어. 크기들이 다 비슷했고, 봉투처럼 얇은 것도, 박스처럼 큰 것도 섞여 있었는데 이상한 건 전부 주소가 우리 집 주소로 되어 있다는 거였어. 문제는 내가 주문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야.

처음엔 동네 사람이 대신 받은 걸 내가 착각한 줄 알았어. 그래서 상자를 하나씩 대충 훑어봤는데, 하나는 “수취인 부재 시 경비실 확인”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고, 또 다른 건 “문 앞 보관”이라며 스티커까지 붙어 있었어. 시골집에 경비실이 어디 있어. 아무리 그래도 택배 기사들이 우리 집을 잘 아는 편이라면, 이런 문구를 굳이 확인도 없이 적어둘 리가 없잖아.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어봤어. 택배를 어디서 보냈는지 확인하려고 송장번호를 찾았는데, 상자마다 송장 스티커가 붙어 있긴 했지만 번호 체계가 좀 이상했어. 마지막 자리가 전부 비슷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민감하게 굴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확인해도 확인해도 똑같은 패턴처럼 보여서 괜히 손끝이 차가워지더라.

그때 문득, 그날 아침에 들었던 소리가 생각났어.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마당 쪽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났거든.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날은 그보다 좀 무게감이 있는 소리였어. 나는 잠결이라 그냥 다시 잤고, 해가 떠 있을 땐 눈이 잘 안 떠서 신경도 못 썼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상자를 두고 가는 소리였을지도 몰라.

손님이 안 온다고 했지. 우리 집이 원래 좀 그런 집이야. 특정 날짜가 되면 누구는 꼭 “올게” 하고, 누구는 “택배 받을게” 하면서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 연락이 없었고, 확인해야 할 사람도 없었어. 상자 옆면을 보면 다른 사람 이름이 적힌 흔적이 남아 있을 때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고 전부 깔끔하게 우리 이름만 적혀 있었어.

나는 결국 제일 작은 박스를 열어봤어. 내용물이 뻔할 줄 알았거든. 생활용품이거나, 누가 실수로 잘못 보냈거나, 그런 거. 그런데 안에는 물건이 아니라 얇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어. 종이엔 “문 열어두세요” 같은 문장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엔 날짜가 있었는데 날짜가 오늘이 맞았어. 웃긴 게, 종이를 펼치자마자 바닥에 떨어진 먼지 냄새가 마치 오래된 서랍을 열었을 때 나는 냄새랑 비슷했어.

나머지 상자들도 비슷했어. 열어본 건 두세 개뿐이지만, 전부 종이 한 장씩이 들어 있었고, 종이에 적힌 문장이 조금씩 달랐어. 어떤 건 “현관 앞은 비어있지 않아요” 같은 말이었고, 어떤 건 “전화를 늦게 해도 괜찮아요”처럼 이상하게 배려하는 톤이 섞여 있었어. 물건이 없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했어. 누가 괜히 장난치려면 적어도 물건이라도 넣지 않나 싶었는데, 전부 “상황을 유도”하는 문장만 남겨둔 느낌이었거든.

그 다음엔 소름 돋는 걸 봤어. 현관에서 상자를 치우려고 바닥을 쓸었는데, 상자 밑에 얇은 테이프 조각이 남아 있었어. 분명히 기사들이 붙이고 가는 건 두꺼운 포장 테이프일 텐데, 그건 너무 얇고 투명했어. 게다가 테이프가 일자로 붙어 있지 않고, 마치 누가 “여기까지는 발자국이 지나갔어요”라고 표시하듯 끊어져 있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집 안쪽을 돌아봤는데, 창문에 내 그림자가 겹쳐서 비치는 각도가 딱 내가 상자를 열어볼 때의 자세랑 같더라. 그때부터 바깥이 아니라 집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어.

결국 나는 택배 기사에게 연락을 다시 했어. “이거 실수로 잘못 온 거 맞나요?” 물으니, 상담원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해당 배송은 수취인 확인 후 반품 절차 들어간 상태로 보입니다” 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수취인 확인이라니, 누가 확인했지? 나는 현관에 아무도 들어온 기억이 없고, 열어둔 문도 없었어. 통화를 끊고 나서 현관을 다시 보니까, 가장 맨 마지막에 놓여 있던 상자가 하나 더 생겨 있었어. 아까 없던 크기였고, 상자 윗면 종이엔 손글씨로 “이번엔 늦지 말아요”라고 쓰여 있었어. 그 문장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어. 손님이 안 온 게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손님이 오게 만들 방식”을 정해두고 있었던 것 같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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