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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정전이 난 듯 꺼졌다가 바로 켜졌는데 바닥이 달랐어

2026-08-10 20:29:12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정전이 난 듯 꺼졌다가 바로 켜졌는데 바닥이 달랐어. 그날은 진짜로 “설마” 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손끝이 싸늘해진다. 나는 10층에서 내려가는 중이었고, 엘리베이터는 평소처럼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전등이 한 번에 꺼지더니, 멈춘 것도 아닌데 진짜 순식간에 어둠이 통째로 덮였거든.

정전이면 보통 삐- 소리랑 함께 비상등이 켜지고, 사람들도 당황하잖아. 근데 그 순간은 달랐어. “툭” 하고 멈춘 느낌도 없이, 버튼 패널의 작은 불빛까지 싹 사라졌다가 곧바로 켜졌어. 나도 놀라서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는데, 켜진 다음에 표시창은 멀쩡했고 층수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문제는 바로 바닥이었어. 켜졌을 때 나는 자동문 사이로 비치는 복도 조명 때문에, 엘리베이터 내부를 원래보다 더 선명하게 본 것 같았거든. 그때 바닥이… 이상했지. 평소엔 회색 무광 타일처럼 보이던 게, 이상하게도 바닥 무늬가 바뀌어 있었어. 타일 줄이 같은 방향인데, 선의 간격이 달랐고 마감도 더 매끈했어. 마치 “다른 바닥”을 위에 덮어놓은 것처럼.

처음엔 내가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줄 알았어.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몇 초 뒤, 손잡이 옆에 붙은 안내문이 또랑또랑하게 보이더라. 원래는 낡아서 글씨가 흐릿했는데, 그 순간에는 글씨가 새 것처럼 또렷했어.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바뀐 상태”였다는 게 더 무서웠다. 사람 마음이야 실수할 수 있어도, 안내문까지 똑같이 바뀐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바닥을 계속 봤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바닥 무늬가 내 시야에 따라 흔들리긴 했는데 방향은 변하지 않았어. 그런데 분명히 “아까”와 “지금”은 달랐지. 특히 가운데 쪽에 있던 얼룩이나 스크래치 같은 자국이 없어졌어. 대신 새 바닥처럼 아주 얕은 결무늬만 남아있는데, 그 결무늬가 너무 규칙적이라서 오히려 티가 났어.

그때 문득 옆에서 누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어. 같이 탄 사람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돌아보는 순간 너무 이상한 걸 봤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 문이 닫히는 반사광 때문에 유리처럼 흐릿하게 비치긴 했는데, 문제는 “위치”였어. 방금 전까지는 분명 버튼 쪽을 보고 서 있던 것 같은데, 바닥이 바뀐 뒤로는 그 사람이 내 시선과 정확히 같은 거리에서, 아무 표정도 없이 서 있었거든.

그 사람은 말이 없었고, 엘리베이터가 3층쯤 도착했을 때도 문이 열리기 전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었어. 나는 본능적으로 “이거 내가 잘못 본 거 맞지?” 하고 다시 문을 보기 시작했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복도 바닥의 색도 아주 잠깐 달랐어. 정말 잠깐이야. 복도 조명이 바뀐 건가 싶을 정도로, 1초쯤 다른 톤으로 보이다가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지. 마치 누가 화면을 살짝 다른 장면으로 바꿨다가 재생 버튼 누른 것처럼.

3층에서 내리면서도 나는 엘리베이터 안을 끝까지 봤어. 내리기 전에 바닥을 한 번 더 확인했는데, 그 바닥이 아까 내가 본 바닥이랑 그대로였어. 그리고 안내문도 여전히 새 것처럼 또렷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바닥이 바뀐 이유를 설명할 만한 흔적은 없었어. 공사도 아니고, 교체한 티도 아니고, 누가 무언가를 덧댄 흔적도 없었어. 엘리베이터는 그냥 “정전처럼 꺼졌다가” 켜졌을 뿐인데.

며칠 뒤 관리실에 물어봤어. “엘리베이터 전기 나간 적 있어요?” 하고 짧게 물어보는 정도였는데, 돌아온 대답이 더 찜찜했어. 관리인은 웃으면서 “그날 전기 들어왔다고만 들었지, 무슨 바닥 교체는 없었어요”라고 했거든. 그러면서도 내 질문에 딱 맞는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어. 마치 본인이 알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 뒤로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일부러 바닥 쪽은 잘 안 보게 됐어. 그런데 가끔 계단으로 내려가기 전에, 습관처럼 바닥을 한 번 훑게 되더라. 그때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늘 “원래 바닥”이 아니었어. 내 기억이 바뀐 걸까, 아니면 그날의 바닥이 어딘가에 걸려서 남아있는 걸까. 엘리베이터에서 정전이 난 듯 꺼졌다가 바로 켜졌는데 바닥이 달랐어—그 말은 이제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아직도 내 생활에 아주 얇게 끼어 있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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