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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밤마다 현관문에 ‘빨리 와’ 같은 문자가 끼워져

2026-08-11 04: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현관문에 ‘빨리 와’ 같은 문자가 끼워져요.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매일 밤마다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나를 부르고 있나” 싶어지더라고요. 저는 원룸 반지하도 아니고, 1층도 아닌데 현관문 틈으로 뭔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매번 똑같이 나요.

사건은 이사 첫 주였어요. 어느 날 새벽 두 시쯤, 화장실 가려고 방문을 열었다가 현관 쪽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현관문을 열어보진 못했는데, 문틈으로 뭔가가 끼워져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고요. 문 아래쪽을 보면 작은 종이 조각 같은 게 들어가 있었고, 거기엔 굵은 글씨로 ‘빨리 와’라고만 적혀 있었어요.

솔직히 너무 간단해서 더 이상했어요. 욕설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누구 이름도 없고 그냥 그 문장만 덩그러니. 저도 어리둥절해서 다음 날 관리실에 물어봤는데, 관리실에서는 “그런 거 종종 있어요. 누가 착각하거나 장난치는 경우도 있고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냥 종이를 떼서 버렸어요. ‘이상한 사람만 아니면 되겠지’ 하고 넘어가려 했죠.

근데 그날부터 규칙이 생겼어요. 밤마다, 정확히는 늘 집에 불이 꺼진 시간대쯤 현관문에서 똑같은 소리가 났어요. 어떤 날은 종이에 ‘빨리 와’라고만 있고, 어떤 날은 ‘지금’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어 있었어요. 또 어떤 날은 종이가 아니라 얇은 비닐 같은 걸 문틈에 끼워둔 것처럼 보여요. 겉보기엔 별거 아닌데, 저한테는 계속해서 “나 지금 기다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겁이 나서 밖에 나갈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일부러 밤에 불을 켜놓고 소리를 기다려봤어요. 새벽이 되자 현관문 쪽에서 다시 바스락 소리가 났고, 저는 아무 말 없이 문 손잡이를 꽉 잡은 채로 숨을 죽였죠.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문틈 쪽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는 안 났어요. 대신 종이만 툭 떨어지는 소리처럼, 누가 손을 넣고 빼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어요. 잠들기 전마다 현관 매트를 확인하고, 문틈을 휴지로 살짝 막아두고, 창문 틈도 확인했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매트는 그대로인데, 문틈 안쪽에 또 종이가 생겨 있어요. 휴지로 막아둔 부분을 누가 딱 비켜가면서 넣은 것처럼 모양이 이상하게 정돈돼 있었고, 그 종이들은 항상 손글씨처럼 보이는데 글씨가 매번 같은 압력으로 써져 있어요. 장난 치는 사람이라면 글씨가 조금씩 흔들릴 텐데, 그건 거의 변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국 엉뚱한 데서 실마리를 찾았어요. 같은 복도에 사는 사람이 저보다 먼저 들어왔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난 그런 거 못 봤다” “그냥 새벽에 누가 왔다 간 적은 있다” 정도만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분이 아주 조심스럽게 “문틈에 뭔가 끼우는 소리는 들리긴 해요. 근데 그게 누구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했어요. 그 말 듣고 나서야, 그 소리가 제 집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게 실감났죠. 다만 다들 무서워서 그냥 넘기는 건지, 아니면 아무도 못 본 건지 그 차이는 모르겠어요.

그 뒤로는 글씨가 더 짧아졌어요. ‘빨리 와’만 있을 때도 있고, ‘빨리’까지만 있는 날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은 종이가 아니라 현관문 안쪽에 아주 작은 표시가 남아 있었어요. 누가 연필로 살짝 긁은 듯한 흔적. 그걸 보고 나니까, 누군가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여기야”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제가 문을 잠그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 제가 불을 켜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어서 더 신경이 곤두서더라고요.

결국 저는 CCTV를 달아보려 했어요. 하지만 원룸 특성상 복도 방향을 제대로 보려면 설치가 쉽지 않았고, 관리실은 “다른 세대 사생활 침해 때문에 각도가 안 나와요”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제 눈으로 확인한 건 종이랑 소리뿐이에요. 다만 매번 그 종이를 꺼내 들면, 이상하게 종이 가장자리에 제 손바닥이 닿지 않아도 젖은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비 오는 날도 아니었는데, ‘누가 잠깐 손을 대고 넣었나’ 싶은 그런 냄새랄까, 느낌이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아직도 가장 소름 끼치는 건 마지막 문장이 아니라 “그 다음 행동”이에요. 그날 ‘빨리 와’가 끼워진 게 아니라, 종이가 아예 없었거든요. 대신 현관문 아래쪽에서 아주 얇은 물체가 종이 대신 끼워져 있었고, 그것을 빼서 펼치려는 순간 문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딱 제 문 앞에서 멈추는 소리가 났어요. 마치 제가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는 사람인 것처럼,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의 타이밍을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다음 소리는 없었는데, 전 그날 이후로도 밤만 되면 현관 쪽을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자꾸 눈이 가요. 원룸에서 밤마다 현관문에 ‘빨리 와’ 같은 문자가 끼워져 있다는 건, 결국 누가 글을 남긴다기보다 제 삶의 문을 먼저 열어버린 것 같아서 더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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