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전화를 대신 받았다며 말했어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전화를 대신 받았다며 말했어. 정확히는, 내가 택시를 타고 목적지 말하고 나서도 한참 뒤에 기사님이 “아까 전화 한 통 받으셨죠?” 하고 웃으면서 말을 꺼낸 순간부터 이상해지더라. 나는 분명히 내 휴대폰을 들고 통화한 적이 없었고, 화면도 한 번도 켜진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날은 늦은 밤이었어. 갑자기 일이 꼬여서 지하철 막차는 놓쳤고, 급하게 택시를 잡아 탔지. 기사님은 조용했는데 네비만 보고 운전하셨고, 나는 뒷좌석에서 지인한테 “지금 어디쯤?” 이런 톡을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보내려다 말고, 내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을 하더니 화면이 켜졌어.
화면에 ‘부재중 통화’ 같은 표시가 뜨는 것도 아니고, 그냥 통화 화면만 켜진 거야. 발신자 번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계속해서 통화 중인 것처럼 시간이 흘렀어. 나는 놀라서 휴대폰을 꺼냈고, 당연히 통화 버튼을 눌러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화면에는 “연결됨”이라고 떴는데 소리는 하나도 안 났어.
그래서 손을 더듬어 볼륨을 확인하려는 순간, 기사님이 내 쪽을 힐끗 보더니 “받으셔야죠”라고 말했어. 순간 내 귀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기사님이 그걸 또렷하게 반복하더라고. “전화를 대신 받았다고요. 아까 한 통.” 나는 “뭔 소리세요? 제가 지금 통화한 적 없는데요?”라고 하니까 기사님이 잠깐 웃고는 다시 전방을 봤어.
그때 나는 택시 안 공기가 확 달라진 느낌을 받았어. 창문은 닫혀 있는데, 마치 누군가 손대고 지나간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서늘했거든. 기사님은 말을 이어가면서 “기사님이 받으라니까요. 근데 손님은 안 받으시고 계속 통화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라고 했어. 나는 휴대폰을 다시 확인했는데, 화면엔 여전히 통화가 진행 중인 것처럼 시간이 흘렀고 ‘종료’ 버튼만 멀쩡하게 깜빡이고 있었어.
나는 당황해서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껐는데, 꺼지는 데는 성공했거든.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내 휴대폰이 또 진동했어. 이번엔 화면이 켜지기도 전에, 자동으로 스피커로 연결되는 것처럼 택시 안에서 아주 작게 ‘응…’ 하는 숨소리 같은 게 들렸어. 말이 들린 게 아니라, 마치 누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 바로 숨만 내쉰 느낌. 나는 소름이 돋아서 휴대폰을 뒤로 던지듯 손에 쥐었고, 기사님은 그제야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렸어.
기사님이 “아, 이제 끊겼네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투가 그냥 안내 멘트처럼 자연스럽지가 않았어. 마치 누군가랑 이미 대화를 끝냈고, 그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람처럼 들렸거든. 내가 “기사님이요? 무슨 통화를요?”라고 묻자 기사님은 잠깐 멈칫하더니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서요”라고 했어. 안 들린 게 아니라, 목소리가 ‘없었다’는 뉘앙스. 그 순간부터 기사님 얼굴이 너무 평온해서 더 무서웠어. 보통은 당황하거나 설명을 길게 하는데, 그는 오히려 더 조용해졌거든.
목적지 근처라서 나는 얼른 내릴 준비를 했어. 카드 결제하려고 하니까 휴대폰 화면이 다시 켜지더니, 발신자 이름이 ‘기사님’으로 표시됐어. 내가 저장해둔 적도 없는데. 전화 기록을 보려는 순간, 화면에는 짧게 메시지처럼 한 줄이 떠 있었어. “연결은 됐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전해줘.” 딱 그 문장만. 나는 그 문장을 읽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고, 그 사이 택시 미터기 소리만 계속 ‘틱…틱…’ 나더라.
내가 기사님에게 “이거 뭐예요? 제 폰에 어떻게 이런 게…”라고 하니까, 기사님은 손을 한 번 크게 저었어. “아뇨, 제가 한 건 없어요. 그냥 아까 그 통화가 꺼지질 않아서요. 손님이 안 받길래 제 핸드폰으로 확인했죠.” 기사님은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겠다며 내려다보지 않았는데도, 손 안에 무언가를 쥔 듯한 동작을 했어. 나는 “그럼 왜 기사님이 제 전화를 대신 받았다며 말해요?”라고 물었지.
기사님은 그제야 아주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게… 제가 받은 게 맞는지, 아니면 누가 제 쪽에 전화를 돌려놓은 건지 모르겠어요. 근데 분명히 들리더라고요. ‘받았어?’라고요.” 그리고는 목적지 도착도 아닌데 갑자기 속도를 줄였어. 도로 옆 가로등이 한 번 깜빡이더니, 내 화면도 그 타이밍에 맞춰 꺼졌다가 켜졌어. 통화 화면 없이, 그냥 부재중 통화 1개만 떠 있었고 발신자 번호는 그대로 ‘기사님’이었어.
마지막으로 내렸을 때 기사님이 문득 뒤돌아 말했어. “손님, 오늘 밤에 전화 오면 받지 마세요.” 나는 “어차피 제 폰이 이상한 거겠죠”라고 얼버무렸는데, 택시 문 닫히는 순간 내 휴대폰이 한 번 더 진동했어. 그 진동은 내가 집에 갈 때까지 계속됐고, 연락처 목록엔 아무도 없는데 통화 화면만 떠서… 나는 지금도 가끔 그 택시 타던 길을 떠올려. 내가 안 받은 게 맞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이미 받았다’고 처리해버린 건지, 그게 제일 찝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