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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단계에서 서로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2026-08-11 19:12:12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썸이 제일 애매한 구간이 있잖아.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신호를 읽는데, 상대는 확신을 줄 만큼 직진도 안 하고 그렇다고 차갑게 선을 긋는 것도 아니고. 나도 딱 그 시기에 있었어. 소개로 만났고, 첫 만남 때 분위기 괜찮았거든. 카페에서 두 시간 넘게 얘기하고 헤어질 때는 “다음에 또 보자” 이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어.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야. 상대가 연락 텀이 들쑥날쑥했는데, 그렇다고 잠수는 아니야. 예를 들면 내가 “오늘 날씨 좀 춥다” 이런 가벼운 말 보내면, 몇 시간 뒤에 “그러게, 감기 조심해!” 이렇게 답이 오긴 와. 다만 대화가 이어질 때가 있어도 꼭 내가 질문을 던지면 그때까지는 가볍게 반응만 하고, 정작 자기 얘기는 천천히 푸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나만 마음이 앞서나?’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먼저 “너 요즘 뭐해?” 하고 묻더라.

처음엔 그냥 좋은 사람이니까 바쁘겠지 했어. 근데 썸이라는 게 참 이상해. 잘 지내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한테 어떤 의미지?’가 머릿속을 자꾸 때려. 나는 티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티가 나나봐. 약간 더 신경 쓰게 되고, 답장 속도나 이모티콘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됐어. 그러다가 어느 날 카톡이 이렇게 됐거든.

: “이번 주말에 시간 돼?”
상대 : “토는 애매하고 일요일은 괜찮을 듯!”
: “그럼 일요일에 뭐 먹을까, 너는 취향 있어?”
상대 : “일요일에 보자 ㅎㅎ 아직은 잘 모르겠네. 너가 정해줘도 돼.”

여기서 나는 묘하게 당황했어. ‘너가 정해줘’는 귀찮아서가 아니라 편하게 기대는 느낌일 수도 있는데, 동시에 ‘확실히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진 않다’는 신호 같기도 했거든. 그래서 나는 일부러 무리해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오케이 그럼 사진 보고 정할게” 이런 식으로 가볍게 넘겼어. 근데 그날 밤에 혼자 생각했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애매하게 나오나?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그 다음 만남 때도 그랬어. 영화 보러 갔는데, 손을 잡자고 하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거리감 있는 것도 아니야. 옆자리에서 가끔 어깨가 닿는데 상대가 바로 피하진 않더라. 대신 말투가 편해. “여기 괜찮다” “너 이런 거 좋아하더라” 이런 말들을 하는데, 그 말들이 고맙긴 한데 동시에 ‘썸’의 온도만 유지하는 느낌이었어. 집에 가기 전 카톡을 또 보냈어. “오늘 재밌었다. 다음엔 네가 고르는 데 가자” 이렇게.

상대가 답한 문장은 짧았어. “나도 좋았어! 다음에 보자” 이 정도. 물론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닌데, 내가 기대했던 건 ‘나도 너 좋아하게 되는 중이야’ 같은 확신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그때 결정했어. 더 확인하려고 집착하면 망친다는 걸. 대신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행동으로 보자고 마음먹었지.

그래서 다음 주엔 내가 먼저 약속을 제안하긴 했는데,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어. “이번 주에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너 편하면 한 번 볼까?”라고 톤을 낮췄어. 그랬더니 상대는 의외로 빨리 답을 줬어. “응 편해! 저녁 어때?” 그리고 그 뒤로는 대화가 조금 살아났어. 내가 밥 먹는 취향 말하면 “그럼 그 집 가자” 이렇게 바로 이어가고, 내가 “요즘은 이거 좀 자주 봐” 하면 “나도 그거 봤어” 하고 반응이 붙더라. 이때야 알았어. 상대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확신을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일 수도 있구나.

근데도 완전히 편해지진 않았어. 왜냐면 나는 여전히 ‘서로 좋아하는지’를 말로 듣고 싶었거든. 그래서 아주 살짝, 근데 부담 안 되는 방식으로 물어봤어. 만남 끝나고 헤어지면서 “나랑 있으면 편해?”라고 장난처럼 던진 거야. 상대는 잠깐 멈칫하더니, “응. 되게. 근데 너도 그럴 것 같아” 하고 웃었어. 말은 애매했는데, 표정이 확실했어. 그날 집에 와서도 카톡이 계속 이어졌고, “다음에 또 보자”가 이제는 그저 날짜 잡는 말이 아니라, 기대를 담은 말처럼 들리더라.

결국 우리 관계가 어디까지 갔냐면, 아직도 완전히 공식화된 사이는 아니야. 근데 이상하게도 그 애매함이 줄어들었어. 서로 좋아하는지 확신을 ‘한 번에’ 얻는 게 아니라, 작은 약속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태랄까. 나는 그동안 상대가 먼저 확신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서로가 편해지는 방식으로 천천히 확인해가는 거더라고. 요즘은 카톡에서 상대가 이모티콘을 더 자주 쓰고, 내가 바쁘다고 하면 “괜찮아. 다음에 더 얘기하자” 이렇게 말해줘. 그래서 마음이 가끔 흔들리려 해도,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아.

썸 단계에서 서로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답은 ‘확인 질문을 세게’가 아니라 ‘확신이 오게끔 시간을 주는 것’인 것 같아. 물론 불안은 남아. 나도 여전히 가끔은 생각해. 오늘도 내가 먼저 마음을 내면 부담일까, 아니면 기다리면 더 멀어질까. 근데 그 불안이 있기에, 다음 만남이 더 설레는 것 같아. 아직 확정이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조금씩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느낌이거든.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카톡을 보낼 때, 상대의 답장 속도보다 그 사이의 온도를 한 번 더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웃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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