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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하에서 화장실 불이 켜질 때마다 누가 문을 잡아당겼어

2026-08-12 00:29:11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지하에서 화장실 불이 켜질 때마다 누가 문을 잡아당겼어. 그게 진짜로 일어난 건지, 아니면 내가 겁이 많아진 건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그 날 이후로는 “불이 켜지면 손잡이 소리가 나기”가 루틴처럼 붙어버렸거든.

처음엔 별거 아니었다. 야근하다가 지하 화장실에 가면 늘 어둡고, 누가 먼저 들어갔다가 나오면 조명이 켜져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복도 끝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전구가 ‘딱’ 켜지더라. 그 순간, 문 쪽에서 아주 천천히 끌어당기는 소리가 났어. 손으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느리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나는 솔직히 웃겼다. 관리팀이 작업하다가 놓친 건가 싶어서, 그냥 문 앞까지 갔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안쪽에서 뭔가가 걸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문이 살짝 당겨지는 것 같은데, 반대로 밀어도 쉽게 밀리지 않고, 손잡이가 미세하게 떨리는데도 힘은 가해지지 않는 이상한 상태였어. “누가 있어?” 하고 부르려다 말았고, 그냥 소리 없이 뒤로 물러섰다.

다음 날부터는 확인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 난 몰래 관리실 근처를 서성이다가, 지하 조명 스위치가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는지 대충 봐뒀거든. 자동으로 켜지는 구조가 아니라, 누군가가 스위치를 눌러야 불이 들어오는 걸로 확인됐어. 그러니까 불이 켜진 건 ‘어둠에서 자동 점등’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행동했다는 뜻인데… 문제는, 불이 켜진 직후마다 문을 잡아당기는 소리가 이어졌다는 거야.

세 번째 밤쯤엔 더 확실했어. 12시 넘어서 다른 층이 조용할 때, 나는 일부러 지하로 내려가지 않고 10분 정도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시간을 뒀어. 그러다 화장실 쪽에서 다시 불이 켜지는 걸 봤지. 그리고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니라 “잡아당김” 소리부터 나. 천천히, 마치 문틈을 통과할 수 없어서 안에서 바깥을 시험하듯 당기는 것처럼 들렸어. 누가 문을 잠깐 붙잡고, 놓치고, 다시 잡는 그런 리듬이 있었어.

그날 나는 처음으로 동료한테 말했어. 근데 다들 웃더라. “지하에 오래된 배선이 있어서 불 깜빡이는 거 아니야?” “화장실 문이 잘 안 닫혀서 그런 소리 나는 거지.” 다들 그럴듯한 말만 해줬어. 나도 맞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건 그 ‘소리의 타이밍’이 항상 같다는 거였어. 불이 켜지는 순간, 그리고 딱 그 다음 몇 초 안에.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 정확했어.

일주일 뒤, 나는 결국 화장실 앞에 서서 문득 용기를 냈어. 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러 간다기보다, “이번엔 내가 듣고 있겠다”는 마음이었지. 불이 꺼진 상태에서 기다리다가, 누군가가 스위치를 눌러 불이 켜지는 걸 확인했어. 그리고 그 즉시 손잡이 쪽이 ‘톡, 톡’ 하고 아주 약하게 울리는 느낌이 들더라. 소리가 나면서도, 문이 완전히 열리진 않아. 대신 바깥에서 문이 살짝 당겨졌다가 멈추는 게 느껴졌어.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내가 문을 열면 닿는 순간에 멈추고, 내가 문을 안 건드리면 다시 느리게 당기는 것 같았거든.

그 뒤로는 미친 듯이 확인하고 싶어지면서도, 동시에 피하고 싶어졌어. 밤마다 화장실 불이 켜질 때마다 가슴이 먼저 쿵 내려앉았고, 문 앞에 서면 손끝이 저릿했어. 그리고 웃긴 건, 소리가 점점 “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가까이 있는 거리”에서 들린다는 느낌이었어. 누군가가 내 등 뒤에 서 있다가, 내가 뒤돌아보기 전에 한 발 물러나는 느낌. 내가 화장실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마다, 소리는 더 조용해지거나 방향이 바뀌는 것 같았어.

마지막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한번은 일부러 스위치를 끄지 않고 그대로 두고, 문 앞에서 30초 정도 버텼다는 거야. 불은 켜져 있었고, 복도는 고요했는데, 문 쪽에서 당기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당기는 소리’가 아니라 ‘손이 다른 곳을 찾는 소리’처럼 바뀌더라. 문 아래쪽을 살짝 긁는 듯한 소리, 손잡이 주변을 맴도는 듯한 소리. 그리고 끝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적. 불만 계속 켜져 있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 정적이 제일 무서웠어. 왜냐면 다음 날에도 똑같이 불은 켜졌고, 소리도 이어졌는데, 이번엔 내가 문 앞에 서지 않았는데도 문이 아주 약간 움직이는 느낌이 났거든.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 지하 화장실은 그냥 불이 켜지고 문이 닫히는 공간이 아니라, 불이 켜질 때마다 누군가가 “확인하러 온다”고. 문을 잡아당길 손은 결국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손이 다음엔 무엇을 잡게 될지…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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