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밤에만 문풍지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반복돼
시골집에서 밤에만 문풍지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반복돼. 처음엔 바람이 드나드는 소리겠지 싶었는데, 그게 너무 “딱” 맞게 들리더라. 보통은 한 번씩 요란해졌다가 약해지는데, 이건 매번 같은 간격으로 똑같이 울려. 밤 열두 시가 넘으면 시작돼서, 내가 잠깐 깜빡할 때마다 소리가 몇 번 더 이어지고 그 다음이 문제였어.
그날도 비슷했어. 나는 장작을 한 번 넣고 거실에 앉아 TV를 켜둔 채로 졸아버릴 뻔했거든. 그런데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TV 소리보다 먼저 잡혔다. 문풍지에 바람이 스치는 “스르륵” 하는 소리인데, 그게 1-2-3처럼 분명한 박자였어. 대충 들리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3초, 3초, 3초… 이렇게 일정하게 이어져. 멈추는 타이밍도 항상 같았고, 이상하게도 내가 고개를 돌리면 소리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처음엔 창문을 잘못 닫았나 싶어서 방문을 닫고 방충망도 확인했는데, 손대고 나면 소리가 잠깐 줄었다가 다시 같은 박자로 돌아오더라. 문풍지는 바람을 받는 자그마한 천 조각이라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소리도 달라질 텐데 그게 안 바뀌어. 거실 쪽 창이든 안방 쪽 창이든, 결국은 같은 “박자”를 유지하는 거야. 바람이 아니라 누가 리듬을 맞추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며칠 지나서 나는 그 소리를 달력처럼 계산하기 시작했어. 밤이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 한 번 시작하면 30분쯤 이어졌다. 그리고 딱 그 30분 뒤에는 항상 “뚝” 하고 멈췄어. 그때마다 집안 공기가 확 식는 느낌이 들었는데, 진짜로 온도계로 재보진 않았지만 목이랑 등줄기에 소름이 올라. 가장 이상한 건, 그 소리가 나만 듣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동생이 먼저 말하더라.
동생이 “형, 어제 또 들었어?” 하길래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동생도 같은 걸 말해. “밤에 문풍지 소리, 그거… 처음엔 바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문 쪽에서 숨 쉬는 것 같아.” 동생은 겁이 나서 잠을 못 잤다더라. 우리는 서로 말하기 전엔 전혀 몰랐는데, 똑같이 “숨”이라는 표현을 썼어. 그때부터 문풍지 소리가 진짜로 바람인지, 아니면 바람을 흉내 내는 무언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한밤중에 내가 일부러 시험해봤어. 문풍지 소리가 나는 시간에 맞춰서 거실 창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일부러 창문을 손으로 쓸어보듯 살짝 건드렸거든. 근데 이상했어. 바람이 오면 문풍지가 같이 흔들려야 하는데, 손을 대고 있는데도 소리는 계속 같은 박자로 나오는 거야. 마치 내가 움직여도 리듬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창문을 꽉 닫아버렸는데, 문풍지 자체가 멀쩡한데도 방 한복판에서 같은 “스르륵” 박자가 들렸어.
그때부터는 밤마다 겁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소리가 들릴 때마다 집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어. 가족들이 다 자고 있는데, 문풍지 소리만 남아 있는 것처럼. 소리가 울릴 때마다 거실 구석의 어두운 그림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조명은 그대로였고 커튼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어. 나는 그게 바람 때문이라고 넘길 수가 없더라. 결국 내가 포기하고 거실 불을 켜고 버티면, 소리는 더 또렷해졌다가 그날은 조금 더 빨리 끝났어. 불을 켠다고 멈추는 게 아니라, 더 잘 들리게 만드는 느낌.
일주일쯤 지나서 집안 어르신이랑 통화하게 됐어. “요즘 밤에 문풍지 소리 들려?”라고 물었더니, 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그거… 어릴 때도 가끔 났다” 하시더라. 그리고 아주 짧게 덧붙였어. “문풍지는 바람이 아니라, 집이 기억하는 거라더라.” 무슨 소리인지 웃어넘길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그 말이 나온 날부터, 소리의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거든. 처음엔 3초 간격이었는데, 어느 날은 2초 반, 어느 날은 4초처럼 흔들렸어. 대신 멈추는 타이밍은 여전히 같았고.
마지막으로 소름이 돋았던 건, 내가 멈추는 시간을 “딱” 맞춰서 깨어 있었던 밤이야. 늘 30분 뒤에 뚝 멈췄는데, 그날은 정확히 그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멈추는 순간에 거실 문을 열어 확인했어. 문틈으로 바깥 어둠이 보이는데 바람은 거의 없었고, 마당에는 조용히 고요만 깔려 있었지. 근데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건 바람이 아니라 “미세한 공기 압력” 같은 거였어. 문풍지 소리가 나던 쪽이 아니라, 내 등 뒤에서 아주 낮게 숨이 한 번 쉬는 소리가 들렸거든. 그 다음부터는 문풍지 소리가 다시 같은 박자로 돌아오지 않았어.
지금도 가끔 그 집에 가면 밤이 되기 전엔 괜찮다가, 시계가 자정을 넘기는 순간부터 귀가 먼저 긴장해. 문풍지 자체는 멀쩡해도, 내가 예상하는 그 박자가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이상하게도, 소리가 다시 시작되기 직전에 항상 한 번씩— 마치 누가 문을 열기 전처럼—집이 숨을 참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날 이후로 나는 창문을 볼 때마다, 문풍지 소리가 바람인지 아닌지보다 “왜 하필 밤에만”인지 떠올리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