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뒤쪽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뒤쪽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아. 처음엔 그냥 습관처럼 느끼는 착각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는 확실하게 “여기 있다”는 감각이 몸 뒤로 붙어버렸어.
회사 건물은 층수도 많고 출근 시간엔 늘 사람 냄새가 섞이잖아. 나도 원래 엘리베이터를 타면 한쪽 구석에 서서 휴대폰을 보곤 했는데, 매번 문이 닫히는 순간만 되면 등 뒤가 살짝 차가워져. 바람이 온 것도 아닌데, 누가 한 뼘 거리에서 숨을 쉬는 느낌 같은 거.
처음엔 피곤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상한 건, 다음 층에서 누가 들어오거나 나가도 그 감각이 유지된다는 거야. 내가 고개를 돌리면 늘 아무도 없었고,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을 봐도 내 뒤에는 공기가 비어 있었지. 그래도 문이 열리는 타이밍마다 “딱” 하고 등 뒤가 먼저 반응해.
그날은 유난히 일정이 밀려서, 퇴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돼 있었어.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닫히고, 곧바로 뒤쪽 감각이 올라왔어. 누군가 내 어깨 너머로 서 있는 것처럼 어깨가 살짝 눌리는 느낌. 나는 무심한 척 앞만 보고 있었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그 사람의 “존재”가 더 또렷해졌지.
내가 사무실에서 같은 층으로 출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있긴 해. 가끔 같이 타기도 하고, 인사도 하고. 근데 그 사람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지 않는 날에도 똑같이 뒤쪽에 누군가 있는 느낌이 반복됐어. 그래서 그때부터는 누군가 내 자리에 “따라” 서는 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공간 자체가 내 등을 향해 조정되는 것처럼 느껴졌어.
시험삼아 한 번은 일부러 다른 자세를 해봤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문이 열리기 전에 손을 뻗어서, 내가 서 있는 바닥 라인 바로 뒤쪽 벽면을 가볍게 쓸어보는 식으로. 근데 손끝이 닿는 감각은 늘 똑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문이 열릴 때마다 손끝 아래 공기가 더 차갑게 변하는 것 같았어. 마치 누군가 문이 열리는 순간에만 움직이고, 나는 그 변화를 먼저 느끼는 것처럼.
어느 날은 아예 녹음을 해뒀어. 휴대폰을 켜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부터 문이 열릴 때까지 소리를 저장해두는 거야. 그날도 등 뒤가 먼저 반응하길래, 나는 “혹시 누가 뒤에서 발소리 내나?” 같은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 재생해보면 특이한 건 없었어. 대신 문이 열릴 직전, 아주 짧게 금속이 아주 미세하게 긁히는 소리 같은 게 섞여 있었어. 사람 발소리랑은 결이 달랐고, 마치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누군가 자세를 바꿀 때 나는 소리 같았달까.
그 뒤로는 그냥 엘리베이터를 피하게 됐어.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보면, 생각보다 체력이 빠르게 닳더라. 그래도 계속 타는 것보단 낫다고 믿었어. 근데 문제는 “문이 열릴 때마다”라는 그 리듬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나타나지 않기 시작했다는 거야.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내가 내리기 직전 바깥 복도 소리가 들리기 직전엔 등 뒤가 먼저 긴장돼. 문이 열리는 순간을 내 몸이 먼저 감지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제일 소름이 돋았던 건, 내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던 날이야. 퇴근이 늦어져서 거의 마지막으로 탔는데, 그 층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뒤쪽 감각이 한 번 더 밀려왔어. 이번엔 그냥 “서 있는 느낌”이 아니라, 내 뒤에서 누군가가 아주 조용히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빈 공간만 보였지. 그런데 문이 완전히 열린 순간, 내 어깨 바로 뒤 벽면의 스피커 쪽에서, 누가 숨을 멈춘 뒤에 내는 짧은 잡음 같은 게 들렸어.
그 뒤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문이 열리기 전 내 몸이 먼저 돌아볼 준비를 해.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 “없는 자리”를 확인하는 기분. 그래서 나도 이제는 궁금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뒤쪽에 서 있는 게 누군가라서 무서운 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자리가 비워질 때마다 내가 거기 맞춰지는 건지… 그 생각을 하고 나면, 다음 번엔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등 뒤에서 먼저 감각이 와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