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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책상 서랍에서 낯선 반창고가 나왔다

2026-08-12 20:29:13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책상 서랍에서 낯선 반창고가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별거 아닌 거라 생각했어. 서랍을 꺼내고 먼지 털고 닦고, 책상 위에 올려둘 소형 프린터랑 램프까지 세팅하고 나서야 눈에 띈 거거든. 서랍 밑면이랑 모서리 사이에 종이봉투처럼 얇게 접힌 게 하나 들어있었는데, 봉투를 뜯는 순간 끈적한 냄새가 확 올라왔어. 그리고 거기엔 반창고가 접혀서 들어있었다.

판매자한테서 받은 상태 사진엔 그런 거 없었는데, 그날은 택배 뜯자마자 바로 쓰느라 꼼꼼히 못 봤던 것도 사실이야. 반창고는 오래된 것 같진 않았고, 대신 색이 좀 이상했어. 일반적인 파란색이나 살색이 아니라 약간 누런빛에, 가장자리 부분이 반복해서 눌린 자국처럼 울퉁불퉁했거든. 손으로 만지면 접착면이 살짝 들러붙는 느낌이 들었고, 먼지가 붙어있는데도 접착력이 살아있다는 게 더 찝찝했어.

나는 그냥 “누가 포장하다가 실수로 넣었나?” 하고 넘기려 했는데, 서랍을 더 꺼내보니 반창고가 단순히 떨어져 있던 게 아니라는 게 보였어. 서랍 안쪽 나무판과 금속 레일 사이 틈에 딱 맞게 끼워져 있었고, 반창고 모서리가 그 틈 모양으로 눌려 있었거든. 마치 누군가가 급하게 숨기듯 넣어둔 것처럼 각도도 정확했어. 그때부터 손끝이 좀 차가워지더라.

그래도 확실한 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서랍을 바깥으로 빼고 레일 주변을 휴지로 닦아봤어. 그러자 휴지에 미세한 갈색 가루 같은 게 묻어 나왔는데, 얼룩이라기보단 접착이 눌리면서 생긴 잔여물 같은 느낌이었어. 진짜로 다쳤던 사람의 흔적이라면 너무 직설적이라 생각했는데, 반창고가 고의로 끼워져 있었다는 정황이 자꾸 붙었어. 나는 무심하게 “아, 누가 쓰다 남은 거겠지”라고 말은 했지만, 머릿속이 자꾸만 그 생각으로 돌아오더라.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가도, 혹시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한 번 더 찾아봤어. 책상 아래쪽, 서랍이 닫힐 때 닿는 위치에 작은 긁힘이 있었거든. 손톱으로 세게 문지르면 안 없어지는 정도의 자국. 그리고 그 자국이 반창고의 위치랑 같은 방향이었어. “혹시 서랍을 닫다가 손을 긁었다” 같은 설명도 가능은 한데, 반창고를 틈새에 끼워 넣는 행동은 정상적인 사고 흐름이 아니잖아. 그날은 이상하게도 내 주변 공기가 멈춘 것 같았어.

결국 판매자에게 “서랍 틈에 반창고가 들어있던데 이게 원래 들어있던 건가요?”라고 물어봤어. 상대는 처음엔 읽씹하더니, 한참 뒤에 답장이 왔어. 답장이 짧았고, “그거 제가 넣은 적 없어요. 포장할 때는 없었는데, 배송 중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있어요.” 이런 말이었지. 배송 중에 틈새에 딱 맞게 끼워질 수 있나 싶어서 말문이 막혔어. 그래도 나는 증거를 못 잡으니까, 그냥 “혹시 추가 사진 괜찮으세요?” 하고 더 물어봤어.

그 뒤로 판매자는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톤이 달라졌어. “책상 상태 괜찮으신지, 사용은 해보셨는지” 같은 질문 위주로 대화가 바뀌더라. 반창고 이야기는 슬쩍 빠지고, 오히려 내가 먼저 쓰다 생긴 문제처럼 돌리는 느낌이 있었어. 나는 솔직히 기분이 확 상했는데, 따지면 따질수록 더 찝찝해질 것 같아서 결제 취소나 환불 얘기는 꺼냈어. 그때부터 이상하게도 메시지가 더디게 왔고, 답도 뜸해졌어.

그래서 나는 결국 그냥 내 쪽에서 확인하기로 했어. 반창고를 꺼내서 버리려는 순간, 접힌 면에 손글씨처럼 보이는 자국이 아주 옅게 찍혀 있는 걸 봤거든. 글자는 아니고 잉크 번짐 같은 건데, 자세히 보니 숫자 형태가 겹쳐져 있었어. 딱 “날짜”처럼 보이는 건지 확신은 못 했지만, 서랍 아래에 적힌 흔적이랑 방향이 맞았어. 혹시 책상에 작은 낙서를 해놓고, 누군가 그걸 덮으려고 반창고를 끼워 넣은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라.

그날 밤 잠을 잘 못 잤어. 책상은 거실 한가운데 놓였는데, 서랍을 열고 닫는 소리도 평소보다 크게 들렸거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문득문득 서랍 틈을 생각하게 됐어. 누가 다쳤는지, 왜 반창고를 숨겼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게 거기 있어야 했는지” 그 부분이 자꾸 마음을 긁었어. 혹시 누군가가 이 책상으로 무언가를 끝내려 했고, 흔적을 지우다가 실패한 건 아닐까 같은… 그런 쓸데없는 결론이 계속 자라났어.

며칠 뒤엔 반창고를 버린 게 아니라, 그냥 봉투에 다시 넣어 박스 구석에 숨겨놨어. 겉으로는 멀쩡한 책상인데, 내 방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왠지 모르게 “기억이 남는 물건”을 쓰게 된 기분이 들었거든. 가끔 서랍을 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서랍 틈으로 먼저 가더라. 그 반창고가 아직도 거기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 때가 있어…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해. 누군가는 다친 게 아니라, 다친 척을 해서라도 다음 사람에게 남기고 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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