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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배달 음식 포장 뜯는 소리가 내 방에서 들렸다

2026-08-13 00:29:11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배달 음식 포장 뜯는 소리가 내 방에서 들렸다.

그날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왔는데, 현관문 닫는 소리도 채 안 끝났을 때부터 바스락, 비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분명 복도에서 나는 소리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방 안에서 더 또렷했어. 나는 배달을 시킨 적이 없었고, 문 앞에 아무도 오지 않았거든. 그래도 혹시 택배가 잘못 들어온 건가 싶어서 방문을 열었는데, 복도는 조용했고 누가 있는 흔적도 없었어.

다시 문을 닫으려는데 “툭” 하는 소리랑 함께 포장 뜯는 소리가 한 번 더 났어. 그 소리가 방 안 쪽, 정확히 침대 옆 책장 쪽에서 나오는 느낌이 들었지. 에어컨 바람도 안 나오던 날이었고, 벽지나 배관에서 나는 잡음이라기엔 너무 일정했어. 비닐의 결이 늘어나는 소리처럼 계속 반복되는데, 사람 손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리듬이었거든.

나는 그냥 무시하고 불 끄고 누웠는데, 그때부터가 더 이상했어. 소리가 멀어지지 않고 가까워졌어. “슥… 뜯…” 하는 소리가 한 번씩 나고, 그 사이에 작은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같은 게 끼어들었어. 분명 복도에서 들린 게 맞다면 내 방 안에서는 그렇게 가까울 수가 없잖아. 결국 다시 방문을 열었는데, 이번엔 반대쪽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듯 차가운 공기가 스쳤어. 복도에선 아무도 없었고, 관리실 번호도 야간이라 연결이 안 됐어.

그날 내가 제일 확신한 건 ‘냄새’였어. 배달 음식에서 나는 기름기 냄새, 간장 비슷한 향이 아주 옅게 올라왔는데, 창문을 열어도 그 냄새는 멀어지지 않더라. 방 안에서 느껴지는데, 신기하게도 침대에서 몸을 조금만 비틀면 냄새가 더 짙어졌어. 나는 배달을 시킨 게 아니니까 더더욱 이상해서, 휴대폰을 열어 주문 내역을 확인했는데 최근 주문이 없었고, 결제도 없었어. 그제야 내가 들은 소리가 ‘실제 배달’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지.

다음 날 아침, 나는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어. “밤에 배달 소리가 들리는데 복도 쪽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관리실 분은 한참 있다가 “그런 신고는 처음이에요. 원래 배달 뜯는 소리 민감한 세대가 있긴 해요”라고만 말했어. 그 말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더라. 원룸은 벽이 얇고, 아래층이나 옆집 소리가 들릴 순 있는데, 그 소리는 내 책장 옆에서 시작해서 내 침대 쪽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잖아.

그날 저녁에 또 들렸어. 이번엔 비닐이 아니라 숟가락이 포장재를 긁는 소리처럼 ‘긁긁’ 하는 게 반복됐어. 나는 문을 열지 않았고, 대신 방문을 등 뒤로 두고 방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지. 이상하게도 소리는 천장에서 들렸다가, 어느 순간 벽을 타고 옆으로 옮겨 붙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나는 벽에 손을 대봤는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한 벽이었어. 그런데 손끝에선 소리의 방향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문제였지. 소리는 물리적으로 닿는 감각이 아니라 ‘위치가 바뀌는’ 느낌으로 따라왔어.

세 번째 밤, 나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결국 현관 쪽으로 나갔어. 문을 살짝 열어 복도를 확인하려는 순간, 내 방 안에서 포장 뜯는 소리가 동시에 났어. 복도에서라면 내 방에서 똑같은 타이밍으로 날 수가 없잖아. 나는 소리 나는 쪽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꺾었는데, 그때 책장 위에 있던 종이봉투가 살짝 흔들리고 있었어. 봉투는 내가 어젯밤에 아무렇게나 올려둔 것도 아니고, 평소엔 그 자리에 물건을 올리지도 않았거든. 더 웃긴 건, 봉투 안에서 아주 작은 ‘접히는’ 소리가 났다는 거야.

나는 봉투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닫았어. 그날 이후로는 배달을 시켜도 포장 뜯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까 봐, 일부러 조용한 시간대에만 먹고 바로 치웠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더 크게 났고,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있을 때는 거의 안 들렸어. 마치 누군가가 내 신경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달까. 밤이 되면 비닐 찢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가 실제로 주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져서 오히려 마음이 식지 않더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은 날이 있어. 그때는 포장 뜯는 소리가 아니라, 접시를 내려놓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 먹었네” 같은 말이 아주 작게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어. 귀로 들었다기보단, 머릿속에 문장처럼 들어온 거라 더 소름이 돋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원룸에서 밤에 소리에 예민해진 채로 살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배달 소리가 아니라 ‘누가 내 방에서 시간을 먹고 있는지’ 떠올리게 돼. 아직도 어떤 날은 비닐만 스치면, 내 방의 공기가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아서 문 잠금부터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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