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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매일 같은 모양이야

2026-08-14 04:29:09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매일 같은 모양이야. 처음엔 그냥 계절이 바뀌면서 각이 맞는가 보다 했는데, 이상하게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가려져도, 빛이 바닥에 찍히는 모양만은 절대 안 틀어져. 나는 그걸 ‘신경 쓰면 더 신경 쓰이는 거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 다음 날부터는 아예 모양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 집은 외갓집이었고,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 해가 질 때쯤이면 마당이 금방 어두워져. 내가 방을 쓰게 된 건 일 때문에 잠깐 내려온 기간이었는데, 아침에 눈 뜨면 창문 아래 틈 사이로 햇빛이 한 줄처럼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바닥에 딱 떨어지는 모양이 있었거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삼각형 같은 그림자였고, 그 테두리가 얇게 선명했어. 중요한 건, 그 모양이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각도로 생긴다는 거야.

처음엔 시간도 대충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 비슷하니까 그림자도 비슷하겠지, 하고. 그런데 날이 흐리면 빛이 약해져야 정상이잖아? 그런데도 그 삼각형은 희미해지긴 해도 형태는 유지됐고, 무엇보다 바닥의 그 ‘끝점’이 늘 똑같았어. 줄자로 재보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때는 그냥 겁이 나서 안 했어. 재면 더 선명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

어느 날은 천둥이 쳤고, 창문에 비가 굵게 들이치는데도 방 안 바닥에는 그 모양이 남아 있었어. 빛이 들어오는 틈은 창틀의 아주 작은 벌어진 틈이었는데, 비가 그 틈을 타고 스며들면 빛이 꺾이거나 번져야 하잖아. 근데 그런 게 아니라, 삼각형이 마치 ‘자리 고정’이라도 된 것처럼 정확히 찍혔어. 나는 그날 밤에 베개 옆에 있던 휴대폰 화면을 켠 채로 계속 창문을 봤는데, 새벽이 될 때까지 모양이 흔들리지 않더라.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빛이 ‘그림자’가 아니라 ‘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이상한 비유로 들릴지 모르는데, 삼각형의 끝이 바닥에서 아주 낮게 끊어지면서 그 뒤가 어두운 구멍처럼 이어져 보였어. 창문 틈에서 들어오는 건 빛인데, 그 어두운 부분이 너무 깊어서 시선이 계속 빨려 들어가. 나는 그걸 보려고 하지 않으려고 눈을 돌려도, 눈을 감아도 떠오르더라. 한 번 생긴 모양은 머릿속에 남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그래서 집 안을 한 번 둘러봤어. 창틀을 만져보면 벌어진 틈이 분명 있었고, 나무가 조금 들떠 있긴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틈의 폭이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해 보였어.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자꾸만 ‘누가 매일 똑같이 조정해 둔 것 아닐까’ 같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등줄기가 식었어.

며칠 지나자 내가 출근을 하고 돌아와도, 방 안 바닥의 삼각형 모양은 거의 같은 크기와 같은 위치를 유지했어. 내가 없는 시간에 해가 비치는 각이 달라질 텐데도 말이야. 그럼 누군가가 창문 틈의 각도를 조절한다는 얘기인데, 이 시골집은 관리하는 사람도 따로 없고, 내가 봤을 때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어. 특히 밤에 문이 저절로 잠겨 있거나, 누가 살짝 닫아둔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됐거든.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확실히 해보려 했어. 삼각형이 바닥에 찍히는 위치에 종이를 대고 표시를 해뒀는데,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니까 종이가 살짝 옮겨져 있었어. 바닥이 기름진 것도 아니고, 종이가 바람에 날릴 정도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종이 옮겨진 방향이 항상 같은 쪽이었고, 그게 삼각형의 끝점이 향하는 방향이랑 일치해. 그때부터는 빛이 ‘그림’이 아니라 ‘흐름’을 만드는 것 같았어. 빛이 오는 자리가 아니라, 무언가가 지나갈 자리를 알려주는 것처럼.

그리고 가장 소름이었던 건, 마지막 날이었어.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봤는데, 삼각형 모양이 원래 있던 위치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거든. 아주 조금이었고 눈으로는 ‘대충 이 정도겠지’ 할 정도였는데, 이상하게도 내 심장이 먼저 알아차렸어. 나는 종이 표시를 떠올렸고, 종이가 옮겨졌던 방향을 기억했어. 그 순간 빛의 틈 사이로 미세하게 무언가가 스치듯 움직인 게 보였는데, 그게 먼지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되더라. 다만 확실한 건, 그 모양이 ‘고정’이 아니라 ‘기다림’ 같은 상태였다는 거야.

지금도 가끔 그 집 생각이 나.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매일 같은 모양이라며 웃어넘기려 했던 나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동시에 그때 내가 한 걸음만 더 다가갔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게 돼. 빛은 매일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는데, 마지막엔 왜 굳이 조금만 어긋났을까. 그 어긋남이 누군가의 신호였는지, 아니면 그냥… 다음 날의 예고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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