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면 손바닥에 작은 긁힘이 생겨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면 손바닥에 작은 긁힘이 생겨.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만졌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누르기 전에 이미” 시작된 것처럼 느껴지더라.
사건은 평소처럼 출근하던 날이었어.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데, 손바닥이 살짝 따끔했어. 화면도 아니고, 손등도 아닌 딱 손바닥 쪽. 자세히 보니까 손바닥 한가운데에 아주 얇은 흠집이 났는데, 피는 안 났고 가느다란 긁힘 자국만 남아 있었어.
나는 그냥 먼지나 금속에 스친 거겠지 하고 손을 닦고, 퇴근할 때까지 그날은 잊고 살았어. 근데 다음 날도 똑같이 일어나더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가서 층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시 한 번 손바닥이 미세하게 긁히는 느낌이 났고, 똑같은 위치에 비슷한 결의 자국이 생겼어. 신기하게도 방향도 비슷했어. 마치 누군가가 얇은 칼끝으로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선.
처음엔 내가 무심코 뭔가를 쥐고 있었나 찾아봤어. 열쇠고리, 카드지갑, 휴대폰 케이스까지 다 확인했는데 이상한 건 없었어. 그리고 더 찝찝한 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아무 감각이 없는데, 누르는 그 찰나에 딱 생긴다는 거야.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따끔해지는 게 아니라, 누르는 순간부터 손바닥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장갑을 끼고 버튼을 눌러봤어. 두꺼운 건 아니고 얇은 작업용 장갑이었는데, 그날은 손바닥이 긁히지 않았어. 대신 손바닥이 아니라 장갑 안쪽에 작은 마찰 자국처럼 보이는 얼룩이 남았고, 장갑을 벗겨서 보니까 손바닥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가 약간 까슬까슬했어. 마치 버튼이 사람 피부를 긁는다기보다, 장갑을 끌어당기듯 훑고 지나간 느낌이었어.
그 후로는 내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국이 생길 때가 있었어. 예를 들어, 집에 도착해서 잠깐 다른 일 하느라 엘리베이터 버튼 근처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집에 돌아와 손바닥을 씻고 나서 보니까 또 아주 작은 긁힘이 생겨 있었어. 위치가 늘 비슷하고, 길이가 늘 비슷하고, 선이 늘 일정한 방향이야. 그때부터는 “내가 눌렀을 때만 생기는 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뭔가를 ‘기억’하듯 반응하는 것 같아서 무섭더라.
관리실에 말해볼까도 생각했는데, 말하면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할 것 같았어. 대신 버튼을 만질 때마다 멀리서 손을 들이밀어 보거나, 손가락 끝만 대고 조심스럽게 눌러봤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더 미세하게 따끔했어. 손바닥 전체를 대는 게 아니라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긁힘이 남으니까, 내가 얼마나 조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거든.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버튼이 나를 “인식”하는 쪽에 가까운 느낌.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가 유난히 오래 걸렸어.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가서 어느 층으로 갈지 생각하는 사이, 손바닥이 또 따끔해지는 느낌이 스쳤어. 나는 그 순간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시선이 먼저 손바닥으로 갔고, 거기에 작은 선이 생기고 있었어. 그때부터는 손바닥이 아니라 목 뒤가 먼저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고, 엘리베이터 안 스피커에서 잡음이 한 번 ‘뚝’ 끊기는 소리도 들렸어. 이상하게도 그 잡음 이후에야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움직였어.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를 거의 안 썼어. 계단으로 내려가고 올라가고, 손바닥이 멀쩡한 날이 며칠 지나가니까 안심도 됐고. 근데 오늘 아침, 잠깐만 쓰자 하고 들어갔는데, 문이 닫히기 전에 손바닥에 아주 작은 긁힘이 이미 생겨 있더라. 피도 없고, 상처도 얕은데 손바닥 중심이 묘하게 간지러웠어. 집에 와서 거울로 보니까 자국이 어제랑 똑같이 “버튼을 누르는 방향”으로 나 있었어.
그 순간 든 생각이 있어. 엘리베이터가 나를 긁는다기보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기억하는 방식’을 따라 하는 게 아닐까. 손바닥에 남는 그 얇은 선이, 어느 날부터는 내가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잠깐 멈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