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선풍기에서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숨 쉬는 소리가 났다
중고거래로 산 선풍기에서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숨 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내가 괜히 예민해진 줄 알았어. 택배 상자 뜯고 나서 바로 돌려봤는데, 바람이 나오는 사이사이에 “후-…후-…” 하는 소리가 섞여 들렸거든. 사람 숨소리처럼 일정한 리듬이 아니라, 먼 데서 누가 내는 것처럼 희미한데도 이상하게 박자가 맞았다. 분명히 모터 소리랑은 결이 달랐다.
그 선풍기는 중고 사이트에서 아주 싸게 올라온 거였어. 상태는 “바람 잘 나와요, 소음 적어요”라고 되어 있었고, 사진도 별로 심하게 찍힌 게 없었지. 나는 설치해두고 1단으로 틀었는데, 그때는 숨소리 같은 게 들리지 않다가 2단부터 슬쩍 나타났어. 바람 세기가 올라가면서 소리도 같이 커지는데, 그게 가장 소름이었던 포인트야. 소리 크기가 우연히 비슷한 게 아니라, 실제로 회전수에 맞춰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필터나 먼지 때문에 나는 “바람 타는 소리”겠거니 생각했어. 그래서 선풍기 앞쪽을 열어서 먼지를 털고, 날개도 닦고, 혹시 이물질이 걸렸나 확인했지. 하지만 청소를 해도 소리는 그대로였어. 오히려 청소하고 더 부드럽게 돌아가니까 “후-…후-…”가 더 또렷해지는 것 같더라. 3단으로 올리면 소리가 끊어질 듯 길게 늘어지고, 다시 내리면 멈칫하듯 간격이 바뀌었다.
내가 이상하게 느낀 건, 바람이 나오는 방향이 아니라 선풍기 본체 쪽에서 소리가 더 선명하다는 거였어. 방 한가운데에 세워두고 거실, 부엌, 방 문 앞까지 거리를 바꿔가며 들어봤는데, 가까울수록 숨소리 같은 잔음이 더 살아났고, 멀어지면 모터 소리 사이로 다시 묻혀버렸어. 그래도 특정 구간에서는 모터가 아니라 숨이 먼저 들리는 순간이 있었지. “소리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느낌”이랄까.
나는 결국 판매자에게 연락했어. “돌리면 숨 쉬는 소리 나는데 정상인가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그런데 답이 좀 이상했어. 판매자는 “그거 원래 있어요, 오래된 거라 그래요”라고만 짧게 말하고 사진이나 추가 설명은 안 보내더라. 그리고 거래 후 연락이 잘 안 되던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엔 더 빠르게 답이 왔는데도 내용이 너무 뭉뚱그려서 찜찜했어. 결국 난 반품 얘기를 꺼냈고, 판매자는 “기사 부르면 점검해보라”는 말만 반복했지.
기사 부르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어. 선풍기 전원 콘센트도 다른 데로 옮기고, 멀티탭이 문제인가 싶어서 벽 콘센트에 직결해봤어. 그래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1단에서도 미세하게 들리는 구간이 생겼다. 그때부터는 “모터 자체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선풍기가 돌아가는 속도를 어떤 기준으로 따라가고 거기에 소리가 결합되는 것 같아졌어. 마치 누가 기어박자 맞춰 숨을 쉬는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 밤에 선풍기를 켜두고 잠깐만 환기하자고 창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소리가 더 또렷해졌어. 바람 소리가 바깥 소리랑 섞이면서 모터음이 가려졌는데도 숨소리는 남아 있더라. “후—” 하고 들릴 때마다 바람이 닿는 느낌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 같았거든. 내가 움직여서 자세를 바꾸면 소리도 같이 변했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 리듬이 방 안의 공기 흐름에 붙어있는 느낌이었어.
무서운 건, 소리가 특정 패턴으로 고정되는 날이 있다는 거였어. 예를 들면, 2단에서는 “후-…후-…후-”가 일정하게 반복되다가, 내가 선풍기 손잡이를 건드리지 않아도 어느 순간 “후—…후—”처럼 길어지면서 간격이 늘어나는 거야. 마치 누군가 숨을 길게 들이쉬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단순히 기계 소리라고 생각하려다가도 계속 마음이 찝찝해졌지. 결국 선풍기 뒷부분을 다시 뜯어보려고 했는데, 나사 하나가 너무 단단하게 잠겨 있어서 손을 대는 순간 멈칫했어.
뜯으면 뭔가 나올까 싶어서. 근데 그 “무언가”가 고장 부품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일지 상상하게 되니까 더 손이 안 가더라. 이상하게도 그 숨소리는 내가 선풍기를 건드릴 때 잠깐 멈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대는 순간 더 선명해졌어. 마치 “아, 알아챘네” 하고 숨을 고르는 것처럼. 그래서 결국 뒷덮개는 끝내 열지 않았고, 나는 선풍기 사용을 중단했어. 중고라서 처리하기도 귀찮았지만, 더 이상 증상을 확인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꼈거든.
그 뒤로 다른 선풍기를 틀면 그런 소리는 단 한 번도 못 들었어. 하지만 가끔 늦은 밤에 에어컨이나 환풍기가 돌아갈 때, 모터음 속 어딘가에서 “후-…” 같은 리듬이 스치듯 들리는 순간이 있더라. 중고로 산 건데, 왜 내 방 공기 속에서까지 같이 숨을 쉬는 기분이 남아버렸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선풍기를 끄고 전원을 빼도, 리듬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 귀에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