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밤마다 화장실 변기 물이 스스로 내려갔다
원룸에서 밤마다 화장실 변기 물이 스스로 내려갔다. 처음엔 내가 깜빡하고 물을 내렸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매번 “딱 그 시간”에 발생해서 머리가 서서히 굳는 느낌이 들었다. 밤 2시 17분. 잠들기 직전이나, 막 잠깐 졸았을 때 그 소리가 나면, 나는 침대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변기 물이 혼자 ‘슥—’ 하고 내려가고, 곧바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내가 사는 원룸은 방이랑 화장실이 멀지 않은 편이라 소리가 크게 들린다. 문제는 변기를 내리는 방식이 자동이 아니라는 거다. 손잡이를 누르는 타입이고, 보통은 내가 샤워하고 나와서 물을 내리거나, 혹은 누군가 방문했을 때만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나는 혼자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밤중마다 화장실에서 뭔가가 작동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단순한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변기 옆에 달린 부속이 오래돼서 물이 흐르다 말다 하는 경우가 있나 싶었고, 관리인에게 말하면 해결될 거라 봤다. 그런데 이상한 건 “소리가 난 뒤”였다. 물이 내려간 것처럼 들리는데, 변기 안쪽을 보면 실제로도 물이 꽤 한 번에 빠져나가서 물통이 제대로 비운 뒤 다시 채워졌다. 마치 누가 손잡이를 눌렀던 것처럼. 나는 그걸 확인하려고 새벽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어보면 늘 똑같았다. 변기 물은 내려가 있고, 물통은 다시 채워져 있었다. 바닥은 젖어 있지 않았고, 물이 새거나 고여 있는 흔적도 없었다. 더 웃긴 건, 내가 그 시간대에 일부러 손잡이를 눌러보면 다음 날엔 또 똑같이 2시 17분에 울린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고장이라기엔 “타이밍이 맞았다.”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휴대폰 알람까지 맞춰서 기록했다. 3일 동안은 거의 오차 없이, 2시 17분에 시작됐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밤마다 버티기 게임이 됐다. “오늘은 내가 깨어있을 때 손잡이 눌린 소리가 들리면, 바로 화장실 문을 열어볼 거야.” 마음속으로 그렇게 정해놓고 잠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소리가 들리면, 이상하게도 몸이 먼저 멈췄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발이 바닥에 닿기 전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고, 몇 번이나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문을 열면 무언가가 보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열기 전에 이미 내가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나는 결국 “누가 들어오는 거 아니야?”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방문 손잡이는 안에서 잠그는 타입이라, 누가 들어오려면 키가 있어야 한다. 내가 열쇠를 어디 둔 적도 없고, 현관문도 평소처럼 잠겨 있었다. 관리실에 전화해서 혹시 정기 점검이나 공사 일정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한 걸 하나 더 발견했다. 화장실 변기 물이 내려갈 때마다, 현관문 쪽이 아주 미세하게 ‘딸깍’ 소리를 냈다는 거다.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밤마다 확인하면, 변기 소리와 거의 같은 순간에 현관문 잠금장치에서 아주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손으로 문을 쥐어보면 잠금이 제대로 걸려 있긴 했는데, “누가 안쪽에서 건드린 것 같은” 감각이 남았다. 그게 기계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장난치는 건지 판단이 안 됐다. 나는 그날 이후로 외부 잠금장치를 한 번 더 걸어두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똑같았다. 장치를 바꿔 걸어도, 2시 17분이면 변기 물은 내려갔다.
어느 날은 참다못해, 소리가 나기 전에 의자에 올라서서 화장실 천장 쪽을 확인했다. 환풍구가 있는 위치였는데, 거기엔 먼지와 거미줄만 있었다. 배관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날 유난히 “냄새”를 맡았다. 곰팡이 같은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 젖은 손을 오래 씻고 난 뒤에 남는 특유의 냄새. 아주 약하게, 화장실 쪽에만 감돌았다. 그리고 다음 날 변기가 또 내려갔다. 나는 그때부터 확신했다. 소리는 고장처럼 들리지만, 단순한 고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건 정말 별거 아니었다. 매번 소리가 나기 전에 화장실 문 앞에 휴지를 바닥에 놓고, 문이 살짝이라도 열리면 휴지가 밀릴지 확인한 거다. 2시 17분이 되자 심장이 먼저 뛰었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휴지는 그대로였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변기는 내려갔다. 내 눈앞에서 발생했는데, 내 손과 거리는 상관없이 사건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는 내가 2시 17분에 잠을 자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그 소리를 피하지 못했다. 어떤 날은 바로 다음 날까지 같은 패턴이 이어졌고, 어떤 날은 하루가 비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시간만큼은 시계를 보게 된다. 물 소리가 들리기 직전의 고요가 너무 짧아서, 그 고요가 마치 누군가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원룸은 혼자 사는 공간이라고 믿었는데, 그 믿음이 얇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날의 변기 물은 내려갔고, 나는 아직도 그게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