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주문번호가 아닌 내 생년월일이 배달 메모에 적혀 있었어
배달앱 주문번호가 아닌 내 생년월일이 배달 메모에 적혀 있었어. 처음엔 뭐지 싶어서 웃고 넘기려 했는데, 그 메모를 보고 나서부터는 배달이 오는 소리까지 유난히 크게 들리더라.
그날도 그냥 평소처럼 야식 시켜놓고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배달완료” 알림 뜨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배달 추적 화면 보는데, 기사님이 “동네 도착”에서 멈칫하는 느낌이 들었지. 그러다 주문 상세 내역을 한번 더 확인하려고 들어갔는데, 거기에 이상한 문장이 메모로 떠 있었어.
메모에는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어. “문 앞에 놓아두세요. 비밀번호는 사용자가 199x년 x월 x일생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 나는 내 주문번호나 주소 메모에 비밀번호 같은 걸 따로 입력한 적이 없거든. 게다가 “199x년” 하고 내 생년월일이 그대로 박혀 있어서, 그 순간 등줄기가 싸늘해졌어.
나는 바로 고객센터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앱에서 메모가 바로 사라지더라. 기사님도 “안내 완료” 상태로 바뀌었고, 문 앞에는 음식이 놓여 있었어. 누가 뭐라고 말 걸지도 않았고, 그냥 사진 찍어 올리고 끝. 그런데 메모를 지운 건지, 아니면 내가 새로고침하는 사이에 사라진 건지… 어쨌든 내 눈앞에 이미 보였다는 게 더 무서웠어.
문 앞에 두고 간 음식을 가져오면서도 계속 휴대폰 화면을 봤어. 주문 상세 내역에서 메모 칸이 비어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방금 메모에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어요”라고 채팅을 남겼는데, 상담사가 돌아온 답이 너무 평범해서 더 찜찜했어. “해당 내용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기사님께 전달드리겠습니다.” 그 말만 딱 오고 끝이야.
그날 밤 잠깐 눈 붙였다가 새벽에 깼는데, 이상하게도 문 앞에서 뭔가 긁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실제로는 바람에 현관문 방충망이 울린 건지도 모르지. 그런데 내 머릿속에 그 메모 문장이 계속 떠올라서,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안 됐어. 나는 억지로 생각을 정리하려고 거실 조명을 켜고 밖을 살폈는데, 아무도 없었어.
며칠 뒤에는 더 황당한 일이 생겼어. 배달앱에서 “다음 주문을 빠르게 하려면 맞춤 설정을 해주세요” 같은 걸 띄우더라. 예전엔 본 적 없는 화면이었고, 거기서부터는 내 개인정보 관련 문구가 묘하게 보였어. 주소는 그대로고, 연락처도 그대로고, 그런데 “확인 정보” 항목에 내가 예전에 입력한 정보가 아닌 다른 형태로 저장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앱 설정에서 내가 직접 확인하면 정상으로 보이긴 했는데, 그날 이후로는 뭔가가 계속 스치는 기분이 들었지.
그래서 나름대로 방어한다고 연락처를 바꾸고, 기본 배송 메모도 다 지웠어. 비밀번호나 현관 관련 안내 같은 것도 아예 “없음” 처리했지. 그런데도 다음 주문에서 메모 대신 “고객님 계신 곳 확인” 같은 문장이 짧게 뜨더라. 이번엔 생년월일은 없었지만, 그 문장 자체가 너무 사람을 특정하는 느낌이라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난 그때부터 배달기사님이 내 정보를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앱 시스템 어딘가가 꼬여서 잘못 가져온 건지 계속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신고한 날 메모가 사라졌다는 점이 제일 걸렸어. 누군가가 본인도 모르게 입력 실수를 한 거라면, 보통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확인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너무 매끈해서, 내가 본 게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어.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어. 내가 확실하게 본 걸, 아무도 못 봤다고 해버리는 순간이니까.
결국 나는 그 이후로 그 배달앱에서 주문할 때 현관 안내를 최소화하고, 주문 내역 확인을 습관처럼 하게 됐어. 근데 어떤 날은 앱 알림이 너무 조용히 뜨는 느낌이 들었고, 어떤 날은 문 앞에 음식이 놓이는 속도가 유난히 빨랐어. 주문번호가 아니라 내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던 그 메모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누가 건드렸는지 모르는데도, 내 생활을 너무 정확하게 읽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가끔 문을 열기 전에 숨을 한번 멈추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