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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거울을 통해 뒤를 확인하며 멈췄어

2026-08-15 04: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거울을 통해 뒤를 확인하며 멈췄어. 처음엔 그냥 운전습관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택시 안 룸미러가 괜히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비가 조금씩 내리던 저녁이었고, 나는 목적지를 말하고 뒷좌석에 앉자마자 이어폰을 꽂았거든. 창밖은 젖어 있어서 불빛이 늘어지고, 차 안은 히터 소리만 가끔 들렸어.

기사님은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대화는 했어. “여기 맞죠?” “네, 조금만 더 가세요.” 이런 정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호 걸릴 때마다 기사님이 룸미러를 한 번씩, 아주 천천히 확인하더라. 뒤를 본다는 게 낯설진 않은데, 속도가 아니라 각도가 문제였어. 마치 누굴 찾는 사람처럼 눈이 멈추는 시간이 길었거든.

나는 그냥 ‘손님 확인’ 정도로 생각했어. 뒷좌석에 혼자 타 있으니 기사님이 안전차원에서 보는 거겠지, 하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룸미러를 보는 횟수가 일정했어. 신호가 바뀔 때, 차선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내가 휴대폰 화면을 켤 때랑 거의 맞아떨어졌달까. 이어폰을 빼고 “뭐 괜찮으세요?” 물을까 하다가도, 괜히 민망해서 그냥 참았어.

그러다 목적지랑 조금 떨어진 골목 초입에서 기사님이 갑자기 속도를 죽이더니 그대로 멈췄어. 사이드 브레이크도 바로 안 잡고, 한 손은 핸들에, 다른 손은 기어 근처에 둔 상태로 미동이 없었지. 차는 정지해 있는데 엔진 소리만 얕게 이어지고, 계기판의 불빛이 얼굴에 번지듯 흔들렸어. 나는 “여기 아니었어요?” 하고 물었는데, 기사님이 바로 답을 안 했어.

그때부터였어. 기사님이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진 않았어. 대신 룸미러를 통해서, 그러니까 앞을 보면서도 뒤 상황을 확인하는 자세로 고정했더라. 나는 뒷좌석이라 거울을 정면으로 보진 못했는데, 차 안에서 거울이 반사하는 각도를 따라가듯 기사님 눈빛이 딱 멈추는 걸 느꼈어. 마치 “지금부터는 소리가 나면 안 돼” 같은 표정. 그리고 아주 잠깐, 차 안 온도까지 내려간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때부터 내 주변을 뒤늦게 의식하게 됐어.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고, 동시에 뒤쪽 공간이 어딘가 ‘더 어두운 것’ 같았어. 물론 뒷좌석이라 그림자가 생기는 건 당연한데, 그날은 어둠이 그냥 어둠이 아니라, 뭔가가 거기에 덧씌워진 것처럼 느껴졌거든. 기사님이 아무 말도 없으니 더 불안했어. 이어폰을 꽂은 채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어.

“기사님, 왜 멈췄어요?” 내가 다시 물었을 때, 그제야 기사님이 아주 낮게 “잠깐만요”라고 했어. 그리고 손을 천천히 뻗어서 룸미러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한번 톡 건드렸지. 정확히는 버튼 같은 걸 누른 게 아니라, 거울의 위치를 아주 미세하게 조정한 느낌이었어. 그 순간 거울 속으로 무언가가 한 번 흔들렸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사람 같기도 하고, 그냥 옷자락 같기도 했어. 문제는 그 ‘흔들림’이 차가 흔들려서 생긴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반응한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기사님은 그 상태로 몇 초를 더 버텼고, 갑자기 시동을 다시 걸더니 유턴도 아니고, 원래 가던 길과 다른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어. 내비도 다시 잡히는 소리가 났는데, 이상하게 길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았어. 마치 일부러 ‘막히는’ 구간을 피하듯 돌아가는 느낌.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목적지를 다시 말하려 했는데, 입을 열기 전에 기사님이 먼저 말했어. “괜찮아요. 그냥… 뒤는 보지 마세요.”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뒷좌석에서 자세를 굳혔어. 뒤를 보지 말라니, 기사님이 뭘 봤다는 거지? 그 순간 내 휴대폰 화면이 켜지면서 잠깐 내 얼굴을 비췄고, 그 반사광이 룸미러 쪽으로 흘렀어. 근데 화면에 비친 건 내 얼굴뿐인데, 거울 속에는 내 모습이 아니라 ‘다른 각도’가 같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 내가 고개를 안 돌렸는데도 거울 속 시선이 내 뒤에서 나를 확인하는 방향이었달까. 나는 그때 처음으로, 기사님이 단순히 안전확인 차원에서 룸미러를 보던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어.

마지막으로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은 요금만 말하고 빨리 내리라고 하듯 손짓했어. 나는 돈을 내고 내리면서도 뒤를 한 번 확인하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바로 사라졌어. 대신 등줄기가 서늘하게 굳는 느낌만 남았거든. 밤공기 냄새와 비 냄새가 섞여 골목을 채웠고, 차는 바로 사라졌어. 집에 도착해서 거울을 보는데, 내 눈동자 옆에 아주 잠깐… 거울 속에 다른 반사가 겹쳐 보였던 게 아직도 기억나. 그때 기사님이 멈췄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울은 뒤를 비추는 게 아니라, 뒤에서 먼저 확인당하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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