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도에서 누가 따라 걷는 걸 느꼈는데 발소리가 없었어
회사 복도에서 누가 따라 걷는 걸 느꼈는데 발소리가 없었어.
그날도 별일 없이 야근 끝나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이었어. 9층에서 8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어. 로비 쪽이 아니라 사무실 복도 방향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는 느낌이 있었거든. 근데 고개를 돌려도 아무도 없었어. 그냥 커튼처럼 바람만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내가 착각했나?” 싶다가도 계속 등 뒤가 찝찝했지.
나는 무슨 바보 같은 습관이 있는지 그때도 그냥 휴대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어. 10시 47분. 복도 끝 통로 쪽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걸 봤는데, 그 빛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내 옆을 지나가야 할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발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어. 보통은 슬리퍼 끄는 소리든 구두 굴리는 소리든 최소한 잡음이 생기잖아. 그런데 그건 “소리가 없다”가 아니라 “소리를 내지 않도록 비켜간다”는 느낌이었어.
복도는 중간중간 유리창이 있어서 바깥이 비추는 편이야. 나는 속도를 줄이고 벽 쪽으로 한 발 옮겼는데, 그 순간 휴대폰 화면에 복도 반사가 잡혔어. 당연히 내 모습은 나오고, 그 뒤로 누군가가 같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고개를 움직이자 그 반사는 방향이 달라졌어. 내가 멈추면 멈춘 채로 따라오는 게 아니라, 내 움직임을 맞춰서 “같은 거리”만 유지하는 느낌. 마치 CCTV 화면에서 프레임이 따라가는 것처럼.
그때부터는 솔직히 생각이 좀 꼬였어. 그냥 직원일 수도 있으니까, “저기… 혹시 누구세요?” 하고 소리 내볼까 하다가도 입이 안 떨어지더라. 왜인지 모르겠는데, 말을 하면 그쪽이 반응할 것 같았어. 그리고 반응하면 더 분명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고. 대신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있는 비상계단 쪽으로 몸을 틀었어. 복도 끝이 아니라 건물 내부 연결통로 쪽으로 빠지면 혹시나 그 사람도 따라오려나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상계단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느껴지던 존재감은 계속 같은 간격으로 붙어 있었어. 걸음이 빨라지면 그 느낌도 빨라지고, 멈추면 바로 멈추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지연”이 있었어. 나는 한 번 뒤돌아봤고, 그 뒤쪽은 텅 비어 있었어. 다만 벽에 붙은 먼지 자국이 있는 자리들만, 내가 지나간 다음에 아주 조금씩 지워지는 것 같았어. 사람 발자국이 아니라… 공기 흐름이 지나간 뒤에 정리되는 느낌?
나는 결국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갔어. 화장실 문을 잠그고 나서야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귀가 먹먹하더라. 문 틈 사이로는 복도 소리도 안 들어오고, 조용했어. 그 조용함이 더 무서웠지. 보통은 누가 지나가면 문 주변으로 바람이나 소리가 섞이는데, 그날은 그런 게 없어. 대신 손잡이 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툭” 하는 감촉이 한 번 느껴졌어. 분명 누가 잡아당긴 건 아니고, 손바닥이 닿았다가 떨어진 것처럼.
참다못해 나는 잠금 해제도 안 한 채로 문에 대고 속삭이듯 물어봤어. “누구 있어요?” 그런데 답이 없었고, 그 대신 바로 다음 순간에 복도에서 들려야 할 발소리가 아니고, 가벼운 천 같은 게 스치는 소리가 아주 짧게 났어. 그 소리는 ‘멀리서 가까워짐’이 아니라 ‘내 바로 옆에서 스쳤다’는 느낌이었어. 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숨을 더 짧게 쉬었고, 눈앞에 있는 세면대 거울을 봤는데 거기엔 내가 있었어. 근데 내 뒤에 그림자처럼 하나가 겹쳐 보였어. 고개를 돌리면 없어져야 할 것 같은데, 거울 속에서는 내가 고개를 움직이기 전에 먼저 시선이 옆으로 이동해 있더라고.
나는 그날 회사에서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했어. 그냥 바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가려고 했는데 비상계단 문이 잠겨 있었어. 분명 아까까진 열려 있었던 것 같은데. 관리실에 연락할 방법도 없고, 스마트키는 내 손에 있었는데 문 옆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더라. 그때 문틈 사이로 냉기가 스며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냉기가 ‘사람이 지나가는 차가움’이 아니라, 누군가가 서 있는 자리에서 풍기는 온도 같았어. 마치 누가 내 등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결국 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시 돌아갔어. 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췄는데,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아주 작은 소리—정확히는 소리라고 부르기 애매한 진동—가 느껴졌어. 그리고 그 진동은 점점 내 쪽으로 오더니, 내 발끝 앞에서 갑자기 멈췄어. 그 다음부터는 발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누군가가 걸어오는 느낌도 사라졌어. 대신 복도 조명이 한 번 깜빡이고, 내 휴대폰 화면의 시간이 10시 46분으로 돌아가 있었어. 내가 방금까지 본 시간은 10시 47분이었는데.
그 이후로 나는 야근 마치고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습관이 생겼어.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거나, 반대로 일부러 천천히 걸어 “소리가 먼저 따라오게” 만들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회사 복도에서는 자꾸만 발소리가 늦게 따라오거나, 아예 공백처럼 남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누가 따라 걷는 걸 느꼈는데 발소리가 없었던 그 감각은, 아직도 내 뒤에서 조용히 간격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더 늦게라도 사라지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등줄기가 차가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