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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 안엔 내 사진만 들어있었어

2026-08-16 08: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 안엔 내 사진만 들어있었어. 솔직히 처음엔 단순 실수라고 넘기려 했는데, 그게 자꾸만 내 동선을 따라오듯 이어지더라. 그날도 평소처럼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를 받아 들고 집 문 앞에서 테이프를 뜯는 순간, 바닥에 종이들이 우르르 떨어졌고 그 종이들 위에는 내 얼굴이 딱 한 장씩, 여러 장씩 찍혀 있었어.

사진은 깔끔하게 출력돼 있었고, 화질도 제법 좋았어. 그런데 문제는 “내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찍혔는지”가 눈에 띄게 달랐다는 거야. 편의점 앞에서 찍힌 듯한 각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 밤에 담배 피우던 시간대처럼 어두운 배경. 내가 그걸 촬영한 걸 기억하는 날이 없었는데도 사진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찍었다는 쪽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어.

상자 안에는 다른 물건이 하나도 없었고, 사진들 사이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어. 종이에는 딱 한 문장만 적혀 있었는데 글씨체도 깔끔해서 더 소름이 돋더라. “원룸은 출입이 기록돼요.” 같은 뉘앙스였어. 날짜나 연락처 같은 건 없고, 마치 내가 뭘 확인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툭 던져놓은 느낌.

처음엔 택배 오배송인가 싶었어. 아랫층 이웃이나 다른 세대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사진을 훑어보면서 혹시 옷이 겹치거나 배경이 같은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배경에 내 원룸 앞 현관 구조가 그대로 보였고, 내 우편함에 붙어 있는 이름표도 사진에 찍혀 있더라. 이름표는 내가 가끔 테이프 붙여놓는 걸 바꾸는데, 그 바뀐 버전까지 사진에 들어가 있었어. 그게 나를 가장 먼저 확정시키는 증거였지.

사진을 한 장씩 정리하다가, 그중 몇 장은 날짜가 지난 것처럼 보이는데도 내가 최근에 했던 행동이 담겨 있더라. 예를 들면, 한 달 전엔 창문에 붙인 스티커를 떼었다가 며칠 뒤에 다시 붙였거든. 그런데 사진 속 창문에는 “스티커를 다시 붙인 상태”가 찍혀 있었어. 내가 집에 있을 때만 보이는 각도인데도, 누군가가 일부러 창문 쪽을 노리고 찍은 느낌이었어. 그러다 보니 단순 도촬이라기보다, 누군가가 내 생활 리듬을 들여다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날 밤 바로 경찰에 연락할까 하다가도, 괜히 “사진만 덜렁 왔는데요” 하면 시시해 보일까 싶어서 망설였어. 대신 관리실에 찾아가 택배 기록과 출입 관련해서 물어봤는데, 관리실 아주머니는 “요즘 택배가 많아서 누가 가져왔는지는 잘…”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더라. 그래도 내가 상자를 받았고, 그 상자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니까, 결국 송장 번호를 찾아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중요한 건, 송장 사진은 있어도 발송지 정보가 이상하게 비어 있거나 일부가 흐릿하게 처리돼 있었어.

며칠이 지나도 이상한 일이 멈추지 않았어. 택배가 또 오진 않았는데, 집에 들어올 때마다 내 우편함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발견했거든. 내가 항상 잠그는 건 아닌데, 그 정도로 ‘살짝’은 누군가 일부러 건드려야 가능한 느낌이야. 그리고 현관문 앞에 있던 작은 매트가 하루 사이에 조금 옆으로 밀려 있어. 누가 지나가며 발로 건드린 수준이 아니라, 정확히 내가 신발 놓는 위치를 살짝 비껴서 밟아놓은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어. 그럴 때마다 머릿속엔 계속 “사진이 들어있던 상자”가 떠올라서 손이 먼저 식더라.

결국 나는 CCTV를 신청했어. 원룸 복도 쪽까지는 안 보이지만, 내 현관문 앞은 최대한 잡히게. 달아놓고 나서 며칠은 마음이 좀 놓였는데, 이상하게도 화면을 확인할 때마다 “누가 문 앞에 서 있다가 사라지는 장면”은 있는데, 정작 얼굴이 잘 안 보여. 모자 챙을 깊게 눌러서 그런지, 화면 가장자리라서 그런지, 매번 같은 방식으로 빠져나가더라. 그리고 그날따라 내 심장이 먼저 알아차린 게, CCTV 시간대와 사진 속 촬영 시점이 겹친다는 거였어. 내가 CCTV를 달기 전, 이미 찍혀 있던 순간들이 카메라에 남아 있지 않더라. 마치 ‘찍히기 전에’ 이미 끝난 것처럼.

그 다음으로 온 건 또 다른 박스였어. 이번엔 사진이 아니라, 내 원룸 키랑 똑같이 생긴 작은 열쇠 모형이 들어 있었어. 그런데 이게 더 웃긴 게, 모형이지만 내 키 홈이랑 디테일이 똑같아서 그냥 장난감이라고 넘기기 어려웠어. 그리고 상자 옆면에 아주 작은 글씨로 “확인하세요”라고만 적혀 있었어. 어디를 확인하라는 건지, 상자 아래 종이를 펼치면 아랫층 우편함 쪽 주소가 적혀 있더라. 올라가서 물어보려다 멈췄어. 그 순간 깨달았거든. 누군가가 나에게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으로 겁을 주고 있다는 걸.

지금도 가끔 택배 알림이 울리면 손이 먼저 떨려. 물론 혹시라도 또 오배송일 수 있으니까 마음을 다 잡으려고 해도, 사진 속 내 얼굴은 이미 내 일상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계속 신경 쓰이더라. 원룸은 생각보다 좁고,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보이잖아’. 그날 박스 안에서 떨어지던 종이들 사이로, 유독 한 장만 비뚤어져 있었는데 그 장에는 내가 택배를 뜯기 직전 자세로 찍힌 사진이 들어 있었어. 그걸 보면, 누군가는 항상 다음 장면을 먼저 준비해두고 있는 것 같아서… 아직도 문 열기 전에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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