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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도 다시 찍는 이유가 있었어

2026-08-16 12: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도 다시 찍는 이유가 있었어. 진짜로 “사진은 한 장이면 되잖아?” 싶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니까, 나중엔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싶더라. 그날도 문을 열기 전까진 평범했어. 현관 비밀번호 치는 소리 나기도 전에, 택배 벨이 울리고 핸드폰 진동처럼 알림이 툭 떴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현관 앞 사진이 올라오는데, 처음엔 ‘아 배달 완료’라고만 생각했어. 근데 바로 다음 순간, 또 한 장이 올라오더라. 첫 사진이랑 위치가 거의 똑같은데 각도만 살짝 다르고, 그림자가 반대로 박혀 있었어. 그래서 나는 문 앞에 나가보기도 전에 앱을 다시 봤지. 기사님 위치 확인이 “도착”에서 “도착”으로 그대로였는데, 완료 버튼 누르기 전 단계처럼 보이더라고.

문을 열고 나서도 그분은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신 뒤였어. 상자는 현관 매트 위에 놓여 있었고, 포장 상태도 멀쩡했는데 이상하게 바닥에 뭔가가 묻어 있었어. 검은 가루 같은 게 아주 얇게, 마치 누가 급하게 스윽 문지르고 간 것처럼 번져 있었는데, 그건 물티슈로 닦아도 바로 지워지지 않았어. 대신 손끝으로 살짝 문질러보니까 미세하게 ‘가루’가 더 묻어 나오는 느낌이었어.

나는 괜히 찝찝해서 관리실 번호를 찾다가 말았고, 대신 기사님이 다시 사진을 찍는 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혹시 상자 위치가 앱이랑 다른가?” “문구가 가려졌나?”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현관 쪽 CCTV를 한 번 확인해봤더니, 그때부터 머리가 띵했어. 기사님이 처음에 사진 찍을 때는 상자 정면을 잡았는데, 두 번째로는 현관 앞쪽을 더 깊게 비추듯이 다시 프레임을 잡고 찍더라.

그리고 그 두 번째 사진 타이밍에, 손이 잠깐 흔들렸어. 물론 카메라를 정확히 어디로 들었는지 각도가 애매했지만, 분명히 ‘상자만’ 확인하는 느낌이 아니었어. 마치 사진에 뭘 더 담아야 하는 사람처럼, 현관문 손잡이 쪽이나 잠금장치 주변을 한 번 더 보고 난 뒤에 찍는 동작이었거든. 나는 그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는데, 그때마다 같은 패턴이 보였어. 찍고, 잠깐 멈추고, 다시 프레임을 맞추고, 또 찍고.

그날 밤, 옆집에 사는 친구한테 카톡이 왔어. “야, 너희 현관 앞에 어제 누가 또 갔냐?”라고.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친구네 쪽 현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거야. 배달이 늦어질 때마다 기사님이 ‘문 앞 사진’ 때문에 연락을 받는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친구는 “찍고 나서 현관 바닥을 한 번 쓸고 가더라”고 했어. 물론 동네가 다 그렇게 좁아서 서로 소리 다 들리고, 또 CCTV 화질도 꽤 괜찮은 편이거든.

친구가 보여준 화면은 더 노골적이었어. 기사님이 사진을 찍는 사이, 잠깐 고개를 숙여서 바닥 쪽을 확인하더니, 손으로 뭔가를 ‘툭’ 하고 건드리는 장면이 나왔어. 그게 정확히 뭔지 친구도 확신은 못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배달 완료 알림이 늦게 뜨거나, 앱에서 “재확인” 같은 문구가 뜨더래. 나는 그제야 기사님이 왜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두 번 찍는지 감이 왔어. 사진이 단순히 ‘물건 배달’이 아니라, 현관 상태를 남기는 절차처럼 보였던 거야. 누군가 이미 흔적을 남겨놓고, 그걸 확인하려는 흐름 같은 거.

그 뒤로 나는 현관문 주변을 유심히 봤어. 현관문 바깥쪽 모서리, 문 열 때 닿는 부분, 그리고 손잡이 아래쪽 틈. 그 틈 사이에 아주 작은 먼지 뭉침이 생기곤 했는데, 배달이 올 때마다 그게 더 진해지는 느낌이 있었어. 물론 내가 집을 완전 비워두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택배 받을 때마다 손잡이를 닦아주는 편이긴 해. 근데 이상하게 기사님이 다녀간 날은 유독 ‘아무도 만지지 않았는데’ 생긴 것처럼 정돈이 되어 있었지. 그래서 나는 그날 저녁부터 현관 앞에 작은 조명과, 문턱 위에 얇은 테이프(먼지 확인용)를 붙여두었어.

그리고 며칠 뒤, 또 같은 방식의 배달이 왔어. 이번엔 상자 크기도 비슷하고, 사진을 찍는 시간도 거의 똑같았어. 그런데 두 번째 사진을 찍을 때는 현관 앞 매트가 아니라 내 테이프가 붙어 있는 위치를 프레임 안에 넣는 것 같더라. 기사님이 나를 보지는 못했겠지. 내가 창문 뒤에 서 있었으니까. 근데 카메라 각도는 정말 교묘했어. 테이프가 살짝 들뜬 상태가 찍혔고, 그 다음에야 기사님이 마치 “확인 완료”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어.

여기서 소름은, 사진이 올라온 직후 앱에 짧은 문구가 뜨더라. “현관 안전 확인” 같은 말은 아니었고, 그냥 시스템 오류처럼 보이는 안내였어. 근데 분명히 방금 전 사진을 두 장 올렸고, 테이프 위치까지 담아간 상황이면, 그게 단순 실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도 다시 찍는 이유가, 내 집을 감시하려는 게 아니라는 쪽에 더 가깝다고 느꼈어. 어쩌면 누군가 이미 흔적을 체크해두는 생활 방식이 있고, 기사님들은 그걸 확인해서 다음 주문의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몰라.

지금도 가끔 배달 알림이 오면 나는 무심코 사진부터 보게 돼. 상자 위치보다, 문턱과 바닥의 모서리가 어떻게 찍혔는지. 두 번째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마음이 한 번씩 내려앉아. 현관은 누구나 쓰지만, 어떤 날은 그 공간이 ‘기록’이 되는 것 같거든… 그리고 기록은, 결국 누군가의 다음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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