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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점원이 CCTV를 보여주며 ‘그때 안 잡혔어요’라고 했어

2026-08-16 16:29:11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점원이 CCTV 모니터를 탁, 하고 돌려 보여주는데 아무 말 없이 화면만 가리키더라. 그러더니 한참 뒤에야 조용히 “그때 안 잡혔어요”라고 했어. 그 말이 너무 짧아서 오히려 더 무서웠고,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화면을 다시 봤는데… 그날 밤이 딱 거기서 멈춰 있는 느낌이었어.

처음엔 단순한 절도 사건 얘기인 줄 알았어. 내가 그 편의점 자주 갔거든. 늦은 시간에 담배 사러 들르면 늘 똑같이 인사하고, 계산도 빠르고. 근데 그날은 유독 점원이 손이 느리더라. 계산대 위를 한 번 쓸고는, 갑자기 CCTV 얘기를 꺼냈어.

“혹시 그날… 손님 오신 거 봤어요?”라고 묻길래 나는 “무슨 날이요?” 했지. 그러자 점원이 표정은 그대로인데 목소리만 낮아지더라. “아뇨. 딱 한 번 있어요. 다른 건 다 잡혔는데, 그 사람은…” 여기서 말을 끊고 화면을 넘겼어.

화면에는 편의점 안쪽 통로가 보였어. 유리문 앞에서 누가 들어오고, 카운터 쪽을 스치듯 지나가고, 진열대 한 칸이 잠깐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나는 장면.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점원이 “여기”라고 가리킨 구간에서 손님이 뭔가를 집어 들었는데, 그게 정확히 내가 그날 밤에 산 물건이랑 같은 종류였어. 난 계산했거든. 영수증도 있었고.

점원은 “보통은 계산 안 하면 티가 나요. 근데 저건… 아예 다른 방식이었어요”라고 말했어. 그러곤 화면 속 인물이 카운터 앞에 멈추는 타이밍을 손가락으로 쿡쿡 짚는데, 그 손가락이 내 손목 근처까지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웠어. 나는 괜히 “그럼 제가 피해 본 건 아니잖아요?”라고 했고, 점원은 그제서야 내 얼굴을 봤어.

“피해 본 사람은 많아요. 근데 제일 웃긴 건, 시간도 똑같아요”라고 하더라. 그리고는 자기 쪽 시계를 가리켰는데, 모니터에 찍힌 시각이랑 딱 맞아떨어지더라. 1분 차이도 없고, 심지어 초침까지도 비슷하게. CCTV가 정확하긴 해도, 누군가 일부러 그 시간대를 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때부터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어. 내가 그날 들른 시간이 너무 평범해서 더 소름이 돋았고.

점원이 갑자기 화면을 다시 되감아 보여줬어. 처음엔 누가 봐도 “그냥 지나가던 사람” 같았는데, 두 번째로 보니까 이상한 점이 보였어. 인물이 문 쪽으로 나갈 때, 유리 반사로 자기 얼굴이 잠깐 비치거든. 근데 그 반사에선 얼굴이 안 보이고, 마치 화면이 한 겹 더 덮인 것처럼 뭉개져 있었어. 나는 그때 “카메라가 그랬나 봐요”라고 말했는데, 점원은 고개를 저었어.

“카메라는 멀쩡했어요. 근데 그날만 그래요.” 점원 말투가 아주 담담해서 더 믿기 싫었어. 그 사람은 들어오는 건 빠르고, 계산하려는 것처럼 행동도 하고, 그렇다고 카운터에 물건을 올려놓는 장면도 없는데 결과만 있어. 결제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됐고, 물건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는 식. 그래서 점원이 “그때 안 잡혔어요”라고 한 거겠지. 사건이 커지기 전에, 증거가 딱 그 한 프레임에서만 사라지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당연히 “그럼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그 시간이랑 맞춰요?” 물어봤어. 점원은 한참 있다가, 자기 뒤 벽장에 있던 영수증 뭉치를 꺼내더라. 거기에 적힌 날짜가 내가 그날 산 날이랑 같았어.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산 물건이랑 같은 품목이 두 장이나 있어. 하나는 내가 계산한 정상 영수증, 나머지 하나는… 글자가 약간 다른 스타일로 찍혀 있었어. 마치 누가 출력 장치를 바꿔 끼운 것처럼.

그 순간 점원이 내 눈을 피해서 말했어. “손님이요. 그냥 가끔 와요. 근데 오늘도 올지 모르겠네요.” 나는 “오늘은 없죠?”라고 물었는데, 점원은 대답 대신 카운터 아래를 툭툭 두드렸어. 그리고는 “여긴 소리가 잘 안 나요. 근데 저 사람은… 들어올 때 소리가 안 나요”라고 했지. 그 말이 왜 그런지 설명이 안 되는데도, 내 등골이 서늘해지더라. 소리가 안 난다는 건, 사람이 발소리를 안 낸다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느낌’ 자체가 다른 거잖아.

마지막으로 점원이 CCTV를 끄려는데, 화면이 깜빡이면서 딱 한 번 더 인물이 잡혔어. 이번엔 얼굴이 더 뚜렷했는데 이상하게도 표정이 아니라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가 보였어. 카메라가 아니라, 정면 유리문 너머를. 그 시선이 딱 내 쪽을 지나가서, 내가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까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그래서 집에 와서도 계속 편의점 문 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결국 한 번 더 확인하려고 그 시간대에 다시 떠올려봤어. 근데 결론이 하나였어. 그때 안 잡혔다는 말은, 사건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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