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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기둥에 적힌 날짜가 오늘로만 바뀌어 있어

2026-08-17 08: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기둥에 적힌 날짜가 오늘로만 바뀌어 있어. 처음엔 누가 장난을 친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같은 위치, 같은 글씨체, 같은 모양으로 계속 바뀐다는 거였어. 그날도 퇴근하고 엘리베이터 타러 가다가 기둥을 봤는데, 분명 지난주에 봤던 날짜랑 다르게 정확히 ‘오늘’로 되어 있더라. 누군가 일부러 적어놓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이 있었어.

나는 6층짜리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데, 지하 1층 주차장 기둥에는 예전부터 작은 검은 글씨가 적혀 있었거든. 누가 쓴 건지 딱히 표지나 안내도 없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관리비 절약용 낙서겠지” 하고 지나가. 나도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날짜가 자꾸 눈에 걸리더라. 날짜가 적힌 기둥은 늘 같은 자리였고, 글씨가 닳아 흐려지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퇴근길에 그 기둥을 볼 때마다 ‘어제’ 또는 ‘지난 며칠 전’이 적혀 있어야 정상인데, 어느 날부터는 내 시선이 머무는 날에만 날짜가 딱 맞게 바뀌어 있더라. 예를 들면, 월요일에 확인하면 월요일로 되어 있고, 화요일에 확인하면 화요일로 되어 있고, 날짜 칸에 들어가는 숫자 크기나 획의 각도까지 그대로였어. 누가 매일 새로 적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번거롭잖아. 게다가 그 기둥은 주차장 안쪽이라 내가 들를 때 말고는 사람 동선이 많지 않아.

처음엔 내가 착각한 건가 싶어서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어. 월요일 저녁에는 날짜가 ‘7/29’로 보였고, 화요일 아침에 다시 확인하니 ‘7/30’으로 바뀌어 있더라. 그런데 사진 속 기둥 글씨는 분명 같은 위치에서 찍힌 게 맞는데, 디테일이 더 이상하더라. 날짜 앞뒤로 아주 옅게 번진 흔적이 있었는데, 바뀐 날에도 그 흔적의 모양이 그대로 이어졌어. 누군가 다시 칠한 흔적이라면 최소한 번짐이 달라야 하는데, 그 패턴이 똑같이 남아 있어.

그 다음 날부터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반응이 애매했어. “그런 거 있었어?” 하거나 “기둥에 글씨가 좀 있긴 한데, 대수롭지 않게 봤지.” 이런 식이 대부분이었지. 나처럼 매일 지나다니는 사람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관리사무소 직원은 말을 돌렸어. “그건 원래 오래된 거라서…” 하더니 더 묻기 전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더라고. 나는 그날 밤에 괜히 더 불안해져서, 퇴근 후 주차장에 들어갈 때 휴대폰 손전등을 켠 채로 기둥 쪽을 계속 봤어.

그런데 문제는 ‘바뀌는 속도’였어. 보통 낙서나 표시가 바뀌려면 누군가 들어와서 적어야 하잖아. 근데 내가 퇴근해서 주차장에 들어오는 시간은 대략 저녁 7시쯤이었고, 그 시간대에만 날짜가 ‘오늘’로 맞춰져 있었어. 그럼 그 사이, 낮 동안에는 안 바뀐 걸까? 나는 일부러 다음 날 연차를 내고 오후에 한 번 더 확인해봤는데, 그땐 이미 날짜가 그날 기준으로 되어 있었어. 즉, 내가 볼 때마다 항상 ‘내가 도착한 날’이 아니라, ‘그날 전체가 끝나기 전 시점’까지도 정확히 맞춰져 있던 거지.

또 한 가지가 있어. 기둥 표면에 작은 스크래치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위로 날짜 글씨가 얹혀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혹시 누가 기둥을 새로 칠하면서 표시만 맞춘 건가?” 싶었어. 그런데 그 스크래치 위치는 멀쩡했고, 날짜 글씨가 생긴 자리에만 잉크처럼 보이는 선이 정확히 얹혀 있었어. 마치 기둥 자체가 매일 ‘그 날짜’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웃긴 건, 그 글씨를 보고 있으면 눈이 피로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오래 보다가 시선을 떼면, 뭔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어지러웠어.

나는 결국 관리사무소에 좀 더 직접적으로 물어봤어. “이 날짜가 매일 바뀌는 것 같아요. 혹시 점검이나 공지 같은 건가요?”라고 했더니, 직원이 잠깐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어. “그건… 기둥에 원래 있는 표시인데, 가끔 글자가 흐려져서 다시 적는 경우가 있어요.” 다시 적는다? 그럼 왜 매번 ‘오늘’이어야 해? 게다가 내가 확인한 날짜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바뀌어 있었고, 점검 인력이 출입한다는 기록도 없었거든.

그날 밤, 나는 일부러 현관문 앞에서 잠깐 멈춰서 주차장 엘리베이터 창문을 봤어. 누군가 내려오는 걸 확인하려고. 그런데 사람은 거의 없었고, 있어도 대개 다른 동선으로 바로 나가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하주차장 쪽으로 시선이 가면, 내 발밑이 아주 미세하게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촉각인지 상상인지 모르겠는데, 기둥이 있는 복도 쪽으로 들어가면 기분이 딱 굳어지는 거야. 마치 “봐” 하고 누가 부르는 것 같달까.

그리고 오늘도 똑같이 바뀌어 있었어. 내가 퇴근해서 그 기둥을 보는 순간, 날짜는 내 눈에 들어오자마자 ‘오늘’로 또 맞춰져 있더라. 손가락 끝으로 글씨 주변을 스치듯 만져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부분만 유난히 단단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미끌거리는 느낌이 섞여 있었어. 아무도 없어 보이는데, 누군가가 매일 같은 문장을 다시 써놓는 것처럼. 오늘이라고 적힌 숫자 사이에, 어쩐지 내 이름이 들어갈 자리도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다음 주 날짜가 또 바뀔 때, 나는 그 기둥을 피해서 다른 길로 걸어갈지, 아니면 결국 정면으로 확인할지 아직도 결정을 못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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