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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멀어지다가 다시 문 앞에서 멈췄어

2026-08-17 16: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멀어지다가 다시 문 앞에서 멈췄어. 처음엔 별생각 없었거든. 여름철이라 창문은 반쯤 열어놓고, 밤이면 골목 개들이 멀리서 한 번씩 울고는 했으니까. 근데 오늘따라 그 짖는 소리의 방향이 이상하게 느껴졌어.

그날은 비가 갠 뒤라 공기가 눅눅했는데, 마당 쪽에서 “컹, 컹” 하더니 소리가 점점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들렸어. 내가 있는 안방 창문에서 보면, 소리는 담장 너머를 따라가듯 멀어졌거든. 한참 있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싶을 때, 이번엔 반대로 “컥컥” 하면서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었어. 그 순간부터 등골이 서늘해지더라.

밖이 완전히 조용해진 건 아니야. 가끔 멀리서 차 지나가는 소리 같은 건 들리는데, 그건 평소랑 똑같았어. 그런데 개 짖는 소리는 집 앞에 딱 맞춰진 것처럼 움직임이 끊어졌어. 마치 누가 줄로 당기듯 소리가 문 앞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나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마당의 어둠을 봤지.

문 앞까지 다시 와서 멈췄을 때, 짖는 소리가 “멈칫—” 하는 텀을 두더니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만 울어. 이상한 건 그 사이 간격이 일정하다는 거였어. 한 번 짖고, 잠깐 숨 고르고, 또 짖고. 사람이 숨 고르는 타이밍이랑 비슷하게 느껴졌어. 물론 내가 너무 예민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 패턴은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

집에 있던 건 나랑 엄마, 그리고 작은 동생이었어. 동생은 게임하느라 신경 안 썼고, 엄마는 “아, 저기 재수 없는 개 또 왔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근데 엄마도 문 앞 소리가 멈춘 걸 듣고는 잠깐 멍해지더라. 엄마가 조용히 “저거… 우리 마당 개 아니지?”라고 말했는데, 순간 그 말이 너무 선명하게 들렸어.

나는 괜히 현관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문틈을 살짝 봤어. 방충망 너머로 어둠이 뭉쳐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빗물 자국이 희미하게 반짝였어. 그런데 개가 있어야 할 자리엔, 개 그림자 같은 게 안 보였어. 대신 바닥에 뭔가가 ‘선명하게’ 앉아 있는 느낌만 남아있었어. 개가 아니라, 개의 위치만 그대로 흉내 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때 “컹” 하고 짖는 소리가 한 번 더 나더니, 소리가 아주 가까워졌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툭” 하는 잔충격이 같이 들렸거든. 근데 문은 안 열려 있었고, 바람도 문틈으로 심하게 들어오지 않았어. 나는 속으로 ‘누가 장난치나’ 싶었지만, 현관등은 켜져 있었고, 누가 서 있으면 최소한 실루엣은 비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보였어.

엄마가 결국 문 쪽으로 나가려고 하길래 내가 얼른 붙잡았어. “엄마, 오늘은 그냥 두자. 우리 개 아니잖아.” 그러자 엄마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문손잡이를 잡는 손이 멈췄어. 그리고 엄마가 아주 낮게 말했어. “이 소리… 예전에 들었던 거랑 비슷하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개 짖는 소리가 또 한 번 멀어지듯이 바뀌었어. 이번엔 담장 바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집의 측면으로 미끄러지듯 옮겨가는 느낌이었지.

그렇게 잠깐 소리가 옆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문 앞에서 멈췄어. 마치 스스로 위치를 확인하듯이, “여기” “여기” 하는 식으로. 나는 그제야 이상한 걸 깨달았어. 소리가 멀어질 때는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거리만 늘리는’ 소리 같았거든. 실제로는 같은 높이, 같은 방향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려. 그러니까 귀로는 밖으로 이동하는데, 몸이 느끼는 불안은 그대로였어.

마지막엔 더 무섭게 끝났어. 짖는 소리가 갑자기 끊긴 게 아니라, 마치 숨을 참고 있다가 마지막에 한 번만 길게 울고 멈췄거든. 그 다음엔 문 앞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났어. 근데 공기가 달라진 느낌은 남았어. 마치 누가 다녀간 뒤 집이 잠깐 멈칫한 것처럼. 그날 새벽에 거실 창문을 열어보니, 마당에 발자국 같은 건 없었는데도 바닥에 젖은 자국이 동그랗게 남아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자국이 문 정중앙이랑 정확히 맞아떨어져 있더라. 지금도 가끔, 시골집 문 앞에서 멀어졌다 다시 멈추는 소리가 떠오르면 ‘그때 우리 집이 뭔가의 기준점이 됐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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