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동네 시장에서 산 과일
어제는 주말 아침인데도 이상하게 일찍 눈이 떠졌어요. 뭔가 거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 이른 시간에 창문 열어보면 공기가 아직 덜 붐비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동네 시장 한 번 가볼까?” 싶더라고요. 평소엔 장 보러 가도 대충 마트 위주로 가는데, 시장은 그 특유의 소리랑 냄새가 있어서 가끔은 일부러 발걸음을 옮기게 돼요.
시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이미 과일 트럭? 같은 데서 나는 향이 살짝 느껴져요. 신맛이 확 올라오는 레몬 쪽 냄새도 있고, 잘 익은 감 같은 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걸음이 빨라지진 않았는데 마음이 먼저 앞서가는 느낌이랄까. 도착하니까 상인 분들 손놀림이 바쁘고,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 소리도 리듬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만으로도 아침이 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시장 입구 쪽에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여기저기 서성이고 있었고, 저는 한 바퀴 천천히 돌면서 “오늘은 뭘 먹지”부터 생각했어요. 사실 과일은 매일 먹기는 하는데, 주말 아침엔 그냥 씻어서 먹는 수준 말고 뭔가 기분이 확 좋아지는 조합을 하고 싶더라고요. 요즘은 컵에 담아두는 간식도 좋지만, 집에 가서 씻고 자르는 과정 자체가 은근히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라서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과일 가게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것들이었어요. 빨갛게 익은 토마토도 있길래 잠깐 고민했는데, 오늘은 아침이니까 저는 아무래도 상큼한 쪽이 끌렸어요. 상인 분이 “이거 오늘 아침에 가져온 거라 달라요” 하시면서 손으로 살짝 두드려 보시는데, 그 소리도 또 신기하더라고요. 제 손에 쥐어진 과일이 가볍게 흔들리면서 향이 올라오는 순간, ‘아 오늘 잘 왔다’ 싶었어요.
결국 저는 사과랑 포도, 그리고 복숭아를 골랐어요. 사과는 그냥 크기만 큰 걸로 집으면 후회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색이 너무 진한 것보단 균일한 걸로, 그리고 만졌을 때 단단한 느낌이 있는 걸로 골랐어요. 포도는 알이 너무 단단해서 딱딱한 맛 나면 실망이고, 반대로 물러서 흐물하면 또 곤란하니까 그 중간을 찾게 되더라고요. 복숭아는 향이 먼저 나와야 하잖아요. 껍질 쪽에서 살짝 퍼지는 냄새 맡고 나니까, 이건 그냥 담아가야겠다 싶었어요.
계산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조금 더 느리게 느껴졌어요. 봉투 안에서 과일이 부딪히는 소리가 은근히 기분 좋고, 집 문 앞에서 열기만 해도 냉장고에 넣기 전부터 향이 나더라고요. 저는 집에 오면 바로 세탁하듯 쓱쓱 씻어두는 편이라, 씻는 동안 물이 받아지는 소리까지도 아침 분위기에 한몫하는 것 같아요. 씻어놓고 식탁에 잠깐 올려두면, 그 자체로 오늘의 간식이 완성된 느낌이랄까.
아침으로는 사과를 얇게 썰어서 그릇에 담고, 포도는 한 알씩 정리해서 먹기 좋게 준비했어요. 복숭아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처음 한 입은 그냥 ‘맛있다’가 먼저 나오고, 두 번째 입부터는 “아 이게 딱 내가 원하던 거였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별거 안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게 신기해요. 시장에서 산 과일은 뭔가 집에서 먹는 속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평소엔 과일을 먹어도 대충 끝내게 되는데, 오늘은 천천히 씹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상하게 이런 날은 뒤에 일정이 가벼워져요. 과일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내려놓으니까, 오전이 뻥 뚫린 것처럼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설거지하고 나서도 뭔가 마음이 깔끔하고요. 굳이 거창하게 뭘 하진 않았는데, 아침에 시장 다녀온 그 흐름이 하루를 살짝 정리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다음 주말에도 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은 과일 고르는 날은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지금 집에 과일 향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그냥 가볍게 마무리하고요. 다들 주말 아침에 뭐라도 맛있는 걸 챙겨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