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는 순간 한 사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는 순간 한 사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까진 그냥 “아, 미리 나를 봤구나” 싶어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고개가 돌아간 각도가 너무 정확했어.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맞춰둔 것처럼, 문이 ‘딱’ 닫히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시선이 딱 내 얼굴에 고정됐다.
그날 나는 야근 끝나고 혼자 건물 지하 주차장 쪽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회사가 오래된 편이라 엘리베이터도 버튼이 좀 빡빡하고, 내부 거울은 늘 누가 한 번씩 닦아놓는 느낌이 드는데도 항상 손자국 같은 게 남아있었다. 7층쯤에서 한 남자가 탔고, 그는 말없이 구석에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버튼도 안 누르더라. 그냥 같이 타기만 하는 분위기였어.
문이 닫히고 출발할 때, 나는 거울에 비친 남자의 얼굴을 슬쩍 봤다. 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서 눈이 잘 안 보였는데, 대신 그의 이마 쪽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어. 조명이 약해서 어깨나 얼굴 윤곽이 흐려야 정상인데, 그 사람은 유독 “선명한 부분만”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괜히 신경 쓰여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엘리베이터가 미세하게 덜컹— 하고 흔들렸다.
나는 “아, 그냥 케이블 점검하나?” 하고 넘기려 했는데, 남자는 그 흔들림에도 자세를 거의 안 바꿨어. 그러다 내가 1층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갈 생각에 B 버튼 쪽을 봤고, 그 순간 문이 닫히는 타이밍이 다시 떠올랐다. 왜냐면, 방금 전까지는 문이 열렸다 닫히는 과정이 자연스러웠거든. 그런데 엘리베이터 칸 자체가 커졌다 줄어드는 것처럼 느낌이 이상하게 겹쳤어. 마치 내가 한 번 더 “문이 닫히기 직전” 상태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
그때부터였어.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꺾어 내 쪽을 봤는데, 그 시선이 ‘순간적으로’가 아니라 ‘확인하듯’ 딱 멈췄다. 눈이 마주친 건 아니었는데, 얼굴이 내 쪽으로 돌아가면서 목덜미가 살짝 늘어나는 각도가 보여서, 오싹함이 먼저 올라왔다. 나는 멍하니 서서 그 사람의 반응을 기다렸고, 남자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대신 손에 든 휴대폰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는데, 화면은 꺼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버튼을 잘못 눌렀나 싶어서 B라고 적힌 버튼을 다시 확인하려 했어. 그런데 문제는, 내 손이 버튼 패널 쪽으로 가는 동안 엘리베이터 내부 소리가 조금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었어. “웅—” 하고 올라가는 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먼저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착각이 생겼다. 그리고 거울 속 내 표정이 평소랑 다르게 보였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는데, 내가 그렇게 웃는다고 해서 웃은 게 아니거든. 그 웃음이 ‘상대가 고개를 돌렸던 순간’이랑 같은 타이밍으로 생긴 느낌이라 더 무서웠다.
남자는 결국 아무 층도 누르지 않았는데도, 엘리베이터는 멈췄다. 지하 1층? 지하 2층? 정확히 모르겠어. 다만 도어가 열리지 않았고, 대신 층 표시등이 한 칸씩 깜빡이는데 숫자가 계속 바뀌다가 멈추는 방식이었어. 그때 남자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더 돌렸어. 내 어깨 쪽, 그러니까 내 바로 옆을 보는 자세. ‘너’가 아니라 ‘너 옆에 있는 무언가’ 확인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달까. 나는 그제야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라고 생각했던 게 틀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밑에 그림자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았거든. 조명이 그럴 리가 없는데, 바닥에 누군가가 더 서 있는 윤곽처럼 번져 보였어.
나는 얼른 문 열리는 소리가 나길 기다렸고, 동시에 멍청하게도 “저기요” 같은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입이 안 떨어졌어. 숨을 들이쉬면 목 안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고, 심장이 뛰는 속도만 이상하게 빨라졌어. 남자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는데, 그 눈이 거울을 타고 들어오는 빛을 받아서 더 또렷해졌다. 그때 확신했어. 그 남자는 나를 보려고 돌아본 게 아니라, ‘문이 닫히는 순간에만 생기는 빈칸’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어.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최대한 자세를 낮게 하고 출구 쪽을 노려봤다. 그리고 진짜로, 문이 다시 닫힐 때 소리가 한 번 겹쳤어. 딱, 닫히는 소리 뒤에 아주 작게 “딸깍” 같은 소리가 덧붙는 느낌. 그 덧붙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개가 잠깐 흔들렸고, 이번엔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뒤쪽을 봤다. 설마 뒤에 누군가가 있나 싶어서 돌아보려는 순간, 거울 속 남자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풀리더라. 마치 “다음엔 네 차례다”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나는 결국 지하 주차장 층으로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거의 뛰다시피 밖으로 나왔어. 엘리베이터 안을 다시 확인할 틈도 없었고, 뒤돌아보기만 하면 확실해질 것 같아서 그냥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그날 밤, 엘리베이터 호출 기록이 이상했어. 평소엔 내 폰에서 확인되는 층이 딱 찍히잖아? 근데 그날은 내가 내린 층이 ‘지하 1층’으로 기록돼 있는데, 내 기억으론 ‘지하 2층’으로 느껴졌다. 더 소름인 건, 거울 청소하시는 분이 다음 날 “어제 누가 탔어요?” 하고 묻더라. 내가 “저 혼자였는데요”라고 하자, 그분이 잠깐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어. “문 닫힐 때, 누가 한 번 고개를 돌리더라고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돼. 나는 아직도 엘리베이터 도어가 닫히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거든.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구 시선이 내 얼굴로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버렸어.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거울 속 표정이 내가 만든 게 아닐 때가 가끔 생긴다는 걸, 이제는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