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중고거래로 산 스피커에서 낯선 통화가 잠깐 들렸다

2026-08-18 00:29:11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스피커에서 낯선 통화가 잠깐 들렸다. 처음엔 그냥 잡음인 줄 알았는데,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신경 쓰이더라. 컴퓨터 옆에 두고 볼륨을 낮게 틀어뒀는데, 어느 순간 통화하듯이 사람 목소리가 스피커 안에서 딱 하고 끼어들었다. 10초도 안 됐는데, 너무 선명해서 “아 뭐지?” 싶었음.

스피커는 중고로 저렴하게 올라온 걸 샀어. 상태도 깔끔하고 구성품도 다 왔다고 했고, 판매자가 “테스트 해보고 이상 없어요”라고만 보내서 별생각 없이 입금했지. 택배 받고 설치하던 날엔 멀쩡했어. 음악 틀면 음악만 났고, 방송 같은 잡소리도 없었고, 평범한 중고품 그 자체였어.

문제는 그 다음날 저녁이었어. 게임 사운드 조금 틀어놓고 유튜브 듣는데, 화면 소리는 정상인데 스피커 쪽에서 갑자기 다른 음이 섞였어. 처음엔 “방송국에서 들리는 멀쩡한 목소리” 같은 게 아니라, 통화처럼 끊기는 말투였어. 아주 낮은 볼륨에서 시작하더니, 대화가 이어지는 듯하다가 바로 뚝 끊겼지.

나는 순간적으로 음악 볼륨을 줄였고, 케이블을 만져봤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음성은 스피커 자체에서 나오더라. 오디오 장치에서 출력되는 소리라기보다, 스피커가 어떤 신호를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주변 전기제품을 껐다 켜도 그대로였고, 휴대폰을 옆에 두면 더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했어. 그때부터 심장이 좀 빨라졌음.

다음 날엔 일부러 시간 맞춰서 테스트해봤어.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눠서 음악을 끄고도 스피커를 켠 채로 기다려봤지. 그런데 기다려도 안 나오다가, 항상 비슷한 시간대쯤 되면 아주 잠깐씩 들어왔어. 마치 누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여보세요” 같은 말이 아니라, 통화 중에 들리는 숨소리랑 짧은 문장들이 섞여 나오는 느낌이었어.

특이한 건 내용이 정확히 들렸다는 거야. 물론 전체 문장을 다 알아듣진 못했는데, 핵심 단어 몇 개는 귀에 걸렸어. “주소” “집 앞” “다음에” 같은 단어가 조각처럼 튀어나오곤 했지. 내가 일부러 상상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 단어들이 매번 비슷한 톤으로 반복됐어. 그래서 점점 ‘이건 내 스피커에서 새는 거다’라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어.

결정타는 네 번째로 들린 날이었어. 그때는 노래를 틀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커만 켠 채로 조용히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통화 상대가 “나 지금…” 하고 말을 꺼내는 듯하더니, 바로 뒤에 누가 급하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마지막에 아주 짧게, 마치 누군가 스피커 쪽으로 소리를 내며 말한 것 같은 기분으로 “꺼” 비슷한 말이 남았어. 그 다음엔 잡음조차 없이 완전한 정적이 왔고.

나는 겁이 나서 이튿날 판매자한테 연락했어.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혹시 개봉 전후로 이상 없었냐”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답이 좀 늦더니 결국 “그런 거 없는데요. 연결은 정상으로 됐죠?” 이런 식이었어. 중고거래 채팅은 원래 애매한 말이 많잖아.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던 게, 판매자가 “스피커 사용하면서 라디오 같은 건 절대 안 나온다”는 말을 먼저 했다는 거야. 그게 왜 먼저 나왔는지 모르겠음.

그 이후로 나는 아예 스피커를 한동안 꺼뒀어. 그런데도 가끔, 아주 낮은 주파수 같은 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방 안 공기가 묘하게 차가워졌어. 마지막으로 들린 건 일주일쯤 뒤였는데, 이번엔 말이 아니라 버튼 누르는 소리처럼 “딸깍” 하고 무엇인가가 연결되는 소리만 들렸어. 그리고 그 다음엔 아무 말도 없이 바로 끊겼지. 누군가가 다시 통화를 걸었는데, 내가 그 타이밍을 놓친 건가 싶어서 지금도 스피커 전원을 켤 때마다 잠깐 멈칫하게 돼.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