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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새벽에 누가 내 이름을 낮게 부른 뒤 조용해졌다

2026-08-18 04:29:12 조회 2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 두 시가 막 넘었을 때, 내 원룸 문 바깥에서 누가 내 이름을 아주 낮게 불렀다. “민수야…” 하고, 마치 기침하듯 숨을 섞어서 부르는 소리라서 처음엔 꿈이랑 섞인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한 건, 소리가 들린 방향이 정확히 내 방문 앞이 아니라 복도 쪽도 아닌… 방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낮게 퍼졌다는 거였다. 나는 이불을 걷어 올리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철렁 내려앉았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누가 들어온 게 아닌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대폰을 켜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열어보진 못하고 그냥 손잡이 감각을 잡고 있었는데,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멈췄다. 대신 아주 조용한 정적이 왔다. 원래 새벽엔 윗집 배관 소리나 옆방 냉장고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잖아. 그런데 그날은 그런 소리마저 싹 사라져서, 내가 숨 쉬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누구세요?” 하고 내가 물었는데,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문틈 아래로 바람이 살짝 스치듯 지나갔다. 그 바람이 차가워서 손등이 오싹해졌고, 나는 문을 열지 않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는 없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문 바로 앞에서 자세를 바꿔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다시, 아주 낮게 한 번 더 내 이름이 불렸다. 이번엔 더 짧게. 확인하듯이.

나는 그때부터 이상하게도, 이게 누군가 장난치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장난이라면 최소한 웃음이라도 섞이거나, 누가 “미안” 같은 말을 덧붙일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소리의 결이… 너무 또렷했고, 너무 가까웠다. 내가 문 앞에 서 있는 동안에도 목소리는 문 안쪽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려서, 머릿속이 계속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어 확인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둡고, 형광등은 반쯤 나가서 희미하게만 보였다. 근데 이상했어. 누군가 서 있을 자리도 없고, 누가 지나간 흔적도 없었다. 복도는 비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착각만 한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문틈 옆에 귀를 더 가까이 대봤는데, 소리는 없었고 대신… 아주 작은 진동 같은 게 들렸다. 마치 누가 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듯한, 아주 미세한 떨림.

나는 괜히 더 생각이 커지기 싫어서, 얼른 문을 닫고 전등을 켰다. 방 안은 평소처럼 그대로였는데, 이상하게도 침대 쪽 공기가 달랐다. 방금 전까진 이불이 뭔가 눌린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 근데 전등을 켜자마자, 이불이 완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내 옆 베개에 작은 먼지 자국이 하나 생겨 있었어. 손톱만 한 크기였는데, 그 자국 주변만 유난히 하얗게 번져 있었다. 누가 앉았거나, 혹은 무언가가 닿았다가 떠난 것 같은 형태였다.

그 뒤로도 잠이 안 와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시간이 이상하게 늦게 흘렀다. 새벽인데도 시계 초침 소리가 귀에 박히는 느낌. 그러다 갑자기, 방 안에서 아주 조용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전등 스위치를 만진 것 같은 소리도 아니고, 플러그가 빠졌다가 다시 꽂힌 소리도 아니었다. 내 책상 위에 놓인 유리컵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가, 곧 멈췄다. 컵이 흔들릴 만한 바람은 창문에서 오지 않았다. 창문은 잠겨 있었고, 바람이 들어올 틈이 없었거든.

나는 그제야 이게 단순히 누가 문 밖에서 부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이름을 부른 방식이,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옆에서 말하는 톤이랑 비슷했기 때문이야. 목소리를 아는 사람처럼 “낮게” 끌고 들어오는 느낌. 그런데 나는 같은 이름을 가진 지인이 없어. 가족도 그 시간에 연락을 하지 않고, 친구들은 술 마시더라도 새벽엔 “잠깼냐” 같은 말부터 하지 내 이름을 바로 부르진 않아. 무엇보다 그 목소리는 내 방 구조를 알고 있는 것처럼 정확히 내 귀에 닿았다.

새벽 네 시쯤 됐을 때, 다시 한 번 조용해진 게 아니라, 더 조용해졌다. 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소리가 “들릴 수 없게”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창문 유리도, 벽지 무늬도 그냥 멀쩡한데, 내 주변이 둥글게 잠겨 있는 것 같은 압박이 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또, 내 이름이 마지막으로 아주 짧게 불렸다. 그 뒤로는 진짜로 아무 소리도 없었어. 침대 시트도 정상이고, 컵도 그대로고, 복도도 비어 있는데… 그날 이후로는 내 방만 들어가면 목이 마르는 느낌이 계속 남았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문을 잠그는 습관이 더 늘었고, 누군가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녹음을 켜두려고 했어. 근데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내가 실제로 들었던 낮은 목소리는 한 번도 남아 있지 않더라. 파일에는 그냥 내 숨소리랑 아주 희미한 전등 잡음만 떠. 가끔 밤이 되면, 그 소리가 돌아올 것 같아서 멍하니 문 손잡이를 바라보게 된다. 원룸에서 새벽에 누가 내 이름을 낮게 부른 뒤 조용해졌다는 말이, 그때는 무서운 썰로 끝났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조용해진 이유”를 생각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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