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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야식 배식 시간이 아닌데 내 앞에 그릇이 놓여있었어

2026-08-18 20:29:13 조회 3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야식 배식 시간이 아닌데 내 앞에 그릇이 놓여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야식이라고 할 만한 공지가 뜨지도 않았고 취사장에서도 “몇 분 뒤 나가라” 같은 말이 나온 적도 없는데, 난 내 자리에서 멀뚱멀뚱 있다가 갑자기 내 앞 통로 쪽에 그릇이 하나 툭 놓이는 걸 봤거든.

그 날은 평소처럼 대충 저녁 먹고 소등 시간 오기 전 잡담 좀 하고, 정리하고, 각개로 넘어갈 타이밍이었어. 나는 내무반에서 불 꺼지기 직전이라 생활등 켠 상태였고, 바로 옆에 있던 녀석이랑 “오늘은 유난히 빨리 끝난다” 이딴 얘기 하고 있었지. 근데 그 순간, 복도에서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누가 장난처럼 그릇을 옮기는 소리랑 비슷한데, 이상하게도 내 쪽으로만 정확히 멈추더라.

고개를 돌리니까, 내 앞 책걸상 사이 통로에 하얀 그릇이 놓여 있었어. 뚜껑이 덮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이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이미 배정된 사람 앞에 있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릇 옆에는 숟가락이 딱 정렬되어 있었고, 종이컵 같은 것도 같이 놓인 것 같았는데, 조명 때문에 확실하진 않아. 근데 분명 내 앞이었어. 옆 칸 애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딱 내 앞만 그랬어.

처음엔 내가 뭔가 착각했나 싶어서 슬쩍 확인했는데, 내 이름표 같은 게 붙어 있진 않았어. 대신 그릇이 너무 “누군가 이미 준비해 둔” 모양이었어. 손님상처럼 깔끔하게 놓인 느낌. 나는 괜히 만지면 걸릴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또 “혹시 점호 후에 먹으라고 해놨나?” 싶어서 한참 고민했지. 결국 옆에 있던 동기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보려다가, 그 녀석이 먼저 내 눈치를 보더라.

동기가 “너 방금 그거 봤냐?” 하고 먼저 묻는 거야. 그러면서 자기 앞도 확인하는데, 자기 앞엔 아무것도 없대. 그럼 대체 누가 왜 내 앞에… 이 순간부터 소름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어. 군대는 이런 게 보통 “단체 배식 누락” 같은 실수로 생기는 경우가 많잖아. 근데 단체로 놓이지 않고, 특정 한 사람에게만 정확히 놓인 느낌이었어.

나는 결국 그릇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어. 근데 손이 닿기도 전에, 그릇 밑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 같은 게 느껴졌거든. “아, 취사차가 지나가서 그런가?” 싶은데, 복도 쪽은 이미 조용했고 발자국 소리도 없었어. 더 이상한 건, 그릇이 놓인 방향과 소등등 불빛 방향이랑 딱 맞게 그림자가 생기는데, 그 그림자가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내가 긴장해서 그런 거겠지 싶었는데,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뚜껑이 있는지도 모를 그릇에서 ‘살짝’ 하는 소리가 났어. 마치 누가 아주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는 것처럼.

동기가 “야, 먹지 마”라고 속삭이더라. 근데 내 머리는 이미 ‘야식’이 떠오르며 자동으로 계산하고 있었어. 군대에서 야식은 보통 배식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만 조리된 음식이 나오잖아. 그건 공지가 없었고, 취사장 불도 꺼져 있었고, 당직이 “나가서 줄 서” 이런 것도 없었어. 그런데 내 앞엔 숟가락까지 준비된 그릇이 있었고, 그릇이 있는 위치도 딱 내 생활 구역이었지.

나는 결국 손을 거두고, 그대로 몇 분 동안 멍하니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릇 옆에 놓인 종이컵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컵 표면에 얇게 김이 맺힌 것처럼 보이는데, 주변 온도는 냉골이라 김이 맺힐 환경이 아니었어. 그리고 그 김이 사라지면서, 컵 안쪽에 아주 옅은 잔상이 남았는데 글씨처럼 보였어. 내가 너무 오래 봐서 착각인 줄 알았는데, 동기도 “저거… 뭔가 적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 순간 생활등이 깜빡였고, 복도 끝에서 누가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평소 같으면 누가 지나가도 “야, 누구야” 하고 장난치듯 대꾸하는데, 그날은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 그걸 내가 먼저 눈치챘지. 누군가 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소리 내지 못하는 느낌. 그 발소리가 내 쪽으로 가까워지더니, 딱 그릇이 놓인 위치 앞에서 멈췄어. 그리고 아주 낮게 “먹어” 같은 소리가 들렸는데, 정확히 목소리인지 바람인지 모르겠어. 다만 분명한 건, 그 소리가 내 등 뒤에서 나왔다는 거야.

나는 그때야 깨달았어. 그릇이 “배식”으로 놓인 게 아니라, 누가 나를 확인하듯이 ‘지정’해 둔 것 같다는 걸. 동기도 숨만 쉬고, 누가 먼저 움직이진 못했어. 발소리는 잠깐 멈춰 있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는 것처럼 멀어졌고, 생활등 깜빡임도 끝났어.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그릇을 치우는 누가 와야 정상이잖아. 근데 아침 점호 전까지 아무도 그릇을 가져가지 않았고, 우리가 확인해보려고 하자 그릇 자체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어.

나는 그날 이후로 야식 시간만큼이나 “배식 시간이 아닌데도 뭔가가 내 앞에 생기는 상황”을 계속 조심하게 됐어. 솔직히 말하면, 군대에서 뭐가 놓이고 없어지는 일은 흔하잖아. 누락도 있고, 착각도 있고, 바람에 문이 닫히면서 생기는 오해도 있고. 근데 그건 착각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어. 지금도 가끔은, 불 꺼지기 직전 복도가 너무 조용할 때 내 앞에 그릇이 또 놓이진 않을까 그 생각이 들어서 등골이 식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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