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방범등이 꺼질 때마다 내 숨이 먼저 멎는 느낌
지하주차장 방범등이 꺼질 때마다 내 숨이 먼저 멎는 느낌이 들어서, 그 날 이후로는 일부러 한 박자 늦게 숨을 쉬려고 해도 자꾸 실패하더라. 처음엔 그냥 내가 예민한 건가 싶었는데, 그 “멎는 느낌”이 늘 같은 타이밍에 와. 정확히 방범등 점멸이 시작되는 순간, 마치 누가 내 가슴 쪽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공기를 잠깐 빼앗아 가는 것처럼.
사건이 시작된 건 늦은 밤, 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부터였어. 지하1층은 항상 어두운데, 계단 쪽 방범등만 특이하게 자동으로 켜졌다가 꺼져. 어떤 날은 깜빡임이 좀 빠르고, 어떤 날은 한동안 켜져 있다가 갑자기 꺼지지. 그런데 그날은 내가 차를 찾기도 전에, 등 하나가 딱 꺼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숨이 멎는 느낌이 확 들어왔어. 숨을 들이마시려는 순간인데도 목구멍이 딱 막힌 느낌이라, 순간적으로 “아, 심장 쪽이 이상하나?” 싶었지.
처음엔 단순한 공황 비슷한 걸로 넘겼어. 지하라서 답답하고, 어두우니까 괜히 겁먹은 거라고. 근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도 같은 일이 반복됐어. 주차장에 내려서 10~20초쯤 지나면, 누군가가 스위치를 건드린 것처럼 방범등이 한 번 꺼지고 다시 켜지잖아. 그때마다 내 호흡이 먼저 끊겨. 숨을 쉬고 있던 상태에서 “컥” 하고 공기가 걸리는 느낌이 아니라, 숨을 쉬려는 타이밍 자체가 빼앗긴 느낌이 더 커. 그래서 난 그 순간을 피하려고 일부러 등 꺼질 때를 세고, 켜지면 그제야 숨을 내쉬기 시작했는데도 계속 비슷하게 와.
나는 그때부터 방범등을 관찰하기 시작했어. 조명은 천장에 달린 것들이라 시야에 잘 들어오는데, 꺼질 때마다 아주 잠깐씩 다른 소리도 같이 났거든. 바람 소리 같은 게 아니라, 아주 미세한 마찰음? 철제 문이 한 번 살짝 닿는 소리랄까. 그 소리를 들으면 등은 바로 꺼지고, 그 다음에 내 몸이 따라오는 느낌이야. 등 꺼지는 것과 내 숨이 멎는 게 “순서”가 있는 것 같아. 내 숨이 먼저 멎는 게 아니라, 등 꺼지는 걸 내가 느끼기 전에 이미 몸이 반응해버린다고 해야 하나. 그게 제일 소름이었어.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 앞 거울로 내 얼굴을 확인했어. 식은땀이 나 있는 건 아닌데, 눈이 좀 이상하게 풀려 있더라. 내가 그걸 확인하는 순간에도, 주차장 쪽에서 방범등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고, 내 목이 또 한 번 조용히 멎는 감각이 왔어. 이상하게도 그때는 내가 “아, 또 오네” 하고 생각한 뒤였는데도 똑같이 왔지. 그러면 혹시 내가 불안해서 생기는 증상인가 싶을 텐데, 그 불안이 생기는 게 아니라 증상이 먼저 와. 불안은 뒤따라오는 거야.
결국 나는 관리실에 문의했어. 방범등이 자꾸 꺼졌다 켜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끄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돌아온 답이 황당했어. 관리실 직원이 “그쪽 라인만 센서가 예민해서 그래요. 가끔 동작 감지나 점검 때문에 그런 현상 있어요.”라고 하더라고. 센서가 예민하다… 그 말 자체는 말이 되는데, 내가 겪는 건 센서가 예민해서 “어두워졌다”가 아니라, 어두워지기 직전에 내 호흡이 먼저 끊긴다는 거잖아. 직원이 나가서 확인하고 난 뒤에도, 다음 날 같은 시간이 되면 또 똑같이 반복됐어.
그날 이후로 나는 주차장에 내려갈 때마다 행동을 바꿨어. 계단 쪽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바로 앞 통로로만 다니고, 조용히 휴대폰을 보면서 시간을 버텼지. 근데 이상하게도 동선을 바꿔도, 방범등이 꺼지는 구간만 지나면 무조건 그 느낌이 왔어. 특히 조명이 꺼지는 “딱 그 찰나”에만 머리가 멍해지고, 숨이 목에 걸린 채로 한 박자 늦게 돌아오더라. 숨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제서야 가슴이 크게 움직여. 마치 누군가가 숨을 잠깐 가져갔다가, 딱 한 박자 뒤에 다시 돌려주는 것처럼.
사람은 괜히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도, 반복되면 결국 의미를 만들어버리게 되잖아.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원인을 추리했어. 방범등이 꺼질 때 전기 라인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건 아닐까, 그러면 내가 느끼는 게 착각이 아니라 신경 반응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내가 전기 문제를 의심할수록 더 이상한 점이 생겼어. 왜 하필이면 내 숨이 먼저 멎는 느낌이 항상 “일괄적으로” 따라오지?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거든. 나는 혼자만 그 순간을 겪는 것 같았어. 물론 내가 이상하게 예민한 건 맞을 수도 있는데, 그럴수록 더 설명이 안 됐어.
마지막으로, 내가 확실히 알아차린 건 “등이 꺼질 때”가 아니라 “등이 다시 켜질 때”야. 어떤 날은 등 꺼짐을 거의 예측했는데도, 다시 켜질 때마다 이상하게도 숨이 돌아오는 동시에 내 귀 안쪽이 살짝 먹먹해.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 그 타이밍이 고정됐어. 이제는 방범등이 켜져 있어도, 곧 꺼질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먼저 긴장해. 문제는 내가 무서워서 숨이 막히는 게 아니라, 방범등이 꺼질 때 내 숨이 먼저 “멎을 준비”를 한다는 것 같다는 점이야. 그래서 오늘도 주차장에 내려갈 때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데도 갑자기 내 목이 조용히 멈칫하고, 그 다음에야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돼. 다음 점멸이 오기 직전, 나는 아직도 그 찰나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