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후배가 내 말 똑같이 따라 했다가 사고 친 썰
직장에서 후배가 내 말 똑같이 따라 했다가 사고 친 썰이 있어. 나도 이런 거 당해보면 웃긴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아찔하더라. 그날은 월요일 아침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시작됐고, 나는 “아, 그냥 말버릇이겠지” 하고 넘겼는데 결과가 꽤 커졌다.
나는 팀에서 신입/주니어 교육 담당도 같이 맡고 있었어. 매뉴얼이 따로 있는데, 현업은 또 상황마다 예외가 있어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거든. 예를 들면 “일단은 확인부터 하고, 대충 추측으로 밀지 마” 같은 거. 그리고 보고서 작성할 때도 “표는 한 번만 더 보고 올려” 이런 식으로 습관처럼 말하는 편이었어.
문제는 후배가 그걸 너무 성실하게 흉내를 냈다는 거야. 처음엔 귀엽기도 했지. 회의 들어가서 내 옆에 앉아 있더니 내가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문장 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야. 내가 “확인부터!” 하면 후배도 “확인부터요” 하고, 내가 “대충은 금지!” 하면 후배도 “대충은 금지요” 하고. 물론 분위기 맞추려는 거겠지 했어.
근데 그날 오후에 갑자기 거래처에서 긴급 요청이 들어왔어. 기존에 하던 업무랑 비슷한데, 조건이 하나 달라진 케이스였거든. 팀장이 “이거 정리해서 오늘 안에 공유해”라고 하길래, 나는 바로 메일/표준안/이전 케이스를 대조하라고 했어. 그리고 내 특유의 멘트를 또 꺼냈지. “일단은 확인부터 하고, 추측으로 밀면 바로 티 나.”
그러자 후배가 그대로 받아 치더라. “일단은 확인부터 하고, 추측으로 밀면 바로 티 나.”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확인이 아니라 바로 실행을 해버렸어. 자료를 대조하는 대신, 전날 내가 만들어 둔 초안 파일을 그대로 가져오더니, 조건이 달라진 부분은 그냥 “비슷하니 넘어가도 될 듯” 하면서 수정 없이 제출 쪽으로 가는 거지.
나는 그 순간 멈춰 세웠어. “잠깐, 조건이 달라졌잖아. 확인해야지.” 근데 후배가 당황한 얼굴로 “형이 방금 확인부터 하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확인하고 들어갔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 확인이 뭐냐면, 폴더를 열어봤다는 정도였어. 즉, 내용 확인이 아니라 파일 존재 확인. 말은 맞는데 뜻이 완전히 다른 거. 나는 그때 “아, 얘가 내 말 자체를 공식처럼 외운 거구나” 싶었어.
그래도 다행히 내가 중간에서 잡았지만, 이미 후배가 초안을 외부 공유 폼에 올려버린 상태였어. 거래처 담당자가 바로 회신을 줬는데, 내용은 엇나갔고 “조건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이 딱 찍혀 있더라. 순간 팀 전체가 조용해졌고, 팀장이 노트북을 닫으며 “어제랑 다른 포인트가 있었는데, 왜 그대로 갔지?” 하고 묻는 분위기였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후배도 자기가 “확인부터”를 했다는 걸 근거로 말하다가 결국 해명 과정에서 더 꼬였고.
그래서 나는 후배를 혼내기 전에, 먼저 정리부터 하자고 했어. “말을 따라 하는 건 좋지만, 중요한 건 ‘확인’이 어떤 확인인지야. 파일을 여는 게 확인이 아니라, 조건을 대조하는 게 확인이지.”라고 차분히 말했지. 후배는 그제야 고개를 숙이면서 “말만 따라 하다 보니까 제가 뭘 확인한 건지 감이 안 왔어요”라고 하더라. 그때 솔직히 내가 좀 화가 풀리더라. 사고는 분명 후배가 냈는데, 의도는 나쁘지 않았거든.
다만 문제는 다음날부터였어. 후배는 그 이후로는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더라. 대신 “형, 제가 확인할 포인트는 이거 맞아요?”라고 묻기 시작했어. 그리고 자료 대조도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공유하더라. 결과적으로 팀은 한 번 혼났지만, 후배는 오히려 성장한 느낌이었어. 나는 가끔 그때 생각해. 사람은 말을 배우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행동과 기준까지 같이 배워야 안전하구나 하고.
지금도 가끔 후배가 내 멘트를 또 하려는 듯 입을 여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한 발 먼저 “말보다 기준!” 하고 웃으면서 넘겨. 그 사건은 정말 아찔했지만, 동시에 내 교육 방식도 돌아보게 만든 계기였어. 결국 직장에서 중요한 건 같은 문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은 기준으로 실수 없이 움직이는 거더라.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로 후배 앞에서 멘트로 끝내지 않고, 기준을 꼭 한 번 더 설명하게 됐고, 후배도 그걸 기억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