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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님이 내 집 문 앞에서 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갔어

2026-08-20 04:29:11 조회 2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기사님이 내 집 문 앞에서 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갔어. 진짜로,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도 안 누르고 휴대폰도 딱히 만지지 않길래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었거든.

사건은 평범한 야식 시킨 밤이었어. 문 앞에 도착했다고 앱에 찍히고, 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두었습니다’ 같은 멘트가 뜨는 타이밍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미 벨 소리 한 번 못 들었어. 그래서 내가 무심코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쳐다봤지.

그때 보였어. 검은 마스크 쓰신 기사님이, 내 집 문 앞에서 딱 멈춰 서 있었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서성이는 것도 아니고, 주변을 훑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면을 보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 자세가 너무 고정돼 있어서 시선이 붙잡히더라. 누가 봐도 ‘전송 완료’ 후 바로 사진 찍고 끝내는 그런 흐름이 아니었어.

나는 문을 열지 않은 채로 한 10초 정도 기다렸어. 혹시 내가 못 들은 사이에 사진만 찍고 가려나 싶어서. 그런데도 기사님은 그대로였고, 심지어 몸도 거의 안 움직였어. 바람이 불면 옷자락이라도 흔들릴 법한데, 그마저도 없었어. 그 순간 이상하게 손끝이 차가워지더라.

그래서 조심스럽게 휴대폰으로 앱을 확인했지. 배달 상태는 ‘배달 완료’로 바뀌어 있었는데, 기사님 프로필에 뜨는 위치가 방금 전까지 문 앞이 아니라 한 칸쯤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 기록이 남아 있었어. 말하자면, 실제로는 내 문 앞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앱에는 이미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찍힌 거야. 나는 그게 더 찝찝했어. 도착 체크가 늦게 반영된 건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시간을 꼬아놓은 건지.

현관 쪽 작은 창문으로 바닥을 살폈는데, 가방도 없고 음식 박스도 안 보였어. 문 앞에 두었다는 문구만 뜨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던 거지. 그런데 기사님은 여전히 말없이 서 있었어. 문 쪽으로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이긴 했는데, 그게 ‘말 걸 준비’ 같은 느낌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한참이 흐르고 나서, 갑자기 기사님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어.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더라. ‘감사합니다’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고, 문 앞에서 서 있던 자세를 풀지도 않은 채로 그냥 돌아갔어. 나는 얼른 문을 열어보려다 멈췄지. 혹시라도 누가 뒤를 보고 있을까 봐. 근데 문을 열자마자 복도는 조용했고, 엘리베이터 문도 닫히는 소리만 멀리 들렸어.

나는 그제서야 현관 바닥을 다시 확인했어. 배달 가방 흔적이 없으니 누가 훔쳐갔나 싶었는데, 문제는 우리 층에 CCTV가 있냐는 거였어. 관리실에 물어보려 했더니 그날 밤 시간대 기록이 ‘저장 실패’로 뜬다는 말이 나왔고, 그게 하필이면 내가 주문한 시간대랑 겹치더라고. 이게 맞물리니까 머릿속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어.

다음 날, 나는 배달 앱 고객센터에 문의했어. “문 앞에 두었다고 뜨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님이 문 앞에서 오래 서 계셨다”라고 말했지. 그러자 상담원이 “기사님이 배달 사진을 업로드했습니다”라고 하더라. 근데 사진을 확인하려고 하니까 ‘시스템상 사진 열람이 제한된다’는 말이 붙고, 결국 나는 이미지 확인을 못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앱에서 주문 상태가 조금 이상하게 바뀌었어. 완료가 유지되는데도 세부 시간 표기가 전부 흐릿해진 것처럼 보였거든.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뒤로도 며칠 동안 현관 앞만 지나가면 심장이 빨리 뛰었어. 특히 초인종 버튼 근처를 손으로 누를 때마다, 손바닥 감각이 이상하게 남아. 어떤 밤에는 꿈에서 문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걸 보는데, 늘 말없이 서 있고, 늘 돌아가기 직전에만 고개가 미세하게 움직여. 배달기사님이 정말 뭘 보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완료’ 버튼만 찍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어.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 그날 밤, 현관 앞에는 음식 대신 이상하게 비어 있는 시간이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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