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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차 안 공기가 확 식어버렸어

2026-08-20 12:29:13 조회 2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차 안 공기가 확 식어버렸어

그날도 그냥 평범하게 집에 가는 길이었어. 새벽이었는데, 동네가 조용해서 택시 창문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길게 늘어져 보이더라. 나는 목적지가 가까워져서 기사님한테 “여기서 잠깐만 세워 주세요” 했고, 차가 감속하면서 승차감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내가 내리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뭔가가 확 끊기는 느낌이 들더라.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내가 내리는 동작이 시작되자마자 차 안 공기가 쌀쌀해졌다고 해야 하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어. 숨 쉬는 게 더 차갑게 느껴졌고, 목 뒤가 서늘해지면서 등줄기가 탁 조여 왔지.

“기사님, 에어컨…” 하려다 말았어. 택시 내부는 멀쩡했거든. 손잡이나 계기판도, 실내등도 정상인데, 공기만 이상하게 차가웠어. 사람 몸이 추워지는 방식이 있잖아. 근육이 서서히 굳는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 바람을 확 뿌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느낌. 그래서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택시 안에서 작은 잡음이 한번 났어. 웅— 하고, 마치 문틈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 같았는데.

나는 얼른 다시 택시 안을 봤지. 기사님은 앞만 보고 계셨어. 그런데 표정이 이상할 정도로 굳어 있었어. 운전대를 잡은 손도, 페달 위에 놓인 발도, 원래 운전할 때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았어. 그게 “깜빡 졸았나?”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어떤 상태에 고정된 것 같았달까. 순간적으로 ‘내가 뭘 잘못 했나’ 싶을 만큼 마음이 불편해졌어.

차에서 내리며 내가 돈을 주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잔돈을 늦게 내어주셨어. 그 사이에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나는 뒤로 물러서서 길 건너를 바라봤어. 그런데 택시가 출발을 안 하더라. 보통은 바로 앞으로 치고 나가잖아. 대신 차 안이 이상하게 조용했어. 엔진 소리가 줄어든다기보단, 소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갑자기, 창문에 비친 내 그림자가 살짝 뒤틀려 보였어.

‘기분 탓인가’ 하면서도, 나는 발걸음을 빨리 옮겼지. 가로등 아래를 지나는데, 그 찬 공기가 내 몸 주변을 따라오는 것 같았어. 옷은 멀쩡했는데도, 손가락 끝이 저릿했고 숨이 하얗게 날 듯 말 듯 했어. 집에 가까워질수록 그 느낌이 더 또렷해졌고, 내가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택시 소리가 완전히 끊겼어. 뒤를 돌아봤을 때는 택시가 보이지도 않았고, 도로는 텅 비어 있었거든.

하지만 진짜 이상했던 건, 그 공기가 단순히 차에서만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집 문 앞까지 걸어오는데도 등 뒤가 계속 차가웠어. 문 손잡이를 잡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는데, 이상하게 그땐 추위가 아니라 ‘막혔다’는 느낌이 더 컸어. 마치 공기가 내 쪽으로 들어오다 말고, 안으로는 못 들어가고 밖에서만 맴도는 것 같은. 방 안에 들어가 불을 켜도 그 서늘함이 한동안 남아 있었고, 베개를 만지면 손끝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듯 남아 있더라.

다음 날이 됐는데도 생각이 자꾸 났어. 택시 기사님께 물어보자니, 내가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에어컨이 고장 난 거 아니었어요?”라고 하기엔, 실내는 멀쩡했으니까. 대신 난 이상하게도 택시에서 내릴 때 들렸던 웅— 소리만 계속 떠올랐어. 그 소리가 귀를 때린 게 아니라, 내 안쪽 어딘가를 살짝 건드린 것처럼 기억이 남아 있더라고.

요즘도 가끔 새벽에 택시를 타면, 내리는 순간이 제일 무서워. 문 열고 한 발만 내딛으면, 그 차 안 공기가 갑자기 식어버리는 상상부터 하게 되거든. 물론 다 기분 탓일 수도 있어. 근데 그날은 너무 정확했어. 내가 내리는 동작과 공기의 변화가 맞물린 그 타이밍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아. 그리고 가끔은, 내가 내린 뒤에도 누군가가 그 차 안에 남아 공기를 대신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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