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유독 차가운 손잡이로 젖어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유독 차가운 손잡이로 젖어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내 차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어. 손끝이 닿자마자 식은 물에 손을 담갔다 뺀 것처럼 축축하고 차가웠거든. 비가 오는 날도 아니었고, 주차장 바닥에 물 고인 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려는데, 그 ‘차가움’이 그냥 결로 맺힌 정도가 아니었어. 손잡이 금속 표면이 말 그대로 젖어 있었고, 손을 뗄 때마다 손끝에서 물기 같은 감촉이 느껴졌어. 나는 장갑도 아니었고, 그냥 맨손으로 잡았는데도 말이야. 확인하려고 손잡이를 한 번 더 만져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손잡이 쪽으로 손이 더 당겨지는 기분이 들었어. 이상한 말 같지만, “만지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도 그냥 누가 장난 친 거겠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지. 지하 2층, 주차 칸은 적당히 비어 있었고 CCTV가 달린 복도 쪽은 조용했어. 누가 일부러 내 차만 찾아서 손잡이를 적셔놨다… 그 생각이 드니까 더 찝찝하더라. 나는 허둥지둥 세차장도 아닌데 물이 왜 묻어있지, 하고 바로 운전석에 앉았어.
시동을 켜자마자 유리창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어. “툭, 툭.” 와이퍼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세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뭔가 유리 안쪽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느낌. 처음엔 에어컨에서 물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절이 겨울도 아니고 실내가 차가운 상태도 아니었거든. 게다가 소리는 운전석 쪽에서만 나. 조수석은 조용했어.
그때야 문득 아까 문손잡이의 차가움이 떠올랐어. 나는 습관처럼 조수석 문을 열어 확인하려고 손잡이를 잡았는데, 그건 또 완전 반대였어. 마른 상태였고, 평소처럼 그냥 금속 온도 느낌만 났어. 내 차만, 그것도 내가 내릴 때마다 손잡이만 젖어있는 것 같아. ‘누가 일부러 뿌리는 거면 조수석도 맞겠지’ 싶은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어.
퇴근 다음 날도 똑같이 시작됐어. 출근해서 차를 세우고, 퇴근해서 돌아오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면 내가 차에 뭔가를 묻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밤새 차 안에 아무것도 두지 않았거든. 그런데 또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아까처럼 식은 물이 손끝에 붙는 감촉이 났어. 이번엔 아예 손잡이를 닦을 휴지가 없어서 옷자락으로 문질렀는데, 닦이는 과정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어. 젖은 천, 오래된 지하 배수구 같은 냄새랄까.
나는 그때부터 카센터가 아니라 관리실에 물어보려 했어. 지하주차장 청소를 누가 하는지, 그리고 “특정 차량만 손잡이가 젖어 있다” 같은 말을 하면 웃기게 보일까봐 고민했지. 그런데 딱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을 봤어.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내 차를 지나쳐서 복도 쪽으로 들어갔는데, 그 남자의 걸음이 너무 조용했어. 마치 바닥에 소리가 닿지 않는 것처럼. 그 남자가 내 차 문 앞에서 멈췄는지 기억이 애매한데, 확실한 건 바로 그 직후부터 내 손잡이가 젖기 시작했다는 점이야.
결국 CCTV를 확인하려고 관리실에 갔는데, 돌아온 답이 너무 짧았어. “특정 시간대 영상이 오류가 있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관리실 직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거든. 내가 “왜 제 차만 그렇죠?”라고 물으니까, 그 사람은 “요즘 누가 장난하는 것 같네요”라고만 대답했어. 그런데 웃긴 건 장난 치는 사람이라면 내 차만 고집할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손잡이는 매번 똑같이 젖어 있었고, 닦아도 자꾸 차가운 감촉이 남아있었어.
그 다음부터는 문손잡이를 잡기 전에 휴지로 한 번 감싸고 열었어. 손잡이 표면에 물기가 남아있는 건 여전했는데, 그 차가움이 손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은 조금 줄어들더라. 하지만 가끔은, 휴지로 감싸도 아주 잠깐 스치듯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 같은 감각이 났어. 마치 손이 문손잡이에 ‘먼저’ 닿아버린 것처럼. 나는 그때부터 누군가가 내 차를 만지는 게 아니라, 내 차가 어떤 방식으로 나를 먼저 받아들이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가장 이상했던 일이 있었어. 평소처럼 퇴근해서 문손잡이를 잡으려는데, 이번엔 손잡이가 젖어 있지 않았어. 분명히 전날까지는 매번 젖어 있었는데, 그날만은 마른 상태였거든. 그래서 나는 오히려 안심했어. 그런데 차 문을 열고 앉자마자 등줄기가 쭉 서늘해졌고, 계기판 쪽이 약하게 깜빡였어. 딱히 고장 경고가 뜨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휴대폰 화면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다시 켜졌어. 그리고 잠깐, 잠깐 동안만 차 안 공기가 한 번에 바뀌는 느낌이 들었지.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가 이미 타고 내린 자리의 온도만 남아 있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는 문손잡이가 더 이상 젖지 않았어. 대신 나는 매주 한 번씩, 주차장에 내려갈 때마다 내 차 문손잡이 위치를 확인하게 됐어. 누가 장난이라기엔 너무 일정했고, 누가 실수라기엔 너무 정확했거든. 아직도 가끔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손잡이를 잡기 전에 먼저 손끝이 얼어버리는 느낌이 떠올라서…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차를 “내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