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밤마다 부엌 불이 켜졌다 꺼지는 패턴이 일정해
시골집에서 밤마다 부엌 불이 켜졌다 꺼지는 패턴이 일정해
그날도 늦게까지 부엌 정리한다고 불을 켜 둔 채로 잠깐 누웠다. 새벽 두 시도 좀 넘었나 싶었는데, 갑자기 주방 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불빛이 방까지 새어 들어오듯 환해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빛이 오래가지 않았다. 정확히 몇 분은 아닌데, 내가 숨 고르는 타이밍이랑 맞게 다시 꺼졌다. 그 다음 날부터는 이게 그냥 착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전기 문제라고 생각했어. 시골집은 배선이 오래되기도 했고, 비 오는 날이면 특히 더 그랬거든. 그래서 다음날 낮에 스위치 위치랑 전등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부엌 천장 쪽 전구도 갈아 끼웠다. 그래도 밤이 되자 똑같이 시작됐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면, 새벽 시간대에 맞춰 부엌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또야?” 하고 멍하니 있다 보면 정말로 불이 알아서 꺼졌다.
패턴은 꽤 단단했다. 보통 새벽 2시 10분쯤에 처음 켜지고, 2시 17분에 꺼졌다. 그 사이에 무슨 바람이 들어와 전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지도 않았다. 창문을 확인해도 닫혀 있었고, 창문 틈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는 소리도 없었다. 게다가 켜지는 순간에는 전등이 약하게 깜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완전하게” 들어왔다. 마치 누가 손으로 스위치를 올리는 것처럼.
나는 답답해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 휴대폰 타이머를 켜두고, 불이 켜진 시간을 적었다. 놀랍게도 편차가 거의 없었다. 2시 10분에 켜지면 2시 17분에 꺼졌고, 다음엔 3시 5분에 켜졌다가 3시 11분에 꺼지는 식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4시가 넘어가면서 그 간격이 더 촘촘해졌는데, 그때는 내가 잠이 깼는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잠결에 스위치를 건드리는 거 아닐까”라고 진지하게 의심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일부러 스위치 앞에 의자를 대고, 내 방 문도 잠그고 잤다. 다음 날 아침, 의자는 그대로였고 스위치도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밤에 또 켜졌다. 내 방에서 듣기에도 소리가 났다. 전등이 들어오는 “딸깍” 소리랑, 꺼질 때의 “딸깍”이 분명히 다르게 들렸다.
그러다 부엌 쪽에서 뭔가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됐다. 불이 켜질 때마다, 아주 잠깐 기름 냄새 같은 게 올라왔다가 바로 가라앉았다. 내가 조리한 기억이 없는데도 말이야. 부엌에는 오래된 식탁과 찬장만 있고, 불 켜질 때마다 찬장 아래쪽이 은근히 어둠에서 밝아졌다. 나는 그 빛을 볼 때마다, 누군가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은 용기가 나서, 불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거실 커튼 뒤에서 기다렸다. 심장이 빨리 뛰어서 손가락이 떨렸는데, 정각에 가까워지자 부엌 쪽이 먼저 하얗게 환해졌다. 나는 그때 확신했어. “전기가 알아서 하는 거”가 아니라, 누군가가 스위치를 만지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스위치가 있는 쪽이 문과 반대 방향이라서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야. 불이 켜졌는데도, 나는 사람이 지나가는 그림자도 못 봤다. 그런데도 꺼질 때는, 똑같이 스위치 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는 마음이 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벽에만 그러다가, 어느 주부터는 저녁 먹고 설거지하려고 부엌 쪽으로 걸어가면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느려졌다. “괜히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감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불을 켜지 않으려 해도, 그날 밤에는 또 켜졌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꺼질 때면, 마치 “기다린 사람을 확인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집 전체가 갑자기 숨을 삼키는 느낌.
마지막으로 소름이 돋았던 건, 그 패턴이 내 일정이랑 맞물리기 시작했을 때야. 내가 며칠 연속 늦게 잠들면 불 켜지는 시간이 몇 분씩 따라 움직였다. 반대로 내가 일찍 누우면 불 켜지는 시간도 조금 앞당겨졌다. 전등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시간대에만 일부러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추는 걸 연습했다. 오늘도 새벽이 오면 부엌 불이 켜지고, 꺼질 때까지 나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게 끝나면, 항상 한 가지가 남는다. 이 집은 불을 켜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