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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창문 방충망에 발자국 같은 모양이 찍혀 있었다

2026-08-21 20:29:13 조회 2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창문 방충망에 발자국 같은 모양이 찍혀 있었다. 처음엔 내가 잠결에 무언가 묻혔나 싶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불을 켜는 순간, 방충망 바깥쪽 유리창에 작고 뭉툭한 자국들이 줄을 맞춰 찍혀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누가 밖에서 안으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걸어” 지나간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날도 늦게까지 일하고 와서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는 식으로 정신없이 생활했다. 그래도 찝찝해서 창문을 손으로 쓸어봤는데, 방충망은 그대로 철컥거리며 단단했다. 자국은 먼지 같은 게 아니라, 방충망 안쪽의 미세한 틈에 눌린 자국처럼 보였다. 크기도 일정했고, 발 모양이라고 하기엔 너무 둥글게 뭉개져 있어서 더 이상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하면서 확대경처럼 휴대폰 카메라를 가까이 갖다 댔다. 발자국 모양이 찍힌 위치가 특이했는데, 방문 바로 옆 창문 손잡이 쪽에서 시작해서 침대 쪽으로 이어졌다. 특히 침대와 가까운 부분은 자국이 두세 개 겹쳐 보일 정도로 진했다.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누가 창문으로 들어온 건가?” 싶은 생각이 스쳤는데, 창문은 잠겨 있었다. 환기용으로 잠깐 열어둔 적도 없었다.

나는 방충망을 빼서 안쪽을 닦아볼 생각을 했는데, 막상 손대려니 겁이 났다. 이상하게도 자국이 찍힌 지점에 손을 대면 손끝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물티슈로 살살 문질렀더니, 먼지가 묻은 흔적이 아니라는 게 바로 티가 났다.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자국 주변에 아주 희미한 진동자국 같은 게 번졌다. 지워지긴커녕 더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그 주에 벌레가 유독 많아지는 계절이었고, 나는 종종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 하지만 자국이 처음 보였던 날 이후로는 창문을 닫아두고, 문도 이중잠금까지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 저녁엔 자국 방향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손잡이 쪽에서 침대 쪽으로 이어진 줄이었는데, 그날은 반대로 침대 쪽에서 손잡이 쪽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어서 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에서도 위치가 미묘하게 달랐다.

관리실에 연락하려고 하다가 말았다. “방충망에 발자국이 찍혀 있어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웃으면서 “누가 장난치는 거 아닐까요”라고 할 게 뻔했다. 더 무서운 건, 내가 장난을 친 게 아니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였다. 대신 나는 조심스럽게 방충망 주변을 살폈다. 창문 프레임과 벽 사이에 작은 먼지 틈이 있었는데, 그 틈이 평소보다 더 벌어진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다가 다시 뺐을 때처럼.

그때부터는 소리가 이상해졌다. 밤이 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창문 쪽에서 아주 작은 “툭” 하는 소리가 한 번씩 났다. 벌레가 부딪히는 소리와 비슷한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난 뒤에는 방충망 위 자국의 간격이 더 규칙적으로 보였다. 나는 결국 스마트폰으로 타이머 녹화를 켰다. 화면을 10분 정도 켜두고 딴짓을 하다가 보려니, 아무것도 없는 화면인데도 자꾸 눈이 창문 쪽으로 쏠렸다. 녹화 끝나고 확인해보면 방충망에 손이 닿았을 때 생기는 미세한 떨림 같은 게 찍혀 있었다. 근데 CCTV처럼 또렷하진 않고, 그냥 “어딘가가 아주 가깝게 지나갔었다”는 정도의 흔적.

며칠 뒤, 자국이 더 이상 늘지 않는 날이 왔다. 대신 방충망 중앙, 딱 내가 가장 자주 앉는 의자 위치와 겹치는 곳에 점처럼 찍힌 게 생겼다. 발자국이 아니라, 누가 한 지점을 “살짝” 눌렀다가 그대로 멈춘 모양 같은 거였다. 나는 그때부터 창문을 볼 때마다 숨이 덜컥 막혔다. 내가 앉는 자리와 겹친다는 게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는데도, 묘하게 “나를 확인한 흔적”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국이 사라진 날이 있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좀 불던 날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공기 냄새가 평소와 달랐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도 아닌데, 무언가 젖은 듯한 차가운 냄새가 짧게 확 올라왔다. 아침에 커튼을 걷고 확인했더니, 방충망에 있던 줄이 흔적도 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누가 닦은 것도 아니고, 물청소를 한 기억도 없는데 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창문을 열 때마다 유리 너머를 확인한다. 방충망은 그대로인데, 마치 그 자국들이 “이쪽을 보고 나간 뒤”에야 지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가끔 밤에 창문 가까이 서면, 누가 내 발자국 간격을 맞추려는 것처럼 아주 조용한 떨림이 느껴질 때가 있다. 원룸에서 창문 방충망에 발자국 같은 모양이 찍혀 있었다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한 이상현상이 아니라 “다음엔 네가 먼저 보게 될지도”라는 경고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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