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침대만 먼지층이 두껍게 쌓여 있었어
군대에서 내 침대만 먼지층이 두껍게 쌓여 있었어. 처음엔 장난처럼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 이건 그냥 관리 문제 아니구나” 싶더라. 생활관에서 아침 점호 끝나고 일어날 때마다, 내 침대 위만 유독 바닥까지 내려앉은 것처럼 하얀 먼지 막이 층층이 보였어. 다른 애들 침대는 시트만 대충 털어도 금방 티가 안 나는데, 내 건 꼭 바닥에 오래 묵힌 솜처럼 뭉쳐 있었어.
사건은 첫 주부터 시작됐어. 나는 신병이라 배정받자마자 침구 정리부터 열심히 했거든. 새벽에 깨서 소매로 매트리스 쓸어보면, 먼지가 “포근”하게 올라오더라. 손끝에 붙는 느낌도 이상했어. 그냥 먼지라기보단, 얇은 가루가 아니라 시간 지나 굳은 막 같은 느낌. 그때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침대 아래까지 다 훑었는데도, 결과는 똑같았어.
일단 같은 생활관 애들한테 물어봤지. “야 너희 침대는 괜찮냐? 내 건 계속 먼지가 쌓이는데?” 그랬더니 다들 웃더라. “너만 유난이야. 침대 털기 귀찮아서 그런 거 아냐?” “너 침대에서 뭐 먹고 흘린 거 아님?” 이런 말들이 돌아왔는데, 나는 그런 거 없었어. 게다가 내 주변만 유독 먼지층이 두껍다는 걸, 누가 봐도 모를 수가 없었거든.
열흘쯤 지나니까 더 이상해졌어. 먼지가 쌓이는 건 단순히 점호 전후가 아니었어. 청소시간에 다 같이 빗자루로 쓸고, 걸레질하고, 침구 정리할 때는 분명히 깨끗해 보였는데, 막상 저녁 먹고 돌아오면 또 쌓여 있더라. 심지어 내가 다른 자리 잠깐 쓰거나, 내 침대 위에 잠깐 앉아 있으면 먼지층이 더 옅어졌다가, 내가 다시 누우면 금방 두꺼워지는 느낌이었어. 마치 누가 “내 자리에 맞춰” 쌓아놓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가끔 생활관 선임이랑 마주칠 때마다 눈치가 보이기도 했어. 난 진짜로 궁금해서 “형, 내 침대에 먼지 왜 이렇게 쌓여요?”라고 물어보면, 선임은 딱 그 말만 듣고는 표정이 굳는 느낌이 있었거든. 대답은 늘 비슷했어. “너 그거 신경 쓰지 마. 그냥 털고 자.” 근데 선임이 뒤돌아서 걸어가면, 등 뒤에서 들리는 말들이 있었어. “또 시작이냐” “그거 손대지 말래잖아” 같은 식. 누가 이미 알고 있거나, 최소한 꺼려하는 분위기였어.
결정적으로 확 와 닿은 건 비가 오던 날이야. 창문 밖이 축축하고 공기 자체가 눅눅하잖아. 그날 우리 생활관에서 습기 때문에 침대가 다 들뜬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애들 침대는 대충 마르고 괜찮았어. 근데 내 침대만 이상하게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고, 그 층이 시트 가장자리까지 번져 있었어. 나는 억지로 밀어보려고 손톱으로 긁었는데, 긁히는 소리가 너무 무겁게 나더라. 먼지가 아니라, 막 같은 것이 벗겨지는 것처럼.
그래서 몰래 확인해봤어. 내 침대 발밑에 있는 매트리스 고정 끈 쪽, 바닥이랑 맞닿는 부분이 이상했거든. 빗자루로 쓸 때는 잘 안 닿는 구석이 있잖아. 그걸 찾다가, 내가 알던 위치보다 조금 안쪽에 얇게 파인 홈이 보였어. 누가 일부러 만든 것처럼 매끈한 홈. 거기엔 먼지가 더 진하게 쌓여 있었고, 긁으면 먼지가 “가루”로 날리기보단 덩어리져서 내려앉았어. 손에 잡히는 감촉이 이상해서 순간 멈췄다. 너무 오래 묵었다는 느낌이었거든.
그날 밤, 나는 일부러 침대에 눕지 않고 등대고 앉아 있었어. 혹시 또 자동으로 쌓이는 거면, 내가 잠들면 더 커질 테니까.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생활관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내 침대 위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먼지가 더 진해지는 게 느껴졌어. 바람도 없는데. 창문은 닫혀 있었고, 통풍은 공용이라 내 침대만 가라앉을 이유가 없었어. 나는 괜히 소리 내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숨만 죽였는데, 먼지층이 한 번 “정리되듯” 매끈해지는 순간이 있더라.
아침이 되자 또 평소처럼 점호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했어. 나는 침대 위를 손으로 대충 털어냈고, 매트리스도 확인했지. 근데 이상한 건, 내가 일부러 털어낸 만큼 “다시” 쌓인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쌓여 있던 게 아니라는 느낌이었어. 마치 내 시선이 닿는 순간에만 정돈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내 침대를 더 건드리지 않았고, 그냥 매트리스 위에 얇은 이불을 덮어버렸어. 근데 그 이불을 덮어도, 이불 위로 먼지층이 생기는 건 똑같았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할게. 훈련 끝나고 생활관 바뀌는 날, 나는 짐 정리하면서 내 침대 밑을 다시 훑었어. 이상하게도 이번엔 완전히 깨끗하더라. 홈도, 진하게 쌓인 덩어리도 사라져 있었어. 그제야 내가 느낀 건, 먼지가 “시간이 지나서 쌓이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동안에만” 쌓인다는 사실이었어. 다른 애들 침대가 아닌, 하필 내 자리여야 했던 이유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때 이후로도 가끔 창고 같은 데에서 먼지 얇게 쌓일 때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정해진 자리”를 다시 만들어두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도 문득 소름이 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