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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하에서 걸어가면 내 그림자가 바닥보다 한참 늦어

2026-08-22 08:29:09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지하에서 걸어가면 내 그림자가 바닥보다 한참 늦어.

처음엔 그냥 조명 때문이겠거니 했어. 야근 끝나고 지하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형광등이 길게 깔린 통로가 보이잖아. 그날도 사람들 다 퇴근하고 나 혼자였는데, 내 발걸음을 따라와야 할 그림자가 한 박자 늦게 바닥에 따라오는 거야. 정확히 “툭” 하고 멈칫하는 느낌. 나는 웃으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계속 걸어가는데도 그 현상이 사라지지 않았어. 바닥에 비친 내 실루엣이 내 뒤를 따라오긴 하는데,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 한두 발이면 장난처럼 넘어갈 수 있는데, 통로 끝까지 갈 때쯤엔 그림자가 내 발뒤꿈치보다 한참 뒤에 붙어 있는 느낌이더라. 휴대폰 화면을 켜서 그림자를 비춰봐도 똑같았고, 손을 들어도 내 손과 그림자 손이 따로 놀았어.

그래서 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춰봤어. 천천히 걷다가 멈췄는데, 멈춘 순간에도 그림자는 그대로 한 걸음 더 걸어가더라고. 그게 제일 소름이었어. 조명이 깜빡이면 그림자가 흔들리긴 하겠지만, 멈춘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았거든. 심장이 좀 빨리 뛰길래, 그냥 빨리 뛰면 해결되겠지 싶어서 거의 달리듯이 통로를 통과했어.

근데 달리면 더 심해졌어. 내가 뛰는 속도랑 그림자의 따라오는 속도가 다르게 느껴져서, 내 뒤에 길고 끊어진 검은 자국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어. 마치 누가 바닥을 더듬어가며 따라오는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 내서 혼자 욕을 했고, “야, 조명 문제겠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그때부터는 아예 그림자가 내가 있는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더라.

주차장 바닥은 타일이라 반사가 있어서, 내가 걸을 때마다 선명하게 비쳤거든. 그런데 그날은 선명도가 이상했어. 내 그림자만 바닥 타일의 방향과 어긋나 있었고, 내가 가는 쪽과 상관없이 화면처럼 “정해진 각도”로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차를 찾으려고 주변을 보다가, 유독 한 구역만 더 어둡다는 걸 발견했어. 재활용장 옆, 출입문이 잠겨 있는 구역. 거긴 항상 환기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냄새도 달랐고.

그 구역을 지나가려는데, 바닥에서 내 그림자가 아니라 “다른 실루엣”이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걸 봤어. 내 그림자랑 겹쳤다 사라지긴 했는데, 모양이 미세하게 달랐어. 어깨 높이가 조금 달랐고, 팔의 길이도 내 것 같지 않았어.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져서 멈춰 서 버렸고, 그때 내 손을 반사적으로 들어올렸는데도 그림자는 바로 따라오지 않았어. 한 박자 늦게 움직인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내 그림자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늘어졌다가 다시 제자리에 붙었지.

나는 그날 이후로 지하 통로를 거의 피했어. 엘리베이터로 바로 1층으로 올라가거나, 다른 동선을 쓰거나. 그런데 며칠 뒤 아침, 회사 로비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하다가 생각이 확 들더라. 내가 지하에서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화면에서도 그림자가 늦게 반응하더라고. 이상한 건 영상이었는데도 “한 박자”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거야. 조명 반사로 설명할 수 있을 만한 흔들림이 없었고, 내 움직임과 그림자의 타이밍이 계속 어긋났어.

그때부터 나는 밤마다 퇴근길이 무서워졌어. 특히 지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 머릿속에 “그림자가 늦는 게 아니라, 내가 뒤로 끌려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치더라. 그리고 어느 날은 진짜로 느꼈어. 통로 중간쯤에서 걸음을 늦추는데, 반대로 내 발이 먼저 멈추고—뒤따르던 그림자가 그제야 따라와서 바닥에 딱 붙는 느낌. 그 순간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누가 내 뒤에서 손끝으로 그림자를 세는 것 같았어.

이제는 지하 통로를 지나도 일부러 내 그림자를 보지 않으려고 해. 하지만 눈을 피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있어. 내 그림자가 자꾸 늦게 도착하니까, 결국 늦게 도착한 것이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남더라. 한 박자 늦은 건 단지 착시일까, 아니면 내 자리를 확인하는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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