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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차가 안 보이는데 경적만 계속 들렸어

2026-08-22 12:29:11 조회 4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출구 쪽으로 차를 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차가 하나도 안 보이더라. 대신 경적 소리만 길게, 마치 누가 일부러 계속 울리는 것처럼 들렸어. “차가 앞에 있나?” 싶어서 천천히 내려가는데, 내 눈앞엔 새까만 벽과 주차선만 있고 다른 차는 없었거든. 그때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졌어.

처음엔 귀찮은 거라고 생각했어. 지하라서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장난치나 싶기도 했고. 근데 경적이 너무 일정했어. 간격이 딱딱 맞고, 끊겼다가 다시 이어질 때도 타이밍이 일정했어. 사람 손으로 치면 그렇게까지 규칙적이진 않을 텐데, 이상하게 “기계처럼” 들렸어.

나는 전면 유리로 앞을 더 확인하려고 했고, 출구 방향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차를 세웠어. 출구 쪽엔 반쯤 가려진 시야가 있거든. 기둥이랑 계단실 때문에 운전자가 정면을 다 보긴 어려운데, 보통은 저쪽 끝에서 다른 차의 헤드라이트가 살짝이라도 비쳐. 근데 오늘은 그런 반짝임이 하나도 없었어. 대신 경적만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지. 내가 가만히 있어도 소리가 “내 앞에서” 울리는 것 같았어.

그제야 폰을 꺼내 관리실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통화 버튼 누르기도 전에 경적이 갑자기 확 멀어졌어. 마치 누가 출구 쪽으로 차를 빼기 시작한 것처럼.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었고, 차도 움직이지 않았어. 화면을 켜서 확인하니 내 위치가 그대로였고, 블랙박스 영상도 그대로야. 똑같은 시간대에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소리만 이동한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는 괜히 내 신경이 과민해진 건가 싶어서, 출구까지 조금 더 천천히 움직였어. 차를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톡…톡…’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지듯 지나갔고, 출구 라인 쪽에 다다르니까 공기가 더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어. 지하 특유의 습기 냄새가 있는데, 그날은 거기에 섞여서 뭔가 금속이 눅눅하게 젖은 냄새가 났어. 별거 아닌 거라고 넘기려 했지만, 그 순간 경적이 또 시작됐어.

이번엔 경적이 한 번만 울리는 게 아니었고, ‘길게-짧게-길게’ 같은 패턴이 나왔어. 예전에 군대에서 들었던 신호처럼, 누가 표준을 정해놓고 계속 보내는 것 같은 리듬.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더 꽉 쥐고, 사이드 미러로 기둥 너머를 확인했어. 그런데 기둥 너머엔 차가 없어. 대신 바닥에 검은 자국 같은 게 있었는데, 바퀴가 지나간 흔적처럼 보여. 근데 그 자국이 너무 길고 매끈했어. 사람이 걸어 다닌 자국이 아니라, 차가 “조용히” 지나간 흔적.

잠깐 멍하게 서 있는데, 갑자기 경적 소리가 내 차 계기판 쪽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렸어. 그러니까 ‘스피커를 통해’가 아니라, 기계 안에서 진동으로 울리는 느낌. 나는 본능적으로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손이 먼저 갔어. “혹시 내 차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경적 버튼을 만지려는 순간, 계기판이 잠깐 깜빡였거든. 그 전에는 멀쩡히 켜져 있었는데, 한 박자 늦게 어둠이 스쳤다가 바로 돌아왔어.

그때 관리실에서 전화가 걸려왔어. 내가 먼저 전화하려던 걸 까먹고 있었는데, 누군가 수신을 먼저 건 것처럼.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관리실 직원 목소리가 들렸어. “지하 출구에서 경적 계속 울리는데, 차량 확인 좀 부탁드려요. 저희는 지금 내려가도… 시야가 안 나서요.” 말끝이 조금 떨렸어. 그리고 그 뒤에 아주 짧게, “차는 없다고 보이는데요…”라는 말을 덧붙였지. 그 말 듣자마자 머리 뒤가 서늘해지더라.

나는 그제야 차 문을 열지 않은 채로, 출구 쪽에 내려서 발로 바닥을 살짝 찍어봤어. 소리가 이상했거든. 철근 콘크리트 바닥이면 ‘툭’ 하고 울려야 하는데, 오늘은 ‘텅’ 하고 비어 있는 소리가 났어. 마치 어딘가에 빈 공간이 있는 것처럼. 근데 출구 시설은 일반적인 구조일 텐데? 그 틈을 따라 바람이 아주 약하게 새어 나오는 느낌이었고, 경적은 그 바람 새는 방향에서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어.

결국 나는 그날 차를 그 위치에 세워두고, 다른 입구로 나갔어. 밖으로 나오는 동안에도 경적은 계속됐는데, 이상하게도 내 차가 움직이는 동안엔 소리가 조금씩 약해졌다가, 내가 멈추면 다시 또렷해졌어. 마치 “움직임을 감지하면 멈추고, 멈추면 다시 부르는” 것처럼. 다음 날 CCTV를 보자고 하려 했는데, 관리실 말로는 그 시간대 영상이 ‘저장 오류’로 비어 있었다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아무 말 못 했어. 그 경적이 차가 없는데도 계속 울리던 이유가, 이제는 설명이 아니라 공포로 남아버린 느낌이라서.

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차가 안 보이는데 경적만 계속 들렸어… 그 한 문장만 머릿속에 남더라. 소리가 어디서 오는지 찾는 순간이 아니라, 소리가 “없는데도” 존재하는 걸 깨달았던 그 순간이 제일 오래 갔어. 지금도 가끔 그 지하로 들어갈 때, 경적이 들리진 않아도 출구 쪽이 먼저 어두워지는 것 같아. 그리고 문득 생각해. 누군가의 차가 아니라, 누군가의 신호가 아직 거기 남아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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