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벽시계가 멈췄는데도 초침 소리는 들렸어
시골집에서 벽시계가 멈췄는데도 초침 소리는 들렸어. 그날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 여름 장마가 지나간 뒤라 집 안 공기가 묘하게 눅눅했고, 거실 벽에 걸린 벽시계는 분명히 오전부터 멈춰 있었어. 그런데도 초침 소리만은 “딱… 딱…”하고 계속 들렸어. 바늘은 멈춘 채로 같은 자리에 고정돼 있는데, 소리는 마치 어딘가에서 계속 돌아가는 것처럼 규칙적이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시계를 가까이 가져다 대고 바늘을 보는데,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거든. 분명히 멈춰 있는 건데, 귀를 대면 소리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어. 집안에선 전기 문제가 자주 생기는 편이라, 혹시 시계만 이상한 거 아닐까 하고 건전지도 갈아보려고 했어. 그런데 건전지 칸을 열자마자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칸 안쪽이 너무 깨끗했거든. 오래된 시골집에서 먼지며 때며 나올 법한데, 마치 누가 방금 정리해 둔 것처럼 손때가 없어 보였어.
그래도 초침 소리는 끊기지 않았어. “딱… 딱…” 소리가 거실 천장 근처에서 나는 것처럼 들리다가, 잠깐은 부엌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기도 했어. 나는 멈춘 시계를 손으로 살짝 건드려 봤는데, 바늘은 그대로였고 소리만 더 커지는 듯했지. 순간 전기 배선 쪽을 의심했지만, 집안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게 더 찜찜했어. 부모님은 “그 시계 오래된 거라 고장 나면 그냥 그런 거지”라고 했고, 나는 그냥 피곤한 거겠지 하고 넘어가려 했어.
그런데 그 소리는 밤이 되면 더 선명해졌어. 낮엔 바깥 공기랑 섞여서 잘 안 들리는데, 해가 지면 집이 완전히 조용해지니까 초침만 남는 느낌이더라. 나는 잠을 설쳤고, 거실로 나가서 시계를 다시 확인했어. 바늘은 멈춰 있었는데, 소리는 분명히 시계 안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어. 그런데 이상한 건, 시계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소리의 위치가 달라진다는 거야. 정면이면 시계의 중앙에서 들리는 듯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벽 틈 사이에서 속삭이듯 들렸어.
새벽 두 시쯤이었을 거야. 부엌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딱 초침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졌어.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벽에 걸린 시계를 내려서 뒷면을 봤어. 그런데 뒷면에는 아주 얇은 종이가 붙어 있었어. 종이엔 글씨가 없고, 대신 아주 작은 잔자국 같은 게 촘촘히 찍혀 있었지. 마치 어떤 사람이 반복해서 뭔가를 적다가 지운 흔적 같았어. 그걸 보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고, 이상하게도 종이 끝자락이 내 손가락을 아주 살짝 긁었어. 피는 안 났는데, 감각만은 또렷했어.
나는 괜히 겁이 커져서 시계를 다시 걸었고, 건전지 칸도 다시 닫았어. 그런데 돌아서려는 순간, 초침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리더라. “딱… 딱…” 하던 게 갑자기 “딱…(멈칫)… 딱”처럼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어. 그 짧은 멈칫 사이에, 누군가가 벽을 손톱으로 한 번 긁는 소리가 아주 작게 섞였어.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집안은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지. 그 뒤로는 다시 정상처럼 들리긴 했는데, 그 “멈칫” 이후로는 소리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
아침이 되자 부모님은 평소처럼 밥을 차렸고, 나는 시계 상태를 말했어. “시계는 멈췄는데도 초침 소리가 계속 나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벽시계를 한 번 툭 건드리더니 “어, 이거 또 그러네”라고 했어. 그러면서 “예전에도 그랬다. 그냥 귀찮아서 소리 나는 쪽을 막아뒀지”라고 하더라. 나는 “막아뒀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더 캐묻지 말라는 듯 손을 휙 저었어. 그리고 주방 한쪽을 가리켰는데, 거기엔 오래된 액자 뒷면이랑 천 조각이 구겨져 있었거든. 마치 누군가가 벽 틈을 막으려다 대충 덮어둔 것처럼.
그날 이후로도 초침 소리는 가끔 들렸어. 완전히 멈춘 건 아니고, 내가 거실에 있을 때만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 같았어.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이 매번 달랐는데, 내가 시계를 쳐다보면 시계 안쪽에서 들리고, 시계를 등지고 있으면 벽 틈 쪽에서 들리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도 습관처럼 시계를 확인하지 않으려고 했지. 근데 신기하게도, 확인하지 않을수록 소리는 더 또렷해져. 마치 내가 바라보지 않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며칠 뒤에 나는 다시 시계를 떼어 보다가, 뒷면 종이 아래에서 아주 얇은 실 같은 게 끼어 있는 걸 봤어. 실은 누가 꿰맨 것처럼 가지런했는데, 끝은 벽 쪽으로 이어져 있었어. 손끝으로 만지자 “딱” 하는 소리와 동시에 실이 아주 미세하게 당겨졌고, 그 순간 초침이 딱 한 번 빨라졌다가 다시 평소 속도로 돌아왔어. 그때 확 느꼈어. 시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 정확히 얼마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벽 안 어딘가에서 초침이 나를 세고 있는 것 같았어. 지금도 가끔 그 집을 떠올리면, 멈춘 바늘 위로 초침 소리가 스며드는 것처럼 들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항상 내가 먼저 시계를 보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