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모니터 화면에 내 방이 비치는 듯했다
중고거래로 받은 모니터 화면에 내 방이 비치는 듯했다. 처음엔 단순히 코팅 차이, 화면 밝기 때문에 생기는 잔상일 거라고 넘겼는데,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갔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쓰던 모니터가 고장 나서, 급하게 중고로 하나를 사야 했어. 가격도 괜찮고 상태 사진도 깔끔해서 바로 입금했고, 택배로 도착한 모니터는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외관은 멀쩡했다. 포장을 뜯고 전원을 켰을 때만 해도 평범했어. 화면도 잘 나오고, 색감도 괜찮고, 불량화소 같은 것도 크게 안 보였다.
문제는 설정을 만지던 중에 생겼다. 나는 데스크 위에 모니터를 두고, 옆에 있는 커튼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모니터 화면이 꺼져 있거나 아주 어두울 때, 유리처럼 반사되는 게 보였어. 그 반사에 내 방이 같이 비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비치는 각도가 미세하게 다르다는 느낌이었어. 내가 서 있는 위치랑 화면에 비치는 모습의 위치가 딱 맞지 않는 느낌? 마치 화면 안쪽 어딘가에서 누가 한 발 옆으로 서 있는 것처럼.
처음엔 조명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방 전등이 천장 쪽에 달려 있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도 조금 있어서 반사각이 흔들릴 수 있잖아. 그래서 나는 일부러 화면을 완전히 끄고, 전등도 조절해가며 확인해봤다. 화면이 완전히 블랙일 때에도, 커튼 자락이 움직이는 걸 반사로는 볼 수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내가 움직일 때마다 정확히 따라오지 않고 1초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청 큰 차이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늦다”는 감각이 자꾸 남아.
그래서 이번엔 모니터 자체 설정을 만져봤어. 명암, 감마, 주변광 보정 같은 걸 건드리고, 밝기를 줄였다가 올렸다가 반복했지. 근데 반사에 비치는 내 방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질 때가 있어. 일반적으로는 반사가 흐릿하게 보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유리처럼 딱 또렷하게 비치더라. 특히 화면에 흰 화면을 띄우지 않았는데도, 내 방의 창문 테두리랑 책상 위 먼지 같은 게 화면 쪽에서 “반사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화면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모니터를 켠 상태에서도 일부러 검은 배경이나 아주 어두운 화면을 띄워 확인했어. 예를 들어 유튜브를 틀어놓더라도 자막 없는 검은 화면이 잠깐 뜨는 구간이 있잖아. 그럴 때마다 내 방이 비치는데, 내가 고개를 살짝 돌리면 반사 속 시선도 같이 움직여야 정상인데, 가끔은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반사 속에서 방향이 바뀐 것 같았어. 나는 잠깐 “내가 착각하나” 싶어서 손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는데, 반사 속에서 커튼의 주름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걸 보고 식은땀이 났다.
중고거래로 받은 거라 혹시 누가 이전에 쓰던 습관대로 설정을 해뒀나 싶어, 모니터 메뉴에서 공장초기화도 해봤고, 그래픽 설정도 바꿔봤어. 케이블도 새 걸로 바꿔서 연결했고, 모니터 위치도 조금 옮겼다. 근데 이상하게 “반사가 사라지는” 방향이 아니라, 반사 속 내 방이 더 선명해지는 각도로만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이 모니터가 정해진 자리에서만 그 반사를 잘 보여주는 것처럼.
결국 나는 구매처에 문의를 했어. “화면 반사가 너무 특이하게 보인다”는 식으로만 말했고, 스샷도 보내줬지. 근데 판매자는 그냥 “그 정도는 다 반사돼요. 화면 밝기 낮추면 덜 보일 거예요”라고만 답했어. 그 말도 틀린 건 아닌데, 내 경험은 ‘덜 보이는’ 문제가 아니라 ‘보이는 내용의 타이밍과 각도’가 이상했거든. 그래서 더 확실히 확인하려고, 밤에 조명을 전부 끄고 방 한가운데를 더듬더듬 걸어 다니면서 변화를 봤다.
조명을 끈 순간에도, 모니터 화면에는 내 방의 형태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어. 전등이 꺼져 있는데도 반사 속 창문 쪽이 똑바로 보였고, 책상 위에 올려둔 컵 위치도 맞게 보였는데, 이상하게 컵 옆의 작은 메모지 위치가 내가 붙여둔 것과 달라져 있었어. 나는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라. 메모지는 내가 분명 방 바깥쪽 벽에 붙여뒀다고 생각했는데, 반사 속에서는 책상 옆에 붙어 있었거든. 다시 확인하러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모니터 화면이 순간적으로 밝아지면서 반사도 같이 흔들렸고, 내가 고개를 돌리자 메모지는 그대로 책상 위에 있었다.
그때부터는 솔직히 모니터를 제대로 보기가 무서웠어. 화면을 켜놓으면 업무용으로는 쓸 수 있는데, 어두운 장면만 나오면 내 방이 뒤에 붙어 있는 것처럼 겹쳐 보이거든. 그리고 가끔은 내가 뭘 움직이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 지금도 그 모니터를 다른 곳에 옮겨놨지만, 밤에 불을 끄고 검은 화면을 띄우면 어김없이 내 방의 윤곽이 나타나. 그게 반사인지, 아니면… 화면이 나를 보고 있는 건지 아직도 확실히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