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점검시간인데도 냉장고가 계속 울렸어
편의점에서 점검시간인데도 냉장고가 계속 울렸어. 그날은 매장 문 닫기 전 점검 타임이라, 보통은 냉장고도 알아서 조용해지거든. 근데 나는 분명 ‘점검시간’이라고 방송이 나간 걸 들었는데도, 냉장고가 똑같은 간격으로 “딩—” 하고 울리는 거야. 소리가 나는 쪽은 냉장 진열대 끝, 계산대에서 대각선으로 보이는 구역이었고, 이상하게도 그 울림이 평소보다 더 또렷했어.
처음엔 사소한 줄 알았지. 야간 알바로 일할 때도 종종 센서가 예민해져서 경고음이 한번씩 나곤 했거든. 그래서 나는 점검 시간표대로 출입문 잠그고, 냉장고 온도 확인하고, 바닥 정리부터 했어. 그런데 동시에 울리고 있었어. “딩—” 하고 한 번 울리면, 정확히 2분쯤 뒤에 또 울리는 느낌. 시계도 없는데도 그 간격을 몸이 기억하듯 맞추게 되더라.
매장 안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어. 손님도 없었고, 점검시간이라 사장님도 통화만 짧게 하곤 다들 각자 일 보는 모드였거든. 근데 냉장고 소리만 계속 남아 있어서, 마치 다른 소리들이 다 꺼진 뒤에 그 소리만 남은 것 같았어. 나는 냉장 진열대 앞에 섰는데, 그때부터 소리가 조금씩 바뀌었어. 처음엔 “딩”이었는데, 점점 “딩… 딩…”처럼 뒤가 늘어지면서, 마치 누가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는 것처럼 들렸거든.
그래서 냉장고 앞에 붙어서 확인했어. 점검 시간엔 전기를 잠깐 차단해서 확인하는데, 그 구역은 전원 표시등이 꺼져 있어야 정상인데 아직도 희미하게 점등이 되어 있었어. 나는 콘센트 쪽을 보려고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냉기 바람이 이상하게 세게 확 끼치더라. 손이 아니라 팔 전체가 쓱 당기는 느낌이랄까. 물론 진짜로 당겨진 건 아닌데, 그때 피부가 바로 소름 돋았어.
나는 냉장고 문을 열지 않은 채로 소리만 더 들었어. 문을 열면 안에 있는 물건들 때문에 소리가 가려질 테니까, 우선 ‘어디서’ 나는지 확인하려고. 그런데 냉장고 안쪽이 아니라, 냉장 진열대 위쪽, 전등 받침 같은 데서 미세한 떨림 소리가 같이 났어. 누가 금속을 손톱으로 톡톡 치는 것처럼. 그 소리가 “딩”과 맞물려 번갈아 나오는데, 2분 간격 경고음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때 사장님이 뒤에서 “점검 다 끝났어?” 하고 물었어. 나는 얼떨결에 “냉장고가 계속 울려요. 점검시간인데요”라고 말했지. 사장님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계산대 쪽에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응, 그건 센서가 가끔…” 하고 넘기려 했어. 그런데 사장님 말 끝나자마자 냉장고가 또 울렸고, 그 울림이 너무 커서 매장 전체가 같이 울리는 것처럼 진동이 느껴졌어. 사장님이 말하던 걸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거든.
나는 용기 내서 진열대 맨 끝을 확인했어. 냉장고 문 아래쪽에 작은 서비스 스위치가 있는데, 평소엔 비닐로 덮어두거든. 근데 그 비닐이 한쪽만 살짝 뜯겨 있었어. 누가 열어봤다는 흔적. 나는 비닐을 만지기 전에 멈칫했는데, 그 순간 냉장고 유리 너머로 내 모습이 비치잖아. 그런데 내 뒤에, 계산대 쪽에서 누가 서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따라 비치는 거야. 사람이 서 있는 건 아닌데, 뭔가 “서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는 느낌. 그림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 냉장고는 그걸 보고도 모르는 듯 계속 울렸어.
나는 무서워서 바로 문을 닫고 전원을 확인하려 했는데, 점검 시간이라 출입문 잠금 상태였고, 계산대 키는 사장님 손에 있었어. 그래서 나는 사장님을 쳐다봤고, 사장님도 내 표정을 보고 바로 냉장 진열대를 봤어. 사장님 눈도 한순간 굳더니, “방금… 누가 들어왔어?”라고 묻는 거야. 손님 명단이나 CCTV는 없었고, 그 시간엔 출입 체크도 따로 없었는데도, 사장님은 분명히 누군가가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는 식으로 말했어.
결국 사장님이 키를 들고 와서 서비스 스위치를 눌렀는데, 냉장고 소리는 바로 멈추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울리고 조용해졌어. 문제는 그 마지막 울림이었어. 마지막은 “딩”이 아니라, 마치 누가 아주 작게 손가락으로 유리를 톡 쳐보는 소리처럼 들렸거든. 울림이 사라진 뒤에야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우리 매장은 점검시간 방송이 나오면 전기 절전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날은 울릴 때마다 전원 표시가 미세하게 깜빡였고, 깜빡임이 내 심장 박동이랑 맞아떨어졌다는 걸. 그 얘기 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도, 일주일 뒤에도 똑같은 날만 되면 그 “딩…”이 귓속에 남아 있더라.
지금도 생각하면, 그 냉장고는 고장 난 게 아니라 “점검시간”이라는 규칙 자체를 기다린 것 같아. 울음이 멈춘 게 고쳐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확인’만 하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 그 뒤로 나는 편의점 냉장 진열대 앞에 서면, 소리가 나지 않아도 문득 문 아래쪽 비닐이 반쯤 뜯겨 있는 상상을 먼저 하게 돼. 점검시간인데도 울리던 그 소리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다음 차례를 세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