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보급품 포장지가 뜯겨 있었는데 교환 내역이 없어
군대에서 내 보급품 포장지가 뜯겨 있었는데 교환 내역이 없어.
나는 처음에 단순히 배송하다가 실수로 그런 줄 알았어. 부대에 물건 들어올 때마다 검수하긴 하는데,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누가 대충 넘어가는 날도 있잖아. 내 차례가 돼서 상자를 받는데, 포장 테이프가 누가 다시 붙인 것처럼 들떠 있었고 모서리 쪽 비닐이 미세하게 구겨져 있었어. 손으로 만져보면 티가 나는 정도였는데, 그때는 “아, 이전 인원이 개봉했다가 다시 넣었나 보다” 하고 넘겼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포장된 물건은 개인 보급이라 내 이름이 찍혀 있는 라벨이 붙어 있었거든.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품목도 목록대로여야 했는데, 박스에서 꺼낸 순간 바로 느낌이 왔어. 새 제품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 이미 꺼내서 한 번 만지고 다시 넣은 냄새. 특히 비닐 포장 안쪽에 작은 먼지 같은 게 붙어 있었는데, 그건 공장 새 물건에서는 잘 안 보이는 거더라.
나는 일단 그대로 쓰려고 했어. 괜히 먼저 시비 걸면 내 이미지만 구겨질 것 같아서. 근데 그날 저녁에 소대 내무정리 하다가 또 걸렸어. 내가 받은 건 장비 조합품이었는데, 몇몇 부품이 미세하게 위치가 틀어져 있었어. 포장재 속 고정 틀이 한 칸씩 비어 있던 것처럼 보였고, 조립 순서가 있는데도 내 손이 자꾸 “이거 이미 한 번 했던 거 같은데?” 하고 어긋나더라.
다음 날 아침 행정 담당이 보급 대장 보면서 “누락이나 교환 있는 사람?” 하고 물어봤는데, 나는 그때서야 불안해졌어. 혹시 누가 내 걸 가져가서 다른 데 돌려 썼는데, 나한테는 다시 넣어 준 건가? 그런 생각이 스치자 등줄기가 좀 서늘해지더라.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어제 상자 테이프가 뜯겨 있어서요. 교환 처리된 거 맞나요?”라고 물었어. 말투는 최대한 가볍게 했는데, 담당이 표정이 딱 굳었어.
담당은 서류를 찾아보는데 한참을 헤매더니, 결국 “교환 내역은 없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어. 그 말이 이상하게 더 찝찝했어. 없다는 건 내가 뭘 잘못 봤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럼 왜 포장이 저렇게 돼 있었지?”라는 질문이 더 커지잖아. 나는 “혹시 검수 때 실수로 넘어온 건 아닐까요?”라고 했는데, 담당은 “검수는 매번 한다. 네가 확인 안 해도 되는데 괜히 말 꺼내서 문제 만들지 마.” 이런 뉘앙스였어.
그날 이후로 이상한 타이밍들이 연달아 생겼어. 내가 보급품 보관함을 정리하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면, 누가 지나가면서 일부러 내 보관함 쪽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거든. CCTV가 있던 쪽은 아니었지만, 병사들 시선이 너무 고정적이었어. 특히 같은 분대원이었던 A가 유독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다 똑같잖아”라고 말했는데, 말은 편하게 하면서도 눈은 상자 테이프만 계속 보더라.
결국 나는 혼자 더 확인해봤어. 상자 겉면에 붙어 있던 라벨을 떼지 않고도, 테이프의 자국이 기존 테이프 절단선이랑 안 맞는 걸 알아차렸거든. 누가 뜯고 다시 붙이면 모서리 모양이 비슷해도 미세하게 다르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장지를 뜯은 사람이 원래대로 테이프 끝을 정렬하지 않고, 손끝으로 대충 눌러서 마감한 흔적이 있었어. 그걸 보고 나니까, 누군가 “교환 내역 없이” 내 걸 건드렸다는 가능성이 확 올라오더라.
그날 밤에 잠이 잘 안 왔어. 머릿속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만 계속 돌아갔거든. 하나는 누군가 내 물건을 잠깐 꺼내서 쓰고 다시 넣은 경우, 다른 하나는 애초에 내 이름 라벨이 붙어 있는 물건을 다른 사람한테 돌렸는데, 마지막에 다시 대충 맞춰 끼운 경우. 솔직히 군대에서 물건이란 게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만은 않잖아. 그래도 “교환 내역 없다”는 문장이, 그 가능성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어. 마치 누군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모른 척하게 만든 것처럼.
며칠 뒤에 보급 창고에서 물건 반입 문제로 소란이 한 번 났는데, 거기서도 이상하게 내 이름이 간접적으로 언급됐어. 누가 “어떤 놈이 포장 뜯긴 거로 따지더라” 같은 식으로 말이 나왔고, 그걸 들은 순간 내 배가 아주 차갑게 가라앉았지. 내가 말을 꺼낸 건 단지 “교환 내역 확인”이었는데, 분위기는 마치 내가 불평하는 사람처럼 만들어지고 있었거든.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조용해졌고, 내 물건을 만질 때도 혼자 하는데도 자꾸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어. 사진을 남긴다거나 그런 걸 못 하는 환경이었는데, 손에 남는 촉감만큼은 잊히지 않더라.
지금 생각해도 제일 소름 돋는 건 그 뜯긴 흔적이 아니라, 담당이 말했던 그 한 줄이야. 교환 내역은 없습니다. 없다는 말은 단순히 기록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서는 “기록이 없도록 만든다”는 의미로 들렸어. 그 포장이 뜯겨 있던 그날 이후로, 나는 보급품을 받을 때마다 상자를 넘기지 않고 잠깐 더 붙잡아 보게 됐거든. 누가 내 몫을 가져갔는지 끝까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때부터는 ‘내가 받은 건 내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자꾸 뒤늦게 따라오더라.